만성 골수성 백혈병, 관리 잘하면 항암제 중단도 가능하다 [건강 팁]
'글리벡' 등장 이후 4세대 표적항암제까지 개발
개별 환자 나이·동반질환 등 고려해 약제 선택해야
CML 치료 성적 크게 향상···치료중단 연구도 활발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Chronic Myeloid Leukemia)은 성인 백혈병의 약 1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400~5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CML 환자를 분석한 결과 남성 60%, 여성 40%의 비율을 보였고 평균 발병 시기는 45세 전후로 50~60대에 발생하는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젊은 나이에 진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CML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22번 염색체의 끝부분에 9번 염색체의 절단된 부분이 결합하면서 생긴다. 이곳에 있었던 BCR 유전자와 9번 염색체에서 이동한 ABL1 유전자가 결합해 새로운 BCR-ABL1 융합유전자가 생기는데 이 융합유전자에서 만들어진 BCR-ABL1 단백질 활성으로 비정상적인 혈액세포가 과다 증식하면서 CML이 발병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시점에 만성기이지만 약 5%는 가속기 또는 급성기의 진행된 상태로 진단이 된다. 만성기 환자는 제대로 치료 하지 않으면 점차 가속기, 급성기로 진행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CML은 급성 백혈병과 달리 증상이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현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실제 임상에서는 무증상 상태나 경미한 피로감으로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혈액검사상 이상 수치가 발견되며 CML로 진단되는 환자들이 많다. 처음 느끼는 증상은 피로감·식은 땀·발열감 등이 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감소·복부 팽만감·좌상복부 통증·비장비대가 생긴다. 대개 병원에서는 첫 혈액검사에서 백혈구와 혈소판 증가가 특징적으로 관찰된다. 발병 후 첫 혈액검사까지 오랜 시간이 경과할수록 빈혈 증상이 심하고 혈구 수가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비장 비대는 혈구 수 증가에 의한 2차적 현상이다. 치료 후 백혈구와 혈소판 수가 정상으로 줄어들면 비장의 크기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2001년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의 등장으로 CML 환자의 생존기간은 놀랄 만큼 늘어났다. 표적항암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CML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법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술이 유일했고 이식 후에도 생존율이 60% 내외에 불과해 난치성 질환의 대명사로 꼽혔다. 이후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등 2세대 표적항암제가 개발됐고 국내에서도 글리벡 뿐 아니라 2세대 표적항암제가 1차요법으로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약제 종류마다 복용법은 물론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도 다르다. 예를 들어 글리벡은 부종, 근육경련 등의 부작용이 많다. 스프라이셀은 폐를 둘러싸고 있는 두겹의 늑막 사이 공간에 액체가 고이는 늑막삼출 발생률이 30% 가까이 되고 드물게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타시그나는 고혈당 또는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말초동맥협착증 등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경우 피하는 것이 좋다. 슈펙트는 간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나이·동반질환·병용약물·위험지수 등 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적항암제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정기적인 혈액검사, 골수검사를 통해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특정 시점에 측정된 필라델피아 염색체와 BCR-ABL1 유전자 양을 기준으로 크게 최적 반응, 경고, 치료 실패의 3가지로 치료반응을 나누는데 평가 결과 최적 반응인지 치료 실패인지 여부에 따라 처방약제를 유지할지 변경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의 목표 단백인 ABL1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치료에 실패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는 경우에는 점돌연변이 검사 후 점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며 치료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내성이 생기거나 급성기로 진행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3세대 약물인 '포나티닙', 4세대 '애시미닙'까지 등장하며 표적항암제가 CML 표준 치료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에 비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CML 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다만 가속기 특히 급성기로 진행하거나 현재 사용 가능한 모든 표적항암제에 내성 또는 불내약성을 갖는 환자에게는 여전히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한 선택지다.
다양한 표적항암제들이 개발되면서 향후 CML 치료 성적은 더욱 증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는 CML 환자는 평생 항암제를 복용해야 했다면 지금은 치료 중단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연구 방향도 변화하는 추세다. 오랜 기간 투약을 받고 장기간 완전 유전자 반응을 얻은 소수 환자는 장기간 투약 중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 환자가 정확한 시간에 빠지지 않고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CML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평생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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