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부담에 커피는 무조건 편의점…고령층도 '짠테크'
기사내용 요약
카페·주점보다 저렴하고 눈치 안보여
고공행진 외식물가…카페 이용 직격탄
"집 나오면 주로 편의점…주에 4번도"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밥 먹었으면 슬슬 나와. 맥심?"
박종현(67)씨는 지난 20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그는 편의점에서 1100원짜리 커피 두 잔을 사서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왔고, 그들은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와 담배를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정치 이야기에 열중했다.
도심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편의점이 고령층들의 모임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인식이 고령층 사이에서도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일 걸음을 걸어 포인트를 받고, 이를 모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앱테크'도 고령층 사이에서 인기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 60대 이상 매출 비중은 2020년 6.4%에서 지난해 9.4%로 2년 사이 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20대 비중이 22.8%에서 18.7%로, 30대 비중이 27%에서 24.2%로 각각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60대 이상 매출 비중도 2020년 3.5%에서 지난해 4.9%로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마트24와 마찬가지로 20대는 35%에서 25.8%로, 30대는 30.3%에서 28.6%로 비중이 축소됐다.
박씨는 "두세 명이 카페에 가면 1만원은 쓰는데 편의점은 5000원이면 되고, 담배도 피울 수 있으니까 좋지. 우리한텐 여기가 카페고 술집"이라며 "편의점과 분리된 곳에 자리가 있다 보니 눈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편의점 테이블에서 만난 최광(80)씨도 "일주일에 3~4번은 온다. 카페라도 가려면 한 잔에 보통 4000원인데, 그마저도 오래 앉아 있으면 주인의 눈치가 보인다. 노래도 시끄럽고,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불편하다"며 "한 구석에 테이블이 마련된 편의점은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5년 전부터 동네 편의점을 돌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집을 나오면 행선지의 90%는 편의점"이라고도 했다.
이모(68)씨는 "옥수수, 감자 이런 것들 쪄와서 나눠 먹기도 하고, 과일을 싸와서 먹기도 한다"며 "값이 싸고 맛도 카페 커피랑 비슷하니까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했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에 달했다. 특히 주요 원자재 가격, 가공비, 인건비, 물류비 등이 올라 커피, 도넛, 빵 등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여가 시간의 상당부분을 카페에서 보내는 노인들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점장 서모(52)씨는 "전에는 하루에 몇 명 안 오던 고령 손님이 지금은 전체 손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노인이 자주 찾는 막걸리를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장 박모(66)씨도 "2년 전보다 확실히 고령층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보통 커피, 막걸리와 일회용 컵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잠깐 마시다 간다"고 말했다.
일부 노인들은 '앱테크'나 공병팔이에도 열심이다.
A(65)씨는 전날 걷기 어플로 얻은 기프티콘을 사발면 2개와 이온음료로 교환해 갔다. 그는 "집에서 놀면 뭐 하나. 날씨도 좋은데, 걷기만 하면 이런 걸 거저 받아 갈 수 있으니 신난다"고 했다.
이모(69)씨는 100원짜리 소주공병 12개를 편의점에 가져와 한 잔에 1200원하는 아메리카노를 뽑아 마셨다. 이씨는 "몰랐을 때는 그냥 집 앞에 내놨는데, 이젠 모아뒀다가 커피나 담배를 살 때 보탠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어르신들이 편의점에 와서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돈도 번다. 공병을 팔아서 쓰레기봉투로 바꿔가거나, 기프티콘을 쓰러 와서 라면이나 우유를 가져가기도 하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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