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풍수해보험 가입하라더니…예산 부족에 ‘무료 가입’ 제한
중소벤처기업부와 카카오페이가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을 촉진하겠다며, 보험료 중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서울 소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던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여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 대상을 여러 소상공인 중 '전통시장'으로 한정한다는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보낸 것이다. 풍수해보험 가입이 급격히 늘자 지원 예산이 부족해진 탓이 크다.
■ 소상공인 10만 명에 '무료 가입' 지원
카카오페이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15일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 촉진을 위한 민관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페이가 10억 원을 기부해 풍수해보험 가입 시 소상공인이 내야 할 자기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무료 가입'인 셈이다. 재원을 다 쓸 때까지 최대 10만 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빠르면 다음 달부터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풍수해보험은 태풍과 홍수, 호우 등 각종 풍수해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정책보험이다. 가입 촉진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의 70~92%를 지원하고, 나머지를 소상공인 본인이 낸다. 본인부담금은 보통 1~5만 원가량이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은 이마저 부담스럽다며 가입을 꺼려왔다. 그러자 기업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대신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SK쉴더스 등 여러 기업이 지자체와 손잡고 비슷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 제동 건 행안부…"전통시장만 가능"
그런데 얼마 지나 지난달 24일 행정안전부가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운영기준 관련 세부사항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전국 지자체와 풍수해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 측에 발송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제3자 기부 가입'에 대한 운영기준을 안내한다"며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법에 따라 등록된 전통시장에 한해서만 가입을 받으라고 안내했다. 전통시장이 아닌 일반 상점가의 소상공인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제3자 기부 가입'이란 카카오페이 사례처럼 기업이 본인부담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행안부는 그간 소상공인들의 풍수해보험 가입을 독려해왔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엔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집중호우로 동작·관악·영등포구에서만 소상공인 점포 4,300여 곳, 47개 전통시장 점포 1,200여 곳이 피해를 봤다. 당시 정부가 최대 400만 원의 소상공인 긴급복구비를 지원했다. 반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로부터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 가입하라더니 예산 부족하니 제한?
행안부 측은 '3자 기부'를 통한 보험 가입 대상을 전통시장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예산 문제'를 거론했다. 풍수해보험 가입이 사실상 '무료'가 되다보니 올해 1~2월 가입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늘면 보험료 중 정부가 부담해야 할 지원금도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풍수해보험료 지원 예산은 351억 원이다. 이 중 소상공인 대상 예산은 108억 원인데 50~60억 원이 올해 1~2월에 쓰였다. 한 해 예산의 절반가량이 두 달 만에 소진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소상공인 가입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올해 보험을 갱신하면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21년 4.7%에서 지난해 31.9%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초 수요를 정확히 예측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행안부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며, 취약한 전통시장에 먼저 지원을 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공문이 나간 뒤 서울시는 '3자 기부' 가입의 범위를 변경했다. 당초엔 전체 소상공인이 가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통시장 소상공인만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중기부 측은 행안부와 가입 대상을 두고 앞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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