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보증의무화 악용 ...전세·매매 폭등락 부른 ‘전세대출’의 역설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인터뷰-중
고가 대비 35% 하락 매물 매수세가 반등 초래
손흥민처럼 타이밍-가격 고려한 양발전략
전세 하락 올해안에 마무리할 가능성 높아 차학봉기자의>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10년간 활동했으며 퇴직후 유튜브 ‘채부심-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를 개설, 부동산 현장 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부동산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등의 저서를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정부가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식산업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오피스텔 분양이 많았다. 이제 입주를 본격화한다.
“지난 정부에서 각종 규제 정책을 펼 때마다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규제지역을 정하면 비규제 지역으로 돈이 몰리는 식이었다. 규제를 가할 때마다 부동자금이 우회로를 찾아 몰려갔는데, 그 피날레가 비주택 부문이었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다. 단타를 목적으로 한 투자가들이 몰리면서 과열됐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돌변했다.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급매가 나오고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대출금리가 올라서 버티기가 어려운 분들이 많다. 참 안타깝다”
-양발전략을 주장하던데?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만 관심이 많다. 매수타이밍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외발전략이다. 매수타이밍과 함께 매물의 가격 적정성을 함께 보고 매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나는 ‘양발 전략’이라고 부른다. 손흥민처럼 양발을 다 써야 효과적인 재테크를 할 수 있다.
현재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최소한 기준이 2020년도 이전 가격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초 저금리 자산 버블 효과가 사라진 가격이다. 2019년 가격은 고점대비 35% 정도 빠진 가격이다. 최근 급반등거래가 나오는 단지들을 살펴보면 35% 정도 급락한 곳이다. 이런 단지를 사시는 분들이 일종의 양발전략을 구사하는 분들이다. "
-양발전략을 구사할 때 주의할 점은?
“매수가격이 충분히 하락을 했느냐 여부는 임차료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임차료와 비교해면서 매매가가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사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주택을 사기는 쉽지 않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 많지 않지만, 집으로 돈 번 사람은 많다. 그 이유가 주택은 한번 사놓고 그냥 묻어둔다. 5년 ,10년 지나다보니 집값이 올라가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고 무리하게 하기보다는 자기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낮은 가격의 주택을 잘 취득하면 주거비가 자연스럽게 살짝 세이브가 된다. 내가 투자를 잘 한다고 하면 거주와 투자를 분리하면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월세 거주를 하면서 여유 자금으로 다른곳에 투자를 하면 된다.”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매매가도 급락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표준적인 전세가율은 60% 정도였다. 2020년에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 정책과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한 주택시장의 혼란으로 3억원 하던 전세가 갑자기 6억으로 치솟았다. 그러니까 6억원하던 집값이 자연스럽게 9억으로 올라갔다. 지금 전세가격이 3억으로 폭락하니 매매가가 다시 6억으로 내려온다. 가격이 급락하면 전세를 사시는 분들이 코로나 이전 가격까지 내려오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다. 낙폭과대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
-지난 몇 년간 유래 없이 전세가격의 급등락 현상이 발생했다.
“2020년이후 주택가격 강세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전세였다. 보통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거나 전세 끼고 집을 사는데 전세금이 올라갈수록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2017년 8.2 대책 다음부터는 투기과열 지역에서 대출은 집값의 40%였는데 전세가율은 평균 65%였다. 집값의 35%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전세대출의 급증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전세대출이 확대됐다. 그 이전에는 전세금은 가계의 여유자금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2억원까지 전세자금이 대출되면서 2억 이하의 전세가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세대출이 5억까지 늘어나면서 전세가 다시 급등했다. 전세가격 대출 확대, 전세금 급등, 집값 급등의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전세대출 총액도 지금 190조까지 급증했다.”
-금리가 전세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나?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데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영향을 줬다. 그런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월세가 오히려 전세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전세는 선호도가 감소하면서 월세나 보증부 월세가 주류가 됐다. 전세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세가격이 2년 사이에 30% 정도 하락했다.”
-전세사기극이 빈발하고 있다. 대책은 없는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 가령 다가구 주택의 경우,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으면 근저당이 설정되는데, 개별 세대별로 전세를 놓는다. 아파트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다. 전세금 보증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다가구이나 다중주택은 이런 게 확인하기 어렵다. 2020년 8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안심전세보증보험제도’를 의무화했는데, 이것 때문에 세입자들이 더 속기 쉬웠졌다. 대책으로는 비아파트의 임차인들이 전세계약을 할때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 등기부 등본을 통해 임차인 계약이나 근저당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기부 등본에 공시가격도 표시하도록 해서 전세계약을 할때 리스크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전세가격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현재 월세는 오름세이다. 월세가 오르고 전세가 내리면 다시 전세 선호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전세 하락세는 올해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다만 전세사기 사건 등의 영향으로 전부 전세금을 내는 ‘순전세’를 기피하고 일부 월세를 내는 보증부 월세 선호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2020년에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서 전세와 월세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때는 전세 조달 금리가 저렴했다. 자기 돈으로 월세를 내는 것보다 대출이자가 더 싸니까 전세가 좀 유리했다. 지금은 금리가 올라 월세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
-빌라왕 사기극 등의 영향으로 빌라 수요가 더 위축됐다.
“아파트 전세보다 훨씬 저렴한 빌라 한 채 있다고 아파트 청약을 제한하는 제도는 바꿔야 한다. 오피스텔 소유가구는 무주택자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오피스텔보다 주거 품질이 더 떨어지는 빌라를 한 채 소유한다고 청약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는 바꿔야 한다.”
-재건축 규제완화가 본격화됐다. 다시 주도 상품이 될 것인가.
“보통 재건축이 9.7년 정도 걸린다는 조사가 있는데, 실제로는 15년 정도 걸린다. 올해 재건축 호재가 많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약세이다. 지금 공사비가 상승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둔촌주공 나비 효과라는 게 발생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사가 공사비를 놓고 분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공사비가 올라갔다. 둔촌주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건축은 총 분양 수입이 총 분양 원가보다 높아야 하는데, 공사비는 엄청 올랐고 미분양이 늘면서 분양가를 높이기 쉽지 않다. 재건축이 약세인 이유이다.”
-향후 금리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까 ?
“결국 주택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과 대출인데 소득은 경기 따라가는 것이고 대출은 금리를 따라간다. 지난해 대출이 감소했다. 그래서 주택 가격이 하락 조정을 받았고 올해도 대출증가율이 마이너스이다. 다만, 정부의 특례 보금자리론 40조원이 풀리면서 주택가격이 반등했다. 다만,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은 조금씩 풀릴 것이다. 올해는 경기 둔화가 변수이다. 올해 금리가 낮아져도 경기가 둔화되고 소득 증가율이 위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금리보다 경기가 더 중요한 부동산 시장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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