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팔이 과일 수확·방제 동시 수행...세계 첫 '멀티암 로봇' 개발"

대전=류준영 기자 2023. 4.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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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키플랫폼]문용혁 ETRI 박사·박승 에이앰알랩스 대표의 K-농업로봇 개발 이야기
(왼쪽부터)박승 에이앰알랩스 대표, 문용혁 ETRI 초지능 창의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류준영 기자

# '농업계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존디어가 인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미국 벤처기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는 수백만장의 식물이미지를 학습해 식물과 잡초를 구분할 줄 아는 농업로봇 '레터스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을 도입한 현지 농장은 제초제 양의 90%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렸다. 최근엔 딸기 선별 등 숙련농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로봇이 파고드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도 공공연구성과 기반의 산·연 협력으로 농업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오는 28일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세션3(K-브랜딩 히든카드 : 애그테크 글로벌화)' 개최를 앞두고 미래 농업의 꽃이라 불리는 농업로봇의 국내 기술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찾았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머니투데이가 주최하고,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가 후원한 이번 키플랫폼 특별세션엔 농업강국 네덜란드 대표기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온실환경제어시스템을 각국에 수출하는 프리바(Priva)와 스마트팜 에너지설비 전문업체인 VDHHP 등이 참석, 첨단 스마트농업 기술과 시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ETRI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만난 초지능 창의연구소 문용혁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로봇(AMR)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이엠알랩스(AMR Laps)의 박승 대표와 함께 농업로봇 '팜봇(Farmbot))2.0'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기술과 멀티암(Multi-arm) 기술을 접목, 작물 관찰부터 수확까지 전천후 작업이 가능한 로봇으로, 내년 하반기쯤 임대 및 구독 서비스로 선보인다는 목표다. 문 박사는 "한번에 선별·수확·인공수분·방제가 가능한 AI(인공지능) 일체형 로봇은 전 세계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팜봇 연구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팜봇이 스마트팜 내부를 돌아다니며 작물의 생육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사진=에이엠알랩스

-스마트팜에도 생육 정보를 기록·분석하는 사물인테넛 센서 솔루션이 있는데 왜 굳이 로봇인가.
문용혁 ETRI 초지능 창의연구소 책임연구원(이하 문)=로봇이 스마트팜 내부를 하루 종일 돌아 다니며 환경센서 능력이 미처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완벽하게 커버해주니 더 정밀한 환경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면 훨씬 좋은 품질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넥스트 스텝(다음 단계)으로 봐달라.

-팜봇의 특징은.
문=여러 개의 로봇팔이 각각 다른 일을 한다. 예컨대 한 팔은 과일을 선별 수학하고, 한 팔은 인공수분, 또 다른 팔은 병충을 탐지하고 농약을 분사한다. 한 번에 다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암 로봇 시나리오를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비용절감 효과를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더 높일 수 있다. 해외 논문과 보고서를 다 찾아봤는데 아직 이런 로봇은 없다.

-팜봇 시각지능도 핵심기능으로 꼽았는데 주로 어떤 기능을 하나.
문=과일을 해외수출한다고 치자. 90% 이상 익은 과일을 배에 적재하면 도착했을 때 이미 다 물러 터진다. 75~80% 정도 성숙도를 갖고 있는 열매만 골라 선적해야 한다. 버거킹과 같이 토마토를 많이 쓰는 패스트푸드업체는 트럭에 실어 고속도로를 지나 매장에 도착할 때 과일의 성숙도가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까다롭게 관리한다. 이런 선별 작업은 현재 오랜 노하우와 경험을 지닌 전문가들이 육안과 감에 의지해 하고 있다. AI 시각지능이 맡으면 더 보증된 정밀 판별이 가능하다.

박승 에이엠알랩스 대표(이하 박 대표)=다른 시각지능과 차별된 요소를 꼽는다면 대부분이 평면의 2차원 이미지를 활용한다면 우리는 3차원(D) 데이터를 쓴다는 점이다. 심도 깊은 관찰을 통해 더 정밀한 정보를 확보하고 활용한다. 농작업을 전문으로 한 로봇에게 물체와의 거리 정보는 필수다. 과일이 어디에 달렸고 과일박스를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등을 처리하는데 이런 3D 데이터를 추출해 쓴다.

-또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나.
문=기존엔 로봇이 측정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서버에 올려 쌓으면 중앙컴퓨터가 분석처리를 맡는 이중구조였는데 팜봇은 AI 일체형이다. 현장에서 작물 관찰·측정·수집·분석·추론 작업을 모두 해버린다. 그러려면 AI 모듈 차제를 경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ETRI 초지능창의연구소가 오랜기간 이 분야를 연구하고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덕에 가능했다.


-기존 기술과 다른 이점이 뭔가.
문=효율성, 비용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시각 데이터의 경우, 센서 데이터에 비해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크다. 몇 백만 화소에 3D 이미지 데이터까지 얹게 되면 더 커진다. 이런 대용량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서버로 보낸다면 처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비용 문제도 발생한다.
또 하나는 농장에서 발생한 어떤 형태의 데이터도 외부에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농장주들이 있다. 작물의 재배법을 영업기밀처럼 여긴다. 정보보호관점이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인터넷망을 통해 별도의 장소에 수집된 농장 데이터를 혹여 다른 사람이 몰래 보거나 빼갈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일체형 형태를 고려하게 됐다.

-이번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문=현실적인 진입장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우선 연구개발을 수행할 농가를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 협력농가와 MOU(업무협력)을 맺고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 당장 경제적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협조적이거나 시설을 아예 열어주지 않을 때도 있다. 연구과제는 1년 내내 진행해야 하는데 농가 사정으로 연구공백도 발생한다. 안정적인 테스트베드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박=지금은 옛 직장 동료가 4년전 귀농을 해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작물 생육 관찰·분석은 24시간 이뤄져야 의미 있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친구도 엔지니어 출신이라 잘 안다. 이곳은 2,644㎡(800평) 규모인 데 앞서 팜봇 1.0 버전을 테스트했던 곳은 약 1만㎡(약 3000평) 정도 됐다.

-팜봇의 최종 목표는.
문=로봇이 작물의 상태를 확인해 선별 수확하고 창고까지 운반해 특정 위치에 놓고 오는 일종의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으로 농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결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대전=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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