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한국 청년 빚…도와야 할 것과 돕지 말아야 할 것

박찬형 2023. 4.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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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 부채의 특징은 주거용과 금융 투자입니다. 2021년까지 주택 가격 폭등 시기에 많은 2030세대가 주택 구입에 뛰어들었고, 이후 주택 가격 하락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2030세대는 집이 없는 걸 불안해합니다. 2021년 이전에 너무 집값이 많이 올라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죠. 최근 몇 년 사이 집을 산 청년 세대도 불안합니다. 빚을 지고 집을 샀기 때문입니다.

■ 청년 부채 10년 새 2.5배 늘었다

그렇다면 한국 청년들의 부채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2021년 기준 19세 ~39세 청년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8,455만 원입니다. 이 부채는 임대보증금은 뺀 금융부채입니다. 10년 전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빚이 아예 없는 청년을 빼고 부채가 있는 청년 가구만 계산하면 1인당 1억 1,511만 원입니다.


부채가 어느 정도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해 자기가 벌어들이는 소득 대비 부채상환 비율을 봤더니 300%를 넘는 청년 가구가 21.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가구주 5명 중 1명이 연 소득의 3배 이상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매년 갚아야 한다는 거죠. 이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불과 9년 전인 2012년엔 8.37%였으니까 2.6배 늘어났습니다. 뭔가가 이들에게 무리수를 두게 했습니다.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에서 빚이 많이 늘었습니다.

■ 청년 대출 비중 높인 주택 구입, 기회일까 덫일까?

왜 이렇게 청년 빚이 많이 늘었을까요? 전체의 69%가 주거 마련을 위한 부채입니다. 2012년보다 2.9배 늘어났습니다. 집값이 오르니 주거용 부채도 오른 듯 합니다. 다만 이 안에는 거주 목적 외에도 갭투자도 있습니다. 이들이 문제죠. 그 다음으로 많은 부채는 주로 장사 같은 사업 또는 주식이나 코인 같은 금융 투자용 빚입니다. 전체의 16.5%에 달합니다. 흔히 말하는 '영끌'인거죠. 미국 청년들이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거용 부채와 금융투자 부채가 걱정거리입니다.

▲ [연관 기사] 미국 청년 부채, 한국과 닮았지만 다르다…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58284

청년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연령대도 부채가 비슷하게 오르면 모르겠는데, 청년층 부채 증가만 특히 눈에 띈다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2015년 이후 MZ 세대의 부채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지나치게 늘었다는 겁니다. 2001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40세 그러니까 MZ세대만 2015년 이후 2016년 가파른 부채 상승률을 보였고 이후에도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반면 위 그래프를 보면 41~55세는 안정적 증가세, 그 윗세대는 하락세 또는 상승 뒤 하락세를 보인 걸 알 수 있습니다.

■ 20대 대출비율 높아 건전성 가장 위험

특히 소득이 적은 20대 가구의 대출이 급증한 점을 주목해봐야 합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부채 현황을 보면 20대 가구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1년 사이 1.0~6.8% 늘어난 반면 20대 이하 가구만 41.2%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금융부채는 35.2%, 임대보증금은 158.6% 증가했습니다.

또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20대를 뺀 전 연령층에서 -1.2~0%p 줄어든 반면 20대만 37.1%로 7.9%p 증가했습니다. 가구별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0대가 102.7%, 50대가 70.3%인 반면 30대가 152.2%, 20대가 197.9%로 20대 가구의 부채 비율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 전엔 30대가 가장 높았는데 1년 새 20대가 저축보다 빚이 많이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겁니다.


20대의 부채 증가는 집값이 비싸졌기 때문에 그만큼 올랐을 수도 있지만, 다른 연령층엔 큰 변화가 없다는 건 집값 상승만으로는 해석이 안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대 가구의 부채 증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이른바 갭 투자와 주택 구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계청도 당시 보도자료를 내면서 "금융부채를 얻어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 가구가 발견됐다"며 "그러다 보면 실제 금융부채, 임대보증금 등 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20대에서 부채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20대의 주거용 부채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택 구입이 아닌 전세 대출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이고 일부 '영끌' 청년들의 대출을 대부분의 청년 대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청년 부채의 주된 부분은 주거용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청년 부채의 또 다른 이유로 개인 사업과 주식투자, 가상자산 투자 등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주거용 부채 다음으로 16.5%나 차지합니다. 사업이야 그렇다 치고 돈을 빌려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가상자산 투자자 비중을 보면 30대가 211만 명(31%)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183만 명(26%) 그 다음이 20대 165만 명(24%) 순이었습니다. 청년층 비중이 전체의 55%에 달할 만큼 가상자산에 많은 젊은이가 투자하고 있다는 거죠. 자기 돈으로 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대출을 끌어들여서 한 게 문제입니다. 2021년 말 이후 폭락했던 가상자산 가격은 올해 들어 다시 일부 회복했지만 빚을 끌어들여 투자한 청년층은 요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이고요.

■ 취약차주를 줄여라

고민은 청년 대출자 중에서 빚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계층입니다. 악성 부채라고 할 수 있죠. 그 악성 부채의 첫 단계에 빠져든 사람들이 바로 다중채무자입니다.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청년들인데,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면 자칫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30대 이하 다중채무자는 141만 9,000명으로 1년 새 6만 5,000명 증가했습니다. 이들 다중채무자 가운데 진짜 빚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계층이 바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들로, 이들을 '취약차주'라고 부릅니다.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렸는데 소득이 적거나 신용도까지 낮은 사람들은 빚을 갚는 데 오랜 세월, 심하게는 평생을 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46만 명으로 1년 새 4만 명 증가했습니다. 1년 동안 전체 취약차주는 6만 명 늘었는데 이 중에 4만 명이 30대 이하 청년 세대라는 겁니다.

문제는 진퇴양난이라는 겁니다. 사전차단이 최선책이었는데 막지 못했습니다. '부채 탕감'에 대해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빚투에 나선 2030세대까지 포함한 채무조정 지원방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죠. 뒤늦게 대출 원금 탕감은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당시 정부 비상경제민생회의 자료에 분명히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겠다"라며 '투자 실패'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습니다.

논란 이후 정부는 이자를 감면해주는 신속 채무조정 특례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이달부터는 모든 연령대로 이를 확대했습니다.

여기서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코인 빚투'나 부동산 갭투자 등을 통해 악성 부채를 늘린 취약차주들은 제외하고, 생활고에 빠진 취약차주들에 대해선 반드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소액생계비대출 같은 저금리 대출의 혜택을 더 늘려줘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의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3주일 만에 1만 5,000여 명이 96억 원 이상을 대출받았다는 건 그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일해도 빚을 도저히 줄이지 못하는 저소득 취약차주들을 정부나 금융기관이 돕는 방안을 더 넓혀야 합니다. 청년 세대 취약차주 방치는 다시 돌고 돌아 사회적 비용을 더 부담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김현갑·김서린)

박찬형 기자 (parkc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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