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똑같은 불이 나더라도‥" 부모님 집 대신 그가 지킨 곳
지난 11일, 초속 30m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진 강원도 강릉 산불.
산림청 특수진화대원 남경진 씨는 아침부터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남경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진짜 바람이 엄청 불더라고요 현장 가보니… 꺼도 또 불나고 꺼도 불나고."
그런데 남 대원이 맡은 구역은 부모님 집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맡은 곳의 상황도 열악해 현장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부모님과 연락이 닿아, 불이 나기 전에 외출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덜어냈습니다.
오후 들어서야 비가 내리고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남 대원은 잔불 정리차 이동하다 부모님 집 주변을 지나게 됐습니다.
2년 전 독립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40년 동안 살던 집은 완전히 타버린 상태였습니다.
[남경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돼요 그거는. 그냥 완전히 형체 없이 그냥 완전히 주저앉아버렸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각종 추억이 깃든 세간살이들이 잿더미가 돼 버린 겁니다.
[남경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하다 못해 저희 사진 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거 있잖아요. 추억이 있는 물건들 남들이 볼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저희가 볼 땐 되게 추억이 있는…"
남 대원은 그래도 부모님이 무사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집이 타는 걸 막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남경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어쩔 수가 없어요. 남들은 '그래도 야 융통성도 없다' 그러는데 저 혼자 가서 끌 불도 아니고 또 제가 빠져서도 안 되고…"
현재 남 대원의 부모님은 강릉시가 마련해 준 펜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남 대원의 임무 수행을 격려하는 한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습니다.
[남경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만약에 똑같은 산불이 났을 경우에도 제가 맡은 구역에서는 제가 최선을 다할 거고요. 제가 못 지키면 더 많은 또 이재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이번 강릉 산불은 산림 379ha를 태웠고, 1명의 사망자와 26명의 부상자, 5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지수F 기자(jis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76704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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