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절벽 우려에 CDS 프리미엄 급등

[파이낸셜뉴스]

미국 재정적자 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 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둘러싼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재정절벽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 정부 파산 위험에 대한 시장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부가 파산할 경우 국채 원리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1년 만기 CDS의 경우 미 정부 CDS가 1.06%p에 거래되고 있다. 미 국채가 1년 안에 디폴트할 경우 원리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보험료로 해당 국채 가격의 1.06%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디폴트할 경우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이들은 미 정부가 1년 안에 디폴트하지 않을 경우 이 보험료를 취할 수 있다.

1.06%p(106bp) 프리미엄은 최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만 해도 1년만기 CDS 프리미엄은 0.15%p에 거래됐다.

이는 또 미 정부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대치 끝에 미 신용등급이 AAA 밑으로 추락했던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 비해서도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증액 논의가 교착된 가운데 CDS 프리미엄이 폭등하고 있다.

실제로 미 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재정적자 한도증액 논의를 둘러싼 불안감을 이용해 돈 될 만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1년만기 CDS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유동성도 낮아 가격 급등을 미 디폴트 가능성 고조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해도 미국 1년 만기 CDS 가격 폭등은 다른 국가들 CDS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ING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가 CDS의 경우 1년 만기 프리미엄이 0.25~0.5%p 수준에서 거래된다.

ING 유럽 금리 담당 책임자 앙투완 부베는 “미국은 (CDS 시장에서) 그 어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디폴트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말했다.

부베에 따르면 이탈리아 1년 만기 CDS는 0.39% p, 영국은 0.14% p,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조차 0.16% p에 거래되고 있다.

부베는 미국이 정말로 디폴트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은 없지만 시장이 완전히 안도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 CDS는 거래가 가장 활발한 5년물 가격 역시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0.5% p에 거래되고 있다.

올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다 재정한도 증액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미 재무부 금고가 텅 비는 이른바 ‘X-데이트’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스크방크는 현재 미 재무부가 동원 가능한 재정은 약 2500억달러 수준이라며 이 수준의 현금 보유 규모를 감안할 때 ‘X-데이트’는 당초 예상했던 7~9월 사이보다 훨씬 더 이른 6월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