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종료 앞둔 원전 6기…에너지 보릿고개 대책은
고리 3‧4호기 이어 한빛 1‧2호기 등 종료 임박
유럽 내에서도 엇갈린 원전 행보…에너지 위기 대책 급선무
국내 원자력발전소 중 고리 2호기가 최근 설계 수명 40년을 채우며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정부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인 분위기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에너지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지난 8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어진 국내 원전의 설계 수명은 대체로 40년으로 설정된 상태인데, 이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고리 2호기에 이어 향후 2~3년 사이에 설계 수명 한도에 이르는 원전은 5기나 남아있다. 오는 2024년 9월에는 고리 3호기, 2025년에는 고리 4호기(8월)와 한빛 1호기(12월)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2026년에는 한빛 2호기(9월)와 월성 2호기(11월) 등이 운영 중단이 예고된 상태다.
현행법에 따르면 설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원전이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전에 평가서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원전의 경우, 다른 에너지 발전소에 비해 사고가 발생하면 불가역적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 점검이 더 깐깐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운영 종료를 앞둔 원전이 계속 운전을 하기 위해선 대체로 수명 종료일로부터 3~4년 전에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를 제출해야 한다. 고리 2호기의 경우, 계속 운전이 이뤄지려면 최소한 2020년쯤에는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던 셈이다.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터라 한수원은 보고서 제출 시기를 놓쳤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선 직후 4월 해당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운영 중단을 피하진 못했다. 일단 지난해 말 신한울 1호기의 가동과 함께 올해는 신한울 2호기 가동을 앞두고 있어 당장 전력 수급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나머지 5기의 원전들이 수명 연한 문제로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자칫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원전 선진국인 미국와 프랑스 등에선 원전의 설계 수명을 60년에서 80년까지 설정, 우리나라에 비해 최대 2배 가량 긴 편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준공 당시 원천 기술 사용기한 설정으로 인해 40년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원전의 운전 허가 기간이 40년이라고 한 것은 준공 당시 기술 시한에 맞춘 것으로 실제론 40년이 지났다고 해서 원전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에선 운전 허가라는 개념이 없고 10년마다 안전 진단을 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설계 수명이 임박한 국내 원전들이 연이어 가동을 중단할 경우 에너지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위당 전력 생산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원전의 비중이 줄게 되면, LNG(액화천연가스)나 석유 등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데 원자재 가격 폭등 국면에서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달까지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량은 약 2만3천MW~2만4천MW 등이었고, 같은 기간 동안 LNG는 4만1천MW~4만3천MW 등으로 집계됐다. 전력생산량은 약 1.5~2배가량 차이를 보였지만 비용은 3배에서 많게는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 비용은 같은 기간 동안 약 5000억~9400억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LNG는 1조 9천억~4조 8천억 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발생 이후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급난이 벌어지면서 가격 폭등이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비중 확대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유럽 내에서도 독일은 탈원전 행보를 택했지만, 프랑스는 외려 원전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까지 독일 내 원전 발전량은 약 10%를 차지했지만, 최근 마지막 남은 원전 3개를 중단했다. 반면 프랑스는 오는 2035년까지 원전 6기 추가 증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프랑스는 원전으로 만든 전력이 남으면 인접한 국가들에게 판매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를 수입하는 것도 수출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전 비중을 마냥 높이긴 힘든 구조"라며 "경직성 에너지인 원전 비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시장에 가격 신호를 주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 말고는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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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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