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곤궁한 한전…20조 자구안 위해 인건비·조직 다이어트

이정현 기자 2023. 4.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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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비상경영체제 돌입 후 보유 자산 등 매각은 이미 진행 중
한전 사장 "뼈를 깎는 인건비 감축" 강조…국민 체감 대책 내놓을까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한전이 지난해 실적 32조 60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6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레이어 합성. 2023.2.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여당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전력공사(015760)의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미 한전과 산하 발전6개사는 지난해 5월 이후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재정건전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소위 '팔 수 있는 보유자산은 모두 판다'는 식의 재정효율화 대책을 펴고 있는데, 한전은 여기에 더해 항후 5년간 20조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위한 추가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임직원 임금조정 등의 고강도 대책이 포함될지 관심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민당정, 전기요금 인상은 '공감'…"한전, 고강도 자구책 내놔야"

23일 정부·여당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1일 정승일 사장 명의의 발표문을 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 조직 인력 혁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및 국민편익 제고방안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협의를 주도하고 있는 여당의 질책에 따른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물가 장기화 속 서민가계 부담으로 유보했던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인상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는 각계 여론수렴을 거쳐 '인상 폭'을 조율 중인 단계다.

여당은 전기요금 결정 체계에 따른 우리나라만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금의 한전 적자 사태를 키웠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렇더라도 한전의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책임을 묻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비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가진 민당정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전과 가스공사도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하는 부분을 이해해야 (국민들도) 요금인상 문제를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선(先)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4.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작년 5월부터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있는 한전…이제 직원 인건비도 줄일 판

한전의 소위 '마른 수건 짜기'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2021년 5조8000억원, 지난해 1분기에만 7조7800억원의 적자가 이어지자 당시 한전은 발전자회사들과 재무개선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지금도 이 상태는 유지 중이다.

당시 한전과 전력그룹사 사장단은 발전연료 공동구매 확대, 해외발전소 및 국내 보유 자산매각 등을 통해 6조원가량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적자 규모가 더 확대하는 등 재정 위기가 더 심각해지자 정부는 대책을 요구했고,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겠다며 목표치를 끌어 올렸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번에 또 다시 거듭된 여당의 고강도 자구책 마련 요구에 향후 5년을 목표로 한 '20조원의 재정 건전화 추진계획'도 제시했다.

정 사장은 입장문에서 "한전 및 발전 6사를 포함한 전력그룹사(10개)는 전기요금 조정에 앞서 국민부담이 최소화 될수 있도록 20조원 이상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미 추진 중인 재정 건전화 계획에 더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한전은 지난해까지 5조5000억원의 재무개선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도 비용절감·사업조정·자산매각 등을 통해 3조3000억원의 재무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소위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있는 한전에게 남은 재무개선 방안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정 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강도 높은 임직원 인건비 조정이 거론되는데, 여당 등이 지적하고 있는 '진정성' 측면에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다.

천문학적인 재정난 속에서도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이들 에너지 공기업 직원들의 인건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탓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전·가스공사에서 제출 받은 두 공기업의 연도별 수익성 및 복리후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만3563명의 직원 중 15.2%인 3589명의 급여가 1억원 이상이다. 가스공사 역시 4126명 중 34.3%인 1415명이 억대연봉자다. 지난해보다 각각 301명, 473명 늘었다.

물론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급여가 높은 임원급 직원들에 대한 임금인상분 반납을 적용 중이지만, 여전히 이들의 높은 처우에 대한 반발은 큰 상황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당정 간담회에서 "한전 직원들이 가족명의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고, 내부 비리 적발 자체 감사결과를 은폐하고, 온갖 방만경영과 부패로 적자를 키워놨는데도 어떠한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 달라하기 전에 한전·한국가스공사(036460)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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