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억 벌겠다"…넷플릭스·디즈니가 찾는 스튜디오미르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스튜디오미르를 가다
글로벌 OTT 메이저 3社가 고객
권재현 CFO “보유현금 250억
他업종 IP 확보에 힘쓰겠다”
북미 공략 강화 … 亞 진출도 계획
투자자 위한 ‘다양한 카드’ 검토
百聞不如一見.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6년 8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점을 물어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국내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1등’ 타이틀을 가진 스튜디오미르.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 159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증거금 3조8827억원이 몰리더니 지난 2월 7일 상장하자마자 ‘따상’(공모가의 2배 상승 후 상한가 마감)을 맛본다. 공모가 1만9500원인 이 주식은 첫날 5만700원에 거래 마감 후 같은 달 9일 장중 고점인 6만4100원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21일 종가는 4만350원. 고점 대비 37.05% 하락했다. 이에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에 위치한 본사와 3D(3차원 컴퓨터 그래픽)본부를 21일 찾아갔다.
3D본부 50여명 근무…넷플릭스 등 계약 작품 작업 한창
본사에서는 주로 2D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뤄지는데 1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회의실 공간이 크지 않아 3D본부로 장소를 옮겼다. 도보로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3D본부는 5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2~4개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회사 측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회사들과 맺은 계약 때문에 작품을 밝힐 순 없지만, 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디즈니에 공급할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쓰고 일하는 직원들도 간혹 보였다. 박종현 경영지원부 직원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내 문화로 복장에 제약이 없고, 밤샘 작업하는 분들을 위한 수면실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휴게실 냉장고에는 간식류와 맥주도 구비돼 있었다.
스튜디오미르는 2010년 10월 28일 유재명 대표이사(52)가 설립했다. 미르(MIR)는 1986년 발사된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이름이다. 러시아어로 평화를 뜻하는 ‘MIR’는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과 러시아 간의 우주개발 경쟁의 산물로 탄생했지만, 오히려 상호협력을 통해 더 큰 과학적 진보를 이뤄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12개국 우주인 104명에 의해 1만6500여건의 과학실험이 수행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우주정거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스튜디오미르는 이 우주정거장 MIR가 남긴 ‘협력을 통한 진보의 정신’을 기반으로 회사명을 지었다.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국내 1등 … 3년 새 매출 2배·영업익 10배 증가 기대
스튜디오미르의 강점은 총괄 제작이다.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은 스토리 기획, 원화 및 동화 제작, 편집 및 녹음 과정을 거치는데 총괄 제작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제작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수주 단가가 높고 장편 작품 수주에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과정으로 비유하면 설계와 시공을 모두 책임지고 마친 후 발주처에 돌려준다.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이다.
회사를 이끄는 유재명 대표는 2006년 美 최고의 애니메이션상인 ‘애니어워즈’를 수상한 실력파다. ‘33년 애니메이션 한우물’이다. 스튜디오미르에는 유 대표를 포함해 ‘위처:늑대의 악몽’ 감독이었던 한광일 이사 등 19명의 감독이 일한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본사로 팬미팅을 올 정도다. 주요 작품으로는 첫 방영 당시 450만명 시청자를 기록해 美 전체 케이블 프로그램 4위를 차지한 ‘코라의 전설’과 넷플릭스 콘텐츠 종합순위 6위를 한 ‘도타: 용의 피’ 등이 있다.
글로벌 OTT사와 계약 시 총괄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권재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매출액 330억원과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 2배, 영업이익 10배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250억 실탄 장전 … 他업종 IP 확보 노력할 것”
권 CFO는 올해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상장으로 인한 자금조달로 보유 현금이 250억원 정도 있다”며 “다른 업종(게임·웹툰)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등 추가 IP(지식재산권)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밖에 안 된다. 신사업 일환으로 국내 게임사의 신작 영상 판권을 따냈다. 또 “매출 다변화를 위해 북미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량이 적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권 CFO는 “경영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며 “기관투자가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무상증자 카드’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이날 회사를 방문했을 때 다른 기관투자가와 1시간 넘는 미팅을 하고 있었다. 권 CFO가 맥쿼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여의도 인맥’이 풍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직원에 따르면 “하루 2~3팀 정도가 콘텐츠 사업 모델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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