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출시 짜장라면 대명사 농심 '짜파게티'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김동현 기자 2023.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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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인스턴트 짜장라면 업그레이드 한 짜파게티
짜장면과 스파게티 합성어로 라면시장서 '돌풍'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39년째 통하는 광고 카피가 있다. 1984년 3월 출시된 대한민국 대표 짜장라면 짜파게티는 39년간 소비자들과 호흡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장면의 영역을 위협하며 독자적인 맛으로 대체 불가능한 맛의 영역을 키운 짜파게티.

과거 국내의 한 예능프로그램이 유행시킨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짜파구리 레시피는 202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라면 레시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자장면을 라면으로 만든 농심

농심은 1970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최초의 인스턴트 짜장라면을 개발했다. 짜장라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들은 전국의 짜장면 맛집을 돌아다니며 완벽한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가게에서 레시피를 배우며 방법을 찾았다.

70년대 선보인 인스턴트 짜장라면은 발매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농심은 하루에 최고 9000여박스까지 생산을 했지만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후 농심은 1978년 '삼선자장면'을 선보이며 짜장라면 시장을 이끌었다.

80년대 들어 농심은 기존 짜장라면의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경영진들은 짜장라면 신제품 개발 방향을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 '푸짐한 건더기', '한층 진한 맛' 등 3가지로 정했다.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는 의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어느 날 연구원이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 알갱이처럼 모두 같은 맛이 나는 스프를 만들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이는 모래처럼 고운 가루타입의 과립 스프로 탄생했다.

맛도 끌어올렸다. 중국집 주방에서 화덕으로 볶은 간짜장 맛을 재현하기 위해 춘장과 양파를 볶아 만든 스프로 맛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푸짐한 건더기와 맛을 부드럽게 끌어올리는 조미유로 진한 짜장맛을 재현했다.

이렇게 탄생한 짜파게티는 기존 150원대 제품보다 50원이 높은 200원대 가격에도 인기를 끌었다. 간짜장과 완벽하게 똑 같은 맛은 아니지만 간짜장과 비슷하면서도 짜파게티만의 독특한 매력이 오히려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짜장면과 스파게티가 조합된 브랜드명

짜파게티는 '짜장면'과 '스파게티'의 합성어다. 지금은 짜파게티라는 브랜드명이 익숙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짜장면의 최대 소비층인 어린이들의 관심을 끄는데 매우 효과적이였다.

당시 출시된 짜장라면의 이름이 대부분 '00짜장'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짜파게티는 감각적인 네이밍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단번에 끌며 라면시장에 진입했다.

전국민에게 사랑받았다는 증거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짜장면 박물관에는 국내 짜장면의 역사와 가격, 옛 짜장면의 모습과 함께 짜파게티를 전시할 정도다.

너도 나도 “짜파게티 요리사~”

짜파게티가 국민라면이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광고도 있다. "짜라짜라짜 짜~파게티~",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일관된 광고 카피로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주말에 앞치마를 두르고 짜파게티를 끓이는 아빠, 가족에게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아들 등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광고는 '나도 짜파게티를 손쉽게 끓여 온 가족과 함께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들었다.

초창기 광고모델로는 국민 엄마 강부자를 비롯해 짜파구리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윤후 부자, MZ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주현영 등이 짜파게티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전세계인 도전의식 자극한 짜파게티

짜파게티는 모디슈머들이 '나만의 레시피'를 뽐내는 제품 중 하나다. 유튜브에서 짜파게티를 검색하면 첫 번째로 '짜파게티 먹방'이 뜨고 인스타그램에는 짜파게티를 요리한 22만여 개의 사진이 뜬다.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는 짜파구리다. 예능프로그램이 유행시킨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짜파구리 레시피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며 글로벌 인기 레시피가 됐다.

2020년 2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자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잇따르며 일부 유통점에서는 짜파게티가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짜파구리가 라면을 섞어 먹는 레시피를 넘어 세계 속에서 한국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후 해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짜파구리를 제품으로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농심은 앵그리 짜파구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는 지금까지 맛과 품질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전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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