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연예인 잇단 극단 선택…청소년 '베르테르 효과' 경고등

이소현 기자 2023. 4. 23.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닷새 간 강남구에서 10대 3명 극단 선택
"감정의 전염성 높아…자기 처지 투영도"
"연예인 극단 선택도 영향…동일시 효과"
"소통 통해 극복해야…감정 중재자 필요"

[서울=뉴시스] 서울 강서구는 1차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자살예방 체계를 구축하는 '생명이음 청진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1차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강서구 제공) 2021.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10대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또래들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르테르 효과란 힘든 상황에 처한 일반인들이 극단 선택 보도를 접할 경우 이에 동조하거나 우울증 등이 악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엔 도곡동에 있는 중학교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남학생이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바로 전날인 지난 16일에도 10대 A양이 테헤란로 고층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특히 A양이 극단 선택을 하는 과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돼 큰 충격을 줬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닷새간 서울 강남에서만 세 명의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또래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이라고 하는 건 전염이 된다. 감정의 전염성은 청소년 시기 특히 높게 나타난다"며 "행동의 모방이라는 의미에서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들이 자기 처지를 투영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연예인의 극단 선택은 또 다른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25)이 자택에서 사망했는데, 범죄 혐의점이 없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 교수도 "청소년들은 본인이 열망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 대상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일시하는 연예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보잘 것 없구나'하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무용수들이 지난해 9월7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슬로건(사람을 더하세요)의 의미를 담은 공연을 하고 있다. 2022.09.07. kgb@newsis.com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보면 국내 0~17세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지난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보였다. 극단 선택은 아동·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다.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임 교수는 "힘들수록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청소년들끼리, 또래도 좋다"며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충격 받았다, 힘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더 자주 소통하는 게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도 "중간에 학교 선생님 같은 분들이 '감정의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양 추락 동영상 녹화본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다수의 청소년들이 이를 시청한 만큼 플랫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 교수는 "동영상 유포를 보다 엄격하게 차단해야 한다"며 "국가 또는 정부 차원에서 포털 규제를 하든지, 제한하지 못한다면 강력하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극단 선택을 둘러싼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과 관계부처도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A양이 숨진 배경에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있다는 의혹 관련,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해당 게시판의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A양에 대한 2차 가해와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방심위는 경찰이 요청한 내용을 검토 중이며, 조속히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ning@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