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다시 힘차게" 5살부터 82살까지 롯데월드타워 123층 올랐다
기사내용 요약
잠실 롯데월드타워 '2023 스카이런(SKY RUN)' 대회 22일 성료
'남여노소' 2000명 참여 역대 최대 규모…총 2917개 계단 올라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5살 최연소부터 82살 최고령까지 남여노소 2000여 명이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계단에 올랐다.
지난 22일 열린 '2023 스카이런(SKY RUN)'은 글로벌 인증 수직 마라톤 대회 11개 중 가장 많은 계단을 오르는 고난도 대회로 꼽힌다. 높이가 무려 555m, 계단 수는 2917개에 달한다.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경쟁 부문만 1200명, 비경쟁 부문 포함 총 2000명이 참가했다.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과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국내 재활치료 환아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롯데가 기획했다.
롯데월드타워 만의 대표 시그니처 행사다. 특히 이번 대회는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다시 힘차게, 새롭게’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의 류제돈 대표는 행사에 앞서 "앞으로도 스카이런이 착한 대회, 자랑스러운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첫 레이스의 시작은 오전 9시 30분. 일찌감치 대회 참가를 위해 롯데월드타워 1층 아레나 광장 앞엔 다소 찬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반소매,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있었지만, 올해는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만큼 참가자들도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관악구에서 온 유예진(31) 씨는 "1등하면 상금 123만원을 준다고 한 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 참가하게 됐다"며 "건강하게 완주하는 게 목표지만, 꼭 1등하겠다는 마음으로 하체 운동 열심히 하면서 준비했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엔 경쟁 부문 1200명, 비경쟁 부문 800명 등 총 2000명이 참가해 2017년 대회 시작 이래 가장 큰 규모였다. 경쟁 부문 대회가 먼저 열렸는데 첫 5명이 동시에 출발했고, 이후 한 사람씩 차례로 올라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5명 선발대로 나섰던 노현우(35) 씨는 21분 만에 123계단을 올라왔다. 그는 "마라톤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수직 마라톤은 롯데월드타워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라며 "작년에도 21분 만에 완주해서 올해는 19분을 목표로 잡았는데 작년과 똑같은 기록이라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노 씨는 경쟁 부문 4위를 기록했다.
올해 스카이런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만큼 처음 참여한 사람도 많았지만, 노 씨처럼 지난 대회에 참여했다가 기록을 깨기 위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
또 일반적인 마라톤과 달리 다리를 들어 올려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인 만큼 70~80층 사이 '고비'를 맞게 되고 그 이후엔 고지가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오르게 된다는 후기가 많았다.
용인에서 온 48살 강민영 씨는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지만 이번 스카이런은 60~70층 사이 오니 숨이 너무 가쁘고 심장이 벌렁거려 힘들었다"며 "다음엔 운동을 더 하고 와서 3~4분 정도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규모 행사인 만큼 주최 측은 안전 운영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3개 층마다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안전 사고를 예방했다.
1층과 123층, 피난안전구역 5개 층(22층·40층·60층·83층·102층) 등 총 7개 구역에 응급 구조사를 배치하고, 구급차 3대와 의료진도 긴급 상황에 대비했다.
최연소 참가자 박재희(5) 군은 부모님 손을 잡고 경기도 의왕에서 이곳을 방문했다. 박 군 가족은 롯데월드타워를 좋아해 자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아들이 계단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고, 마침 스카이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신청한 것이다. 이날 대회를 위해 박 군 가족은 14층 높이의 아파트를 오르며 연습했다.
박 군은 "다 올라가면 메달을 준다고 했다"며 완주하겠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군의 엄마 이지혜(36) 씨는 "후기를 보니 80층이 고비라고 하는데 아들이 힘들어하면 업고서라도 가려고 한다"며 "우리는 완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최고령자인 82살 최재홍 할아버지는 집 근처 도봉산을 오르며 다진 근력으로 이번 도전에 나선다. 최 할아버지는 "평소 술·담배도 안 하고 도봉산에 오르며 운동하는 걸 좋아하데 스카이런에 꼭 참여하고 싶어 손녀에게 부탁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도전엔 손녀 최예림(29) 씨도 함께 한다. 최 씨는 "할아버지가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신청해드렸고, 혹시라도 계단을 오르다 쓰러지실까봐 오늘 같이 오르려 한다"며 "기록이 아닌, 건강하게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제 대회에 참여해 기록을 낸 경험이 있는 일본인 우에스기 히로카즈(39)씨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행사보다 하루 일찍 한국을 찾았다.
20층 높이 도쿄타워를 2분 11초 만에 오른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 스카이런 대회에서 123층 계단을 16분 내외로 오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수직 마라톤이 유행이라 주 1회씩 연습했고 200~300 계단씩 올랐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 기록을 낸 사람은 19분 46초 만에 123층을 오른 전북 군산에서 온 김창현(24) 씨였다. 그는 지난해 23분 40초란 기록을 세웠는데 1년 만에 4분가량 기록을 단축시킨 것이다. 지난해 계단을 오르며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올해 대회에 적용한 결과였다.
김 씨는 "절대 뛰지 않고 두 칸씩 난간을 잡고 오르는 게 비법"이라며 "난간을 잡고 오르면 부담이 다리 뿐 아니라 몸으로 분산돼 훨씬 가볍게 오를 수 있는데 작년 대회에선 50층 때부터 그걸 알게 됐고, 올핸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올랐더니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3층을 오르는 동안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김 씨는 "사실 70층까지 올랐을 때 목에서 피맛이 나는 듯 해 계속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시간을 보니 기록이 꽤 괜찮아서 끝까지 갔는데 1등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1등한 소감을 묻자 그는 "예상 밖의 승리라 너무 행복하다"며 "123만원 1등 상금으로 한우를 사먹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여성 부문에선 24분28초 만에 123층에 오른 정혜란(29) 씨가 1등을 차지했다. 그는 2019년 처음 대회에 참가해 30분이란 기록을 세웠다가 올해 그 기록을 깨고 순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정 씨는 "평소 마라톤 크루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수직 마라톤은 이색적이라 참여하게 됐다"며 "1등 했다는 것이 너무 좋고 허벅지 근력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쟁 부문 중 기록이 우수한 1등부터 3등까지 남녀 참가자들은 트로피와 함께 각각 롯데 상품권 123만원권, 시그니엘서울 스테이 2인 식사권, 푸마 운동용품 세트 등 시상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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