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무비] ④'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강성희 씨 여의도 오다

김동철 2023.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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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영상이 문자를 압도하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연합뉴스는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발맞춰 전북지역 현안과 사건·사고를 톺아보고 이를 영화, 문헌과 접목해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하는 기사를 2주에 한 번씩 10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국회 의사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미국 잭슨시 상원의원이 급사하자 또 다른 상원의원인 조지프 페인(클로드 레인즈)과 후원자는 후임으로 그들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허수아비'를 찾는다.

이들은 이권이 걸린 댐 건설에 반대하지 않을 인물을 찾다가 순박한 이상주의자이자 소년 유격대 지도자인 제퍼슨 스미스(제임스 스튜어트)를 차기 의원으로 지목한다.

아이들과 다람쥐나 잡으러 다니는 시골 청년이야말로 꼭두각시로 적격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워싱턴으로 간 스미스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미국의 이상을 배우도록 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의욕적으로 고향에 소년 유격대 캠프를 만들기 위한 입법에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캠프 위치가 댐 공사 현장인 탓에 페인과 후원자는 스미스를 회유하지만 실패한다.

페인은 스미스가 댐 공사 현장에 토지를 가졌다는 모략을 꾸며 가짜 발표를 하고 스미스는 제명 위기에 처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스미스는 비서 손더스(진 아서)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결백을 증명하고 댐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 등을 막기 위해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를 시작한다.

결국 스미스는 2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실을 밝히고 미국 헌법을 읽으며 버티다 쓰러진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려는 순간 그의 투쟁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정치생명이 끊길까 봐 두려워 스미스를 모함했던 페인이 양심선언을 한다.

소년 유격대 아이들은 거대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스미스의 '담대한 투쟁'을 소식지에 담아 방방곡곡에 퍼뜨린다.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이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이 제작한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Mr.Smith Goes to Washington·1939년 개봉)는 후대에 '최고의 정치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어수룩한 스미스가 의원들의 사욕을 위한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장시간 필리버스터 하는 시퀀스는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정치적 사안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언론과 부패한 정치인 등 현실과 맞닿은 부분도 적지 않다.

영화에는 특혜 관련 비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어 워싱턴 정계인사 일부는 2차 세계대전의 위기에 휩싸여 있던 당시에 개봉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성희 의원선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에서도 대중에 낯선 정치신인이 여의도에 당도했다.

주인공은 지난 5일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

강 의원은 민주노총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 출신 노동운동가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완주군의원 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고물가 지원금 100만원 지급과 옛 대한방직 부지의 금융허브복합센터 개발, 농협중앙회 이전, 한국투자공사를 비롯한 금융공기업 유치, 전북형 공공은행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전국의 진보당원들이 결집해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챙기고, 새벽 운동 나온 주민들과 호흡하며 거대 양당과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진보당 앞길에 비단이 깔린 것은 아니다.

진보당이 소수정당인 데다 강 의원의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강 의원은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란 말을 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이다.

거대 정당도 민심에 어긋나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게 이번 재선거에서 확인됐다는 게 강 의원의 판단이다.

강 의원은 "결국 핵심은 민심이다.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 정치개혁이라는 민심에 부응해 의정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그러면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 속 스미스는 신념으로 중상모략 정치를 바꾸려 하나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역시 의로운 일은 외롭군요"란 스미스의 탄식에는 기존 정치권의 배타성과 공고함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 석의 기적'을 이룬 강 의원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동안에 거대 양당 체제의 정치판을 뒤흔들어 놓을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보당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과 영호남을 중심으로 지역구 80여곳에 후보를 낼 방침이다.

※ 참고 문헌 :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책임 편집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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