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핵 보복 타격 능력 개발중"…획기적 '확장억제' 나오나
"확장억제 '약속' 그쳐선 안 되고 제도적 실행 시스템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핵 선제타격 능력에 이어 보복 능력인 '2차 타격'(2격) 능력을 개발 중이라는 평가가 미군에서 나왔다. 한미가 협의 중인 확장억제력 실행 체계에 획기적인 방안을 도출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예산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확고하며 그는 신뢰할 수 있는 2차 타격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문회에 참석해서는 "지난 1년여 동안 그(김정은)는 매우 다양한 역량을 보여줬으며 이 모든 것이 2차 타격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북한의 2차 타격 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긴 했지만, 미군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드문 일이다.
북한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KN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 등으로 남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며, 일본과 괌 미군기지, 미 본토를 타격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액체·고체연료 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서는 "감당하지 못할 핵반격 구축", "치명적인 핵반격능력",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 급진전" 등 표현을 동원해 2차 타격 능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2차 타격 능력도 개발중…ICBM·핵잠수함·SLBM 등
1차 타격(first strike·1격)과 2차 타격(second strike·2격) 개념은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정책에서 비롯된 용어다.
1격은 적의 핵전력을 무력화해 핵 보복 능력을 상실케 하는 것이 목표인 핵 선제타격을 말한다. 그런 목표를 약간의 손해만 입고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1격 능력이라고 한다.
적의 ICBM 발사 감지 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지하시설(사일로)에 있는 ICBM을 발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1격이다. 경보즉시발사(LOW) 계획에 따른 것인데, 이런 능력이 핵보유국 간 핵전쟁을 막는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을 유지토록 해준다.
2격 능력은 적의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는데 그 수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대표적이다.
지상의 핵시설이 무력화해도 수중 잠수함은 생존할 수 있어 즉시 반격이 가능해서다. 2격은 공격받은 뒤 30∼40분 안에 진행할 수 있어야만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는 억제력으로 의미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1격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ICBM을 미국의 선제공격 시 '핵반격' 즉 2격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 첫 시험발사를 지도한 자리에서 "화성포-18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억제력 구성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18형의 임무가 2격인 '핵반격'에 있음을 의미한 것이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가 터널 속에 정차한 화성-18형 탑재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야지에서 기동하는 TEL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2격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은 23일 "2격 능력 측면에서 이번 화성-18형 시험 발사는 첫 발사임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평양 근교의 야지를 발사 장소로 선택하고 갱도-도로-야지 순으로 전개한 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이는 2격 위협을 실증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8일 ICBM '화성-15형' 발사 때는 "불의적으로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은 적대세력들에 대한 치명적인 핵반격능력을 불가항력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 전략핵무력의 끊임없는 노력의 실증"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고체연료 ICBM 개발 과업을 거론하며 "신속한 핵반격능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또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체계를 개발할데 대한 과업이 제시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 극초음속 무기 개발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1만5천㎞ 사정권 내 타격명중률 제고 ▲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등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은 2격에 동원할 무기로 꼽힌다.
이 중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는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을 개발해 워싱턴DC나 뉴욕 등을 동시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이들 2격 무기체계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반격태세 효용성 급진전"도 미국을 겨냥한 2격 능력이 급신장했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북 "맞받아칠 힘 가지면 그만" 위협…확장억제 제도적 시스템 구축해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그 누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두철미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부득불 핵을 가지게 되였다는데 우리 핵보유의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핵위협에 맞받아칠수 있는 힘만 가지면 그만이며 절대로 그 누구의 인정도, 승인도 추구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탓에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한 것이란 논리가 깔려 있다.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1격 능력에 이어 이처럼 미국에 대한 2격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이 문서상 '공약'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6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기획그룹(NPG)에 버금가는 한미 간 확장억제력의 제도적 실행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핵 사용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미 위기협의 시스템 발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곧 실효성을 더욱 보장하는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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