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전국 325만 가구, 전세사기 피하는 방법은
실거래가·등기부등본·전입신고는 '기본'
노력해도 조직적 전세사기엔 '속수무책'
근본적으로 공인중개사법 등 개정해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최근 온라인상에선 '전세사기 당하지 않는 법'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일부 전세사기의 경우 공인중개사마저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며, 임차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검증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에서다. 세부수법은 다양하지만, 부동산의 적정 시세나 임대인의 세금체납사실 등 임대차 관련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실거래가·등기부등본·보증보험·전입신고는 '기본'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임차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계약하고자 하는 매물의 실제 시세 파악이다. 일반적으로 '근저당(채권최고액)+내 전세 보증금'이 '실거래가의 70%'를 넘으면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국토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시세를 직접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최근 거래내역을 통해 실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선 선순위채권과 근저당 등 임대인의 부채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대출이 많거나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엔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서 작성 직전, 잔금 입금 직전까지 다른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확인해야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세대주택인 경우엔 '전입세대 열람 확정일자'를 확인,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세금반환 보증보험'도 필수 안전장치로 꼽힌다. 전세 계약이 끝났을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부동산 계약 초기 단계에서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매물인가요"라는 질문으로, 불량 매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입가능 여부는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에게 묻는 것보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보증기관은 임대인이 신용불량자인 경우 등 추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매물을 꼼꼼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부터 확대·시행된 미납국세열람제도를 통해 임대인의 미납 국세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차계약을 체결(보증금 1,000만 원 초과)했다면 임대차 기간 시작 전이라도 세무서를 찾아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 국세를 확인할 수 있다.
계약서를 쓸 때에는 집주인 당사자가 맞는지 신분증과 인감증명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대리인이 계약하러 왔을 경우에도 집주인과 직접 통화해 계약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집주인은 월세로 계약하고자 했는데, 대리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받은 후 월세보증금과 전세액 간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도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도, '국가공간정보포털'을 통해 자격 당사자인지, 정상 영업 중인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자격자가 공인중개사를 자처해, 전세자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를 쓴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일이다. 전입신고를 미룬 틈을 타, 임대인이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해 버리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 동안 등기부등본상의 어떠한 권리변동도 하지 않는다" 등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넣는 팁도 공유되고는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속한 전입신고다. 계약 이후엔 수시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세 거주' 전국 325만 가구…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꼼꼼히 확인하더라도, 신축빌라처럼 실거래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례나 또는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려는 일당 앞에서는 누구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일명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 A씨는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계약했던 집 거래 시세를 실제 가격보다 높게 판단했던 이유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체결한 계약을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실거래가는 LH 인천 지역 간부가 뇌물을 받고 개입해, 미분양 오피스텔을 고가로 매입해 높였던 것이었다. A씨는 "60건이 넘는 거래가 모두 LH 간부가 뇌물을 받고 고가로 매입하게 했던 거래라고 누가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냐"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가 계약 시 임차인을 안심시키는 목적으로 제시하는 '공제증서' 또한 허점으로 꼽힌다. 공인중개사협회가 보장한다는 공제증서에 적힌 '보상 총액'은 한 해 동안 해당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를 기준으로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상 총액이 2억 원일 경우,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수백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도 공인중개사협회는 2억 원까지만 보장하며, 이마저도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위험성 큰 전세계약 피할 수 있는 제도 마련해야
일각에선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사금융 성격으로 활용됐던 데다, 국민의 15.5%(약 325만2,000가구·2020년 기준)가 전세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임차인들이 믿고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는 공인중개사의 책임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월 31일에 발간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강화 입법 모색'에서, "정보 비대칭 해소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의 핵심"이라면서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선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법에는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 시 확인·설명 미비 등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중개대상물에 대해 확인해야 하는 사항에 소유권·전세권·중개보수 등만 포함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핵심 정보인 주변시세와 세금체납 여부에 대해선 빠져 있다.
입법조사처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주변시세와 미납국세에 대한 설명의무를 규정하며, 위반할 경우 해당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을 지도록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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