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긴 게 죄인 시대라니, 왜? 틱톡 때문에!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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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부터 던져본다.
"현재 대중음악계에 가장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는 플랫폼은 무엇인가?"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유튜브"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현재 틱톡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게 다 틱톡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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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부터 던져본다. “현재 대중음악계에 가장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는 플랫폼은 무엇인가?”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유튜브”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라, 뭐 틀리진 않는다. 그러나 딱 하나만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이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틱톡(TikTok)이다. 틱톡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무려 30억 회가 넘는다.
틱톡이란 무엇인가. 요약하면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국적이 중요하다. 틱톡은 미국 회사의 작품이 아니다. 중국 회사가 만든 것이다. 현재 틱톡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각국에서 금지했거나 금지를 검토 중이다. 관련 뉴스를 찾아보면 내가 왜 국적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미국이다. 통계에 따르면 틱톡의 월간 사용자 수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미국만 1억5000만명이 넘는다. 10분이 1이 넘는 엄청난 시장인 셈이다. 여기, 한국에서도 10대와 20대들이 틱톡을 거의 끼고 산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틱톡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사용시간이 훨씬 길다. 유튜브(74분), 인스타그램(51분), 페이스북(49분)과 비교해 틱톡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95분에 달한다.
틱톡은 무엇보다 음악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첫째로, 러닝타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데 영향을 줬다. 모두가 3분도 길다고 말한다. 차트 100위권 안을 들여다보면 2분짜리 곡이 거의 대부분, 그중에는 2분 안에 끝나는 곡도 있다. 나는 라디오에서 매주 금요일(정확히는 토요일 새벽)마다 ‘노래가 긴 게 죄는 아니야’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그러나 추세만 놓고 보면 노래가 긴 게 죄인 시대가 됐다.
틱톡을 통해 흥한 뮤지션은 이제 차고도 넘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틱톡 BGM으로 유명해진 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ce)’로 빌보드 차트 1위를 8주 연속 거머쥔 뒤 슈퍼스타가 됐다.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 역시 틱톡 출신(?)이다. 그는 저스틴 비버와 함께 발표한 싱글 ‘스테이(Stay)’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4주간 머물렀다. ‘스테이’의 러닝타임은 2분21초다.
내가 계속해서 러닝타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여러분이 이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렇게 적어보기 바란다. 스페드 업(Sped Up). 리스트가 끝도 없이 펼쳐질 것이다. 해석하면 ‘속도를 올린’ 버전쯤 되는데 간단하게 원곡을 조금 더 빠르게 감은 거라고 보면 된다.
최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던 곡으로 한번 비교해볼까. 시저(SZA)의 ‘킬 빌(Kill Bill)’을 보면 오리지널 곡의 러닝타임은 2분33초, 스페드 업 버전은 2분17초다. 그 결과, 묘하게 서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심지어 스페드 업 버전을 먼저 플레이하고 원곡을 감상하면 엄청나게 느린 것처럼 들린다. 이전까지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상대성 이론은 역시 위대하다.
그렇다. 이게 다 틱톡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다. 틱톡 이용자 중 3분의 2 이상이 BGM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찾아 다시 듣는다고 한다. 상당히 높은 유입률이다. 즉, 이젠 이 흐름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뮤지션들이 틱톡용으로 쓰라고 스페드 업 버전을 함께 발표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틱톡이 금지될지 어떨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가 과거에 그랬듯이 10대, 20대는 자신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또 찾아낼 테니까.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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