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가족 만나 여생을"...영주귀국 사할린 동포들의 소망
[앵커]
일제 강점기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 강제 이주해 살아온 동포들에 대해 정부는 1992년부터 영주 귀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할린 동포 약 4천7백 명이 이 사업을 통해 귀국한 뒤 전국 각지에 정착했는데요.
꿈에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지만, 또 다른 그리움도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권지수 PD입니다.
[기자]
흥겨운 노래에 맞춰 어르신들이 선생님의 율동을 따라 합니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의욕만큼은 넘쳐납니다.
사할린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다 모국에 정착한 동포들입니다.
평균 연령 85세, 총 68명의 어르신이 인천의 사할린 동포 복지회관에서 복지·의료 인력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 교육과 건강체조, 물리치료 등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진 하루하루의 일상.
하지만 가슴 한편의 허전함은 달래기 어렵습니다.
함께 살고 싶어도 한국에 올 수 없는, 러시아에 남은 자손들 때문입니다.
[우양임 / 1938년생·2013년 영주 귀국 : 우리 손자도 오고 싶어 합니다, 한국 마음에 든다고. 제 생각에는 자녀들이, 손자 손녀들이 한국으로 와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사할린 동포를 1945년 8월 15일까지 사할린에서 출생했거나 사할린으로 이주한 한인으로 정의하고, 영주귀국 사업 대상을 동포와 그 배우자, 직계비속 한 명과 그 배우자, 이렇게 최다 네 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손이 여러 명 있더라도 그중 자손 한 명, 그 배우자와만 함께 귀국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한국 입국이 까다로워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하늘길도 끊기면서, 가족 일시 방문 상봉조차 쉽지 않은 상황.
[성순태 / 1934년생·2000년 영주 귀국 : 섭섭하죠. 보고 싶죠. 그리고 코로나만 없었으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데). 코로나 전에는 왔다 갔다 했어요. 몇 번이라도. 근데 코로나 때문에 못 와 가지고 4년째 (못 오고 있어요.)]
국내에 정착했더라도, 안정된 생활 지원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 복지회관의 경우 어르신 약 70%가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연로해, 의료·간병에 드는 비용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소 인원 감소 등의 이유로 운영 자금 중 정부 지원금이 줄어든 데다 개인·기업 후원금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영은 /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 기획운영과장 : 국고가 10% 깎였기 때문에, 그 깎인 금액만큼은 어쨌거나 계속 소요되는 금액이고 해서 후원금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인데 후원금 모집에 어려움이 있고….]
이에 대해 최영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YTN 월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령의 사할린 동포에 대한 부양 필요성과 이산가족을 양산한다는 지적 등을 감안해 동반가족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사할린 동포법 개정안을 당정 간에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영주귀국 동포들의 불편 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십 년 전 한국을 떠나 극동의 타향에서 귀국을 바라온 사할린 동포들.
이들을 위한 더 도타운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월드 권지수입니다.
YTN 권지수 (kwonjs10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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