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서울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구축 목전 …신설동역·대흥역 공사 시작
2002년 당시 이명박 시장이 첫 약속…이동권 보장은 현재진행형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그간 고심해 왔던 신설동역·대흥역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단행한다. 두 역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설치가 곤란하다고 봤던 일부 역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면서 전 역사 1역사 1동선 실현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22년 전의 약속이 실현되는 셈이지만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교통공사는 지난 20일 지하철 6호선 대흥역·2호선 신설동역에 승강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위한 열람공고'를 공고했다. 대흥역은 3번 출입구, 신설동역은 9번 출입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통해 두 역에 1역사 1동선을 실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역사 1동선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지하철역 출입구부터 승강장까지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의 확보 여부를 말한다. 승강장이 아닌 대합실까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는 1역사 1동선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지하철 이용 전 과정을 혼자 힘으로 원활히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의 1역사 1동선 실현율은 94% 정도다.
◇곤란하다던 신설동역·대흥역에 엘리베이터…"전 역사 1역사 1동선 시간 문제"
신설동역·대흥역의 1동선 실현이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간 두 역이 서울 지하철 1역사 1동선 100% 실현의 마지막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등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불거지자 2024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일부 역사에 대해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교통공사 측은 "상일동역·고속버스터미널역·신설동역·까치산역·대흥역 5곳은 설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5개 역은 설치 경로에 사유지가 끼어있는 등 공간 활용상의 난점이 있어 1동선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교통공사는 신설동역·대흥역·까치산역의 설계 등에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공사로 동선이 갖춰지는 신설동역·대흥역은 물론 나머지 역사에 대해서도 1역사 1동선 실현 방안을 강구했다는 게 교통공사 측 설명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사유지와의 접촉 문제, 역사 시설(기계실) 이전 문제, 주변 건물과의 접촉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엮여있어 그간 5곳에 대해 설치가 어렵다고 봤다"면서도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드디어 엘리베이터 설치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설동역·대흥역뿐 아니라 나머지 3곳도 1역사 1동선 실현을 기정사실로 봐도 좋다"며 "공사 발주 기간의 차이일 뿐 3곳도 해결방안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22년 기다림' 끝나지만…이동권은 여전히 '글쎄'
서울지하철 1역사 1동선 실현 약속은 지난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 의해 처음 이뤄졌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로 장애인 노부부가 사망한 데 이어 2002년 발산역 리프트 추락으로 재차 장애인이 사망하자 이명박 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와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05년 서울시는 46개 역사에 대해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19군데는 기존 구조물 접촉, 13군데는 보도폭이 협소해지는 문제, 11군데는 승강장폭이 협소해지는 문제, 3군데는 민원과 도시계획사업을 이유로 들었다.
10년이 흐른 2015년에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시 장애인이동권선언'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서울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으나, 이 역시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재정난으로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설명이었다.
내년까지 전 역사 1동선이 완성되면 약 22년 만에 서울시의 약속이 지켜지는 셈이다. 과정은 매끄럽지 못 했으나 2001년 13.74%에 불과했던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결국 100%에 이르게 된 만큼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중교통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야 겨우 서울에서 장애인이 혼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을 뿐 저상 버스, 시외 이동 수단 등은 여전히 미비한 탓이다.
2021년 기준 시내 저상 버스 도입률은 서울의 경우 59.7%로 양호한 편이지만 전국 시·도 평균은 30.6% 수준이다. 시외버스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버스가 전국에 10대 남짓이어서 사실상 장애인의 선택권 바깥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역시 휠체어 등의 탑승 여건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번 공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지키겠다던 약속이 뒤늦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역간 이동 문제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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