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低응답률’에 고육책 내놓은 통계청, 14년만에 ‘조사 답례품’ 단가 인상
2009년 이후 14년만의 답례품 단가 상향
‘농립어업조사’도 ‘1만원 증정’ 신규 도입
낮아지는 응답률… 조사원 “범죄자 취급 속상”
통계청 조사인 걸 아는데도 제 신상을 이야기하기가 왠지 껄끄럽더라니까요. 통계 조사원분이 너무나도 간곡하게 부탁하시기에 고민 끝에 응했어요.
‘지역별 고용 조사' 표본 가구로 선정된 한 응답자의 말
통계청이 올해 통계 조사에 협조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답례 상품권’ 금액을 인상했다. 지역별 고용통계조사는 10여년 만에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고, 답례품을 증정하지 않던 농림어업조사에는 1만원짜리 답례품을 새로 도입했다. 높아진 물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도 하나, 신상정보 요구로 조사 협조에 거부감을 느끼는 풍조에 응답률이 저조했던 그동안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2023년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실시 중이다. 주목할 지점은 조사 협조에 따른 답례품 증정 금액이 기존 5000원(홈플러스·농촌사랑·온누리 상품권)에서 1만원으로 상향됐다는 점이다. 지역별 고용조사 답례품 단가가 인상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 ‘조사 답례품’ 통계청 예산 191억→219억원
올해 답례품 단가가 조정된 것은 지역별 고용조사뿐만이 아니다. 연 1회 실시하는 농림어업조사는 그간 응답에 따른 답례품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1만원씩 증정하기로 했다.
현재 통계 조사 협조에 따라 답례품을 지급하는 통계는 총 23종이다. 그중 지역별 고용조사 등은 그간 가장 단가가 낮았던 통계 항목이었던 탓에 현장 조사원들 사이에서 ‘응답자 설득에 더욱 애를 먹는다’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두 통계조사에 대한 답례품 가격 인상 및 신규 도입은 숙원사업이기도 했다”고 했다.
관련 예산도 늘었다. 지난해 통계조사 답례품 지급 명목의 예산 규모는 19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19억원으로 28억원 증가했다. 지역별 고용조사 대상 인원이 반기에 20만명, 1년에 40만명에 달하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지급 규모가 예산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이 단가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선 ‘고물가’ 상황이 있다. 지역별 고용조사 답례품이 5000원이었던 2009년 당시 소비자물가지수는 83.906(2020년=100)으로, 지난해(107.71)까지 28.4% 상승했다.
여기에 응답 대상자들의 비협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역별 고용조사의 경우 ‘취업했느냐, 실업 상태냐’ ‘3개월간 월평균 급여는 얼마나 되나’ 등 민감한 것들을 물어보다 보니, 대부분 답을 잘 안 해준다”며 “상품권을 주면서 도와 달라고 응답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최근으로 올수록 낮아지는 조사 응답률
실제로 가계동향조사 등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일부 국가통계의 경우 표본을 설정해 대면·비대면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통계청이 수집하는 총 1400여종 중 90여개가 이런 조사 협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보 유출에 민감해지면서 조사원들이 거절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한 통계조사원은 “중요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지만, 때로는 스토커나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사원은 “과거에는 비교적 농어촌에서 협조가 잘 되는 편이었다”면서도 “요즘은 ‘보이스피싱’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감이 워낙 퍼져 있다 보니, 어르신들도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답률은 저조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한달 치의 가계부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응답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인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수년째 60%대 수준에 머문다. ▲2019년 61.2% ▲2020년 65.3% ▲2021년 67.1% ▲2022년 63.2% 등이다. 비교적 응답 항목이 간단한 지역별 고용조사의 응답률은 ▲2018년 81.5% ▲2019년 79.1% ▲2020년 83.5% ▲2021년 83.5% ▲2022년 78.3% 등으로 평균보다 다소 높다.
법적으로는 통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불이익이 규정돼 있지만, 가계 조사와 관련해 일반인을 처벌한 적은 없다. 통계법에 따르면 인구주택총조사 등 통계청의 ‘지정 통계’와 관련, 자료 제출과 응답 요구를 거부·방해·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실제 부과 사례를 보면 고의로 지속해서 조사에 불응하는 사업체들에 대해 연간 20건 내외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통계청은 ‘스마트 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응답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조사 방법을 개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조사 대상자들의 적극적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된 모든 내용은 통계법에 의해 통계 작성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비밀이 엄격하게 보호된다”며 “표본으로 선정된 가구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확한 응답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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