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참수부대도 탄다"…북한군 머리 위에 뜰 첨단 특수헬기 정체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4. 23.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특수전 부대로 평가받는 네이비씰과 델타포스 등은 날씨에 관계 없이 어디든 비행할 수 있는 첨단 헬기를 타고 작전을 펼친다. 

적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고성능 특수작전 헬기가 없다면, 세계에서 당해낼 군대가 없다는 미 특수전 부대의 위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수전 부대를 대규모로 운용중인 한국군도 육군 UH-60과 CH-47D 헬기 개량형 일부를 특수전 침투용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보복) 전력 확충이 강조되면서 미군 MH-47과 유사한 첨단 대형 특수전헬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군 특수전부대가 사용하는 MH-47G 특수작전헬기. 한국군도 이와 유사한 기종을 도입할 계획이다. 보잉 제공
◆한국판 MH-47G 확보하나

방위사업청은 13일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에 대한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3조7000억원을 들여 국외 상업구매 방식으로 특수작전용 대형 기동헬기 수십대를 확보해 노후 기종을 교체한다. 이를 통해 육군 특수전 부대의 공중침투 능력을 확보하고 공군의 탐색구조 능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2차 사업비(3조7500억 원)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군 전력증강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조현기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 성능은 CH-47F와 대부분 같지만, 장거리 비행능력을 위해 2배 이상의 비행가능시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특수작전에 필요한 다기능레이더 등의 항법장비와 통신장비, 생존장비도 추가되어 예산규모가 크다. 정확한 규모는 사업타당성 조사 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 조현기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방위사업청 제공
현재 육군은 특수전 용도로 CH-47LR 6대, 공군은 구조작전을 위해 HH-47D 6대를 1990년대 도입해 운용중이다. 원형인 CH-47과 비교해 연료탱크 용량이 늘어나는 등의 개량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군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MH-47에 쓰이는 첨단 전자장비는 장착되지 않았고, 운용기간이 30년이 달하면서 노후화가 심해졌다. 이에 따라 군은 수년 전부터 MH-47와 유사한 기종의 도입을 추진해왔다. 

군이 특수작전에서 첨단 대형 기동헬기에 주목한 것은 ‘선택과 집중’ 원칙의 중요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특수작전헬기는 영화 ‘블랙호크 다운’에 등장했던 UH-60 계열을 먼저 떠올린다. 
미 육군 UH-60 의무후송헬기가 부상자를 구조하는 훈련을 하면서 장병을 헬기로 끌어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UH-60은 1974년부터 4000대 이상이 생산됐고, 정규전과 특수전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기종이다.

하지만 중형헬기라는 특성상 병력과 장비 수송에 제약이 있다. UH-60 헬기로 적진에 침투해 특수작전을 진행하려면, 여러 대로 구성된 UH-60 편대가 필요하다. 

침투 도중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으로 UH-60 중 한 대라도 격추되거나 불시착한다면,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 시도를 무력화하려면 고성능 전자전 장비를 다수 탑재해야 하는데, UH-60의 탑재능력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특수전부대가 헬기 침투 후 고기동차량, 보트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UH-60으로는 수송이 어렵다.

반면 MH-47은 4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태우고 600여㎞까지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MH-47 계열 중 최신형인 MH-47G는 전자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전자장비를 싣고 있어 생존성이 높다. 전술차량이나 침투용 보트 등의 장비도 함께 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군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기종은 CH-47F(보잉), CH-53K(록히드마틴), AW-101(레오나르도)이 거론된다. 방위사업청은 대상 기종 간 실질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획득비용이 높은 기종에 맞춰서 예산 등을 검토했다. 
미 육군 CH-47F 대형기동헬기가 험비 차량을 지상에 내려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CH-47F의 원형인 CH-47은 미군 등에서 특수전 용도인 MH-47로 개조되어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CH-53K은 기본형인 CH-5의 최신 기종이다. 특수전부대 침투와 재보급 등에 활용하고자 MH-53J 특수작전헬기로 개량해 운용한 적이 있다. 

◆최신 기동헬기 CH-47F도 구매  

육군이 쓰는 대형기동헬기 교체도 빨라지고 있다. 신속대응사단 창설 등으로 기동헬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제15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형기동헬기-Ⅱ 사업 기종으로 CH-47F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되며, 2028년까지 1조4900억원을 투입한다.

대형기동헬기-Ⅱ 사업은 1988년부터 운용해 수리부속 단종과 가동률 저하 등으로 인해 기존 CH-47D의 대체 기종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며 본격화됐다.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조종사 비행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 25일 경기도 이천 육군 항공사령부에서 열린 대규모 항공작전 훈련에서 CH-47D 헬기가 물자 공급을 위한 공중강습작전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처음에는 CH-47D 성능개량사업이 거론됐다. 하지만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측면에서 신규 구매가 더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성능개량을 할 때 기존 기체에서 재활용하는 부품과 새로 제작해서 적용하는 부품이 함께 쓰인다.

재활용 부품의 재생작업이 실패하거나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예비품을 준비한다. 이는 재생비 외에 예비품 확보비, 기술지원비 등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미국 측도 “기존 항공기(CH-47D) 노후화에 따라 재생품과 신형장비간 호환성, 불일치 증가가 예상된다”며 성능개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성능개량 과정에서 무전기를 제외한 한국형 임무장비(KVMF 등) 장착도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부품 단종 등에 따른 후속군수지원 문제도 지적되면서 군 내에선 신규 구매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군은 2021년 4월 대형기동헬기 소요를 결정하고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입찰공고와 시험평가 및 협상을 거쳐 CH-47F를 선정했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후보기종으로 미국 정부의 FMS 방식이 적용된 CH-47F와 더불어 일반 상업구매 방식으로 거래될 록히드마틴의 CH-53K를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두 차례의 입찰공고 결과 록히드마틴이 사업 불참 의사를 밝혀 FMS에 의한 수의 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다만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에서 CH-47F와 CH-53K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CH-53K는 미 해병대가 쓰는 CH-53의 최신 개량형이다. 지난해 미 해병대가 초기작전능력(IOC)을 선언했으며, 일부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이 도입할 CH-47F는 미군과 같은 장비로 한국형 통신 및 임무장비가 추가 장착된다. 
미 육군 CH-47F 대형기동헬기 편대가 험비 차량을 수송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체는 부식을 방지하고 조종석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구조로 개선이 이뤄졌다.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적용되는 엔진은 출력도 3700마력에서 4800마력으로 크게 증가했다. 디지털 자동비행조종장치를 통해 악천후 속에서도 제자리 비행 등을 할 수 있다.

야간항법장비와 신형 생존장비가 대거 적용, 어두운 밤에도 안전하게 비행해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높였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캐나다 등 다수 국가에서 600여대를 도입해 성능과 신뢰성도 국제적으로 입증됐다. 

이번 사업에서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CH-47F 공동구매계약에 참여, 비용을 절감하고 노후기종을 제때 교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미국의 공동구매계약에 참여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방위사업청 조현기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CH-47F 공동구매계약은 미 육군과 보잉 간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체결된 대량구매계약이다. 우방국이 FMS로 참여하면 CH-47F를 유리한 가격 조건에 살 수 있다. 처음에는 미측이 우리 측에 제안수락서(LOA) 발행을 늦추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 2022년 12월 내 계약 참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차례 협상을 해서 참여기한을 올해 6월로 연장했다. 그 결과 지난 3월에 기종결정 및 LOA 수락을 통해 공동구매계약에 참여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구체적인 비용절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밝힌 한국의 CH-47F 18대 구매 요청에 대한 비용은 15억 달러(1조9900억 원)였다.

대형기동헬기-Ⅱ 사업비는 1조4900억원. DSCA가 공개하는 비용이 실제 규모보다 다소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사업비가 상당히 절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헬기 전력이 북한군과 비교할 때 유일하게 양적, 질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세대 고속중형헬기 개발, 대형공격헬기 및 기동헬기 구매,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