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참수부대도 탄다"…북한군 머리 위에 뜰 첨단 특수헬기 정체는 [박수찬의 軍]
세계 최강의 특수전 부대로 평가받는 네이비씰과 델타포스 등은 날씨에 관계 없이 어디든 비행할 수 있는 첨단 헬기를 타고 작전을 펼친다.
적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고성능 특수작전 헬기가 없다면, 세계에서 당해낼 군대가 없다는 미 특수전 부대의 위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수전 부대를 대규모로 운용중인 한국군도 육군 UH-60과 CH-47D 헬기 개량형 일부를 특수전 침투용으로 쓰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13일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에 대한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3조7000억원을 들여 국외 상업구매 방식으로 특수작전용 대형 기동헬기 수십대를 확보해 노후 기종을 교체한다. 이를 통해 육군 특수전 부대의 공중침투 능력을 확보하고 공군의 탐색구조 능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2차 사업비(3조7500억 원)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군 전력증강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조현기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 성능은 CH-47F와 대부분 같지만, 장거리 비행능력을 위해 2배 이상의 비행가능시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군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MH-47에 쓰이는 첨단 전자장비는 장착되지 않았고, 운용기간이 30년이 달하면서 노후화가 심해졌다. 이에 따라 군은 수년 전부터 MH-47와 유사한 기종의 도입을 추진해왔다.
군이 특수작전에서 첨단 대형 기동헬기에 주목한 것은 ‘선택과 집중’ 원칙의 중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중형헬기라는 특성상 병력과 장비 수송에 제약이 있다. UH-60 헬기로 적진에 침투해 특수작전을 진행하려면, 여러 대로 구성된 UH-60 편대가 필요하다.
침투 도중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으로 UH-60 중 한 대라도 격추되거나 불시착한다면,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 시도를 무력화하려면 고성능 전자전 장비를 다수 탑재해야 하는데, UH-60의 탑재능력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특수전부대가 헬기 침투 후 고기동차량, 보트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UH-60으로는 수송이 어렵다.
반면 MH-47은 4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태우고 600여㎞까지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MH-47 계열 중 최신형인 MH-47G는 전자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전자장비를 싣고 있어 생존성이 높다. 전술차량이나 침투용 보트 등의 장비도 함께 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CH-53K은 기본형인 CH-5의 최신 기종이다. 특수전부대 침투와 재보급 등에 활용하고자 MH-53J 특수작전헬기로 개량해 운용한 적이 있다.
◆최신 기동헬기 CH-47F도 구매
육군이 쓰는 대형기동헬기 교체도 빨라지고 있다. 신속대응사단 창설 등으로 기동헬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제15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형기동헬기-Ⅱ 사업 기종으로 CH-47F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되며, 2028년까지 1조4900억원을 투입한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성능개량을 할 때 기존 기체에서 재활용하는 부품과 새로 제작해서 적용하는 부품이 함께 쓰인다.
재활용 부품의 재생작업이 실패하거나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예비품을 준비한다. 이는 재생비 외에 예비품 확보비, 기술지원비 등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미국 측도 “기존 항공기(CH-47D) 노후화에 따라 재생품과 신형장비간 호환성, 불일치 증가가 예상된다”며 성능개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성능개량 과정에서 무전기를 제외한 한국형 임무장비(KVMF 등) 장착도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부품 단종 등에 따른 후속군수지원 문제도 지적되면서 군 내에선 신규 구매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군은 2021년 4월 대형기동헬기 소요를 결정하고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입찰공고와 시험평가 및 협상을 거쳐 CH-47F를 선정했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후보기종으로 미국 정부의 FMS 방식이 적용된 CH-47F와 더불어 일반 상업구매 방식으로 거래될 록히드마틴의 CH-53K를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두 차례의 입찰공고 결과 록히드마틴이 사업 불참 의사를 밝혀 FMS에 의한 수의 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다만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에서 CH-47F와 CH-53K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CH-53K는 미 해병대가 쓰는 CH-53의 최신 개량형이다. 지난해 미 해병대가 초기작전능력(IOC)을 선언했으며, 일부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항법장비와 신형 생존장비가 대거 적용, 어두운 밤에도 안전하게 비행해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높였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캐나다 등 다수 국가에서 600여대를 도입해 성능과 신뢰성도 국제적으로 입증됐다.
이번 사업에서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CH-47F 공동구매계약에 참여, 비용을 절감하고 노후기종을 제때 교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미국의 공동구매계약에 참여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방위사업청 조현기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CH-47F 공동구매계약은 미 육군과 보잉 간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체결된 대량구매계약이다. 우방국이 FMS로 참여하면 CH-47F를 유리한 가격 조건에 살 수 있다. 처음에는 미측이 우리 측에 제안수락서(LOA) 발행을 늦추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 2022년 12월 내 계약 참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차례 협상을 해서 참여기한을 올해 6월로 연장했다. 그 결과 지난 3월에 기종결정 및 LOA 수락을 통해 공동구매계약에 참여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구체적인 비용절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밝힌 한국의 CH-47F 18대 구매 요청에 대한 비용은 15억 달러(1조9900억 원)였다.
대형기동헬기-Ⅱ 사업비는 1조4900억원. DSCA가 공개하는 비용이 실제 규모보다 다소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사업비가 상당히 절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헬기 전력이 북한군과 비교할 때 유일하게 양적, 질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세대 고속중형헬기 개발, 대형공격헬기 및 기동헬기 구매,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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