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육해공 통합 방산업체' 탄생…한화·대우조선 결합 초읽기

장하나 2023. 4.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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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6일 조건부 승인 무게…이사회·주총 거쳐 인수 마무리
'한국판 록히드마틴' 도약 발판…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는 과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보경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에 대한 결정이 임박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사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이다.

분주한 대우조선해양 야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 26일 조건부 승인 가닥…내달 인수 절차 마무리 예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6일 전원회의를 열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군함 시장 내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한화 측에 발송한 만큼 이와 유사한 수준의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 없는 승인을 요구해 온 한화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내걸 조건이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사업 부문의 일부 매각 등을 요구하는 구조적 시정 방안이 아닌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행태적 시정 방안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커 업계에서는 인수 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공정위가 승인하면 대우조선의 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화, 대우조선 간 협의를 거쳐 대우조선은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진과 사명 등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어 2주 뒤에 열릴 임시 주총일에 새 경영진 선임과 사명 변경이 이뤄진다. 새 사명은 '한화오션'과 '한화조선해양'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중 한화오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2조원의 주금을 납입하면 사실상 인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

작년 12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맺은 지 5개월 만으로, 대우조선은 2001년 8월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졸업한 지 약 21년 9개월 만에 새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되는 셈이다.

한화 사업구조 재편 마무리…HSD엔진 인수도 속도낼 듯

이를 계기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한화는 앞서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HSD엔진 [HSD엔진 홈페이지 캡처]

조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HSD엔진 인수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2월 16일 HSD엔진 지분 33%(2천269억원)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자체적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토탈 선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HSD엔진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거쳐 3분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2년 연속 조단위 적자 '대우조선 정상화' 과제 남아

다만 이에 앞서 대우조선 정상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우조선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조6천136억원이다. 2021년에도 1조7천547억원의 적자를 냈다.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대우조선의 작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천542.4%까지 치솟았다.

일단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이 수혈되면 부채비율이 418.6%로 떨어지며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화는 당분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재배치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에너지 사업 확대 등 사업 재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발전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 생산·운반 기술을 더해 LNG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신 기술인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대우조선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1조8천580억원, 영업 손실 규모는 399억원으로 전망됐다. 작년 1분기 영업 손실 규모는 4천701억원이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직 수주잔고 중에서 2021년에 수주한 상대적 저가 물량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올해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한화로부터 인수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빈 슬롯(건조 공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도 "늦어도 하반기부터 고선가 LNG선 건조와 인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돼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공고해지는 조선 3강 체제

한화가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하면 조선 3강 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애초 정부는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업체 간 저가 수주와 출혈경쟁을 유도했던 '3강 체제'를 '2강 체제'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빅3가 모두 3년치 넘는 수주잔고(남은 일감)를 채운 상황에서 3강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출혈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중장기적으로 빅3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특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은 나온다.

지금처럼 한 기업이 상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를 모두 맡는 것은 중복 투자나 불필요한 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산에 특화된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이 특수선 분야에 집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3강 체제가 단기적으로 유지되다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특성이 드러날 것"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상선에 주력하고,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대우조선은 방산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 3사 특색이 조금씩 만들어지면서 기본적 경쟁은 유지되겠지만 이들 특색에 맞춰 경쟁은 완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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