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급증에 대책 내놓는 與野… ‘공공매입’에는 이견
野는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 특별법’ 주장
정부는 공공매입에 ‘부정적 입장’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급증하자 여야도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내놓으며 정책 경쟁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공공매입’ 등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여 협치는 요원해 보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 대응책으로 경매 및 공매 유예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거주 주택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는 갑작스럽게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거나 선순위 채권자에게 밀려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 이때 피해자가 전세사기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거주지를 확보하고 전세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 및 공매 유예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도록 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 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후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과 함께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둬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청구’ 특별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피해 구제를 위해 특단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밝힌 경매 일시 중단 조치도 필요하지만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피해자구제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조오섭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의 법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평가를 거쳐 적절한 금액에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수한 후 피해자에게 선보상해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안이다. 해당 법안은 이후 채권 매입기관이 경매·공매·매각절차 등을 통해 이를 회수하도록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지난 3일 비슷한 내용의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도 정부 등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해 경매 등 보증금 회수의 절차를 대신하고 피해자에게 적정수준의 보증금을 보전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보증금미반환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 임차인 등에게 우선 공급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일종의 공공매입으로 볼 수 있다. 공공매입에는 공공이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거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공매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정부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전세사기 대책 마련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매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선순위 채권자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면서 “무슨 돈을 가지고 어느 금액에 (매입)하느냐. 그 가격은 누가 정하느냐”고 했다.
이는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정부가 공공매입해도 전세사기 피의자가 금융권 대출을 받았을 경우, 피해자가 아닌 선순위 근저당권을 가진 금융기관에 매입 대금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순위 근저당권을 가진 금융기관이 채권을 회수하고 나면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보증금은 사실상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3당은 지난 21일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해 정책위의장 회동을 열었다. 이날 여야 3당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전세사기 관련 입법을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민주당에서는 정부·여당이 당정에서 제시한 우선 매수권에 대해 법안을 만들어 오면 오는 27일 열리는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최대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밤샘 작업을 해서라도 며칠 안에 당정이 제기한 우선 매수권법을 만들어 오면 이미 나온 법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2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최대한 논의하겠다”며 “부수적인 법들만 따로 하는 것보단 종합적인 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게 좋겠다(는데 공감대를 모아), 조금 시간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공공매입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커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약 20여 분 만에 종료됐다. 박대출 의장은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 등) 현안에 대해서는 각각 당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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