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광주, 나로부터] ⑤'구름 인파' 고개드는 축제…안전 현주소는?

김혜인 기자 2023. 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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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19 이후 몰리는 상춘객…광주 대규모 축제만 13개
소규모 축제 인파 관리 미흡, 시민 안전 워킹그룹 경착륙
1000명 이상 축제만 안전계획서… 소규모 행사 사각지대
"재난안전 공무원 현장 요원 전문성 제고와 협업 강화를"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일 오후 광주 서구 동천동 광주천변 벚꽃길이 나들이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3.04.01.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코로나19 이후 움츠러든 전국 대형 축제가 하나 둘 고개를 들면서 지방자치단체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광주 지역은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전히 소규모 인파 관리와 이태원 참사를 교훈 삼아 출범한 '시민안전 점검단'도 아직까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축제와 각 성격에 맞는 안전매뉴얼을 만들고, 재난 안전 담당자의 전문성과 기관의 협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코로나 이후 대규모 축제 줄지어…안전 사고 위험↑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올 들어 전국적으로 개최됐거나 열릴 예정인 축제는 모두 1129개. 지난해(944개)보다 20%나 증가했다. 이 중 봄꽃이 만개하는 4~5월에만 292개(26%) 축제가 몰렸다.

광주도 코로나19 원년인 지난 2020년 14건이 열렸지만 지난해 31건으로 대폭 늘었다. 매년 100여 건의 축제가 열리는 전남도 올해 순천만정원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들뜬 군중이 모인 축제장에는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른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년 간 지역 축제장에서 추락이나 물놀이 사고 등 각종 사고로 다친 인파는 모두 30명. 2017년 7명, 2018년 8명, 2019년 15명 등 해마다 늘었다.

전남에서도 지난 2018년 장성과 강진 축제장에서 라이딩 도중, 주차장 인근 교통사고로 모두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광주는 최근 5년 간 다행히 지역 축제장 안전사고는 없지만 최소 1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충장월드페스티벌과 맥주·음악페스티벌 등 각종 문화행사가 13차례 예정돼 있어 각별한 인파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일 오후 광주 서구 동천동 광주천변 벚꽃길이 나들이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3.04.01.hyein0342@newsis.com

'인파 쏠림' 이태원 참사 반년, 광주 축제 안전 현주소는?

지난해 10월 29일 참혹한 압사사고로 청춘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참사. 그로 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광주 축제장과 안전 체계는 얼마나 진일보했을까.

지난달 31일 광주천변 벚꽃길에서 열린 새봄힐링음악회는 이틀 동안 시민 1만 명이 다녀갔다. 첫 날 열린 유명가수 공연에선 순간 7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관할 지자체는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축제장을 3곳(유덕·광천·동천동)으로 나눠 관람객을 분산했다. 구급차와 곳곳에 공무원·안전 요원도 배치했다.

다만 소규모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되자 순간 인파 60~70명이 몰렸지만, 이를 적절히 분산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환호하는 인파 속 한 어린아이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하는 아찔한 상황도 펼쳐졌다. 천변 징검다리에도 안전 요원이 배치됐지만 양 쪽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제도 정비·점검을 위해 '시민안전 워킹그룹'을 운영중이지만 활동이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다.

교수와 유관기관, 현장관리자 등 11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한 차례 회의와 지하철공사 안전점검을 한 뒤 다섯달 동안 공식 회의와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았다. 본래의 출범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식물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위원들이 각지 흩어져 있어 온라인으로만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10월 시민안전 워킹그룹 운영이 만료가 되기 전 빠른 시일 내에 회의를 열어 개별 정책 제안이나 개선점을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지역 봄철 음악행사. 2023.04.01. hyein0342@newsis.com

1000명 이하 축제는 어쩌나…소규모 축제 세분화 매뉴얼 필요

전문가들은 축제 규모와 성격을 고려한 안전 메뉴얼 세분화를 주문한다.

재난안전법은 순간 예상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거나 산이나 수면에서 열리는 축제, 폭발성 물질을 사용하는 축제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인파가 1000명 미만으로 예상되는 축제는 '제도 밖'에 놓여 있다. 민간단체나 소규모 축제를 두고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축제 담당 공무원들은 "기준 관람객 1000명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 지 애매하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행안부 지역 축제 메뉴얼도 단일한 기준만 있을 뿐 인파수와 축제 성격에 맞춘 다양한 양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소규모라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법은 없다"며 "1000명 이하 소규모 축제도 안전계획 메뉴얼을 갖추고, 정량적 데이터에 근거해 방문객을 추산하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빙어 낚시·폭죽·봄꽃 축제 등 축제의 개념에 맞는 세분화한 안전 메뉴얼도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쩌다 안전 담당"…공무원·요원 전문성 높이고 협업 중요

지역 축제의 경우 대행사가 축제 기획과 인력 고용을 담당하거나 학생이나 자원봉사자가 현장요원으로 투입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행안부 매뉴얼은 '요원 안전교육'이 권고 수준에 그쳐 이들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 구조적 한계인 셈이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시 30분에 성패가 달렸지만 현재 컨트롤타워인 기초 지자체 기관장과 담당 공무원의 재난 안전 전문성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축제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인력이 수준 높은 훈련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기관 간 원활한 협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시 소방이 경찰에, 경찰이 지자체에 협조상황을 전파하느라 또는 상사에게 보고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며 "병원·기관·군·경·소방·지자체 간 명확하고 원활한 총괄·소통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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