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간판 이해인 "이제 시작…내가 바꿀 수 있는 미래는 많다"
K팝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그림도 나의 친구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이해인(18·세화여고)의 길고 길었던 2022-23시즌이 모두 마무리됐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시즌 초반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운 이해인은 활짝 웃으며 더욱 발전된 기량을 다짐했다.
이해인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를 끝으로 2022-23시즌을 마쳤다.
약 7개월 동안 쉼 없이 달린 이해인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시즌이 드디어 끝났다"면서 "올 시즌을 돌아보면 스스로에게 '힘들었지만 애썼다'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올 시즌 이해인은 여러 경험을 했다. 초반 ISU 그랑프리 시리즈에 두 차례 출전했는데 모두 4위에 그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직전 시즌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7위를 기록했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해인은 주저앉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점프 순서를 바꾸면서 반등을 노렸고 변화를 꾀한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이해인은 '피겨여제'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4대륙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이어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팀 트로피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한국이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해인은 "한국 최초로 출전한 팀 트로피 대표팀에 합류해 기쁜 마음이 컸다. 다른 대회들과 다르게 마음껏 응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한 아이스 댄스와 페어 선수들과도 친해져 뜻깊은 추억이 생겼다"며 올 시즌을 마무리를 장식한 팀 트로피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해인 입장에서 팀 트로피는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 수 있는 무대였다. 이해인은 팀 트로피에서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때 입었던 의상을 입고 나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
이해인은 "시즌 도중 의상을 바꿨는데, 이전에 착용했던 의상을 입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스스로 의상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대회에 착용했는데 좋은 성적을 냈다.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웃었다.
지난 시즌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뒤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던 이해인은 올 시즌에도 다시 한 번 위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해인은 "지난 시즌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을 때 분명 아쉽고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미련을 두고 머물러 있으면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 올림픽 아쉬움을 잊고 당장 다음 시즌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미래가 많이 남았고, 이룰 수 있는 것도 많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며 빠르게 마음을 다잡은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면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일도 생긴다"면서 "만약에 연습 도중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부러지지 않고 무릎이 까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등 모든 일에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았던 시간을 이겨낸 이해인은 2022-23시즌을 돌아보면서 "올 시즌을 통해 사람이 바닥을 찍었을 때 어떻게 다시 올라설 수 있는지, 잘 극복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며 "2022-23시즌 경험을 통해 앞으로 힘든 일이 닥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해인이 피겨 스케이팅 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K팝' 노래로 갈라쇼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해인은 지난 시즌에는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에맞춰 연기를 선보이더니 올 시즌에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에 어울리는 연기를 구성했다.
이해인은 "K팝은 평소에도 즐겨 듣는 음악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몸도 풀고 잠도 깬다"며 "여가 시간에 춤을 추는 시간이 많은데 최대 3시간까지 춤을 추기도 했다"며 K팝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어 "연기를 하기 전에도 작품 음악을 1번 듣고 K팝을 들으면서 춤을 추며 스스로 텐션을 높이기도 한다"면서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하고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 무대 영상을 찾아보게 됐다. 아이돌의 표정, 안무 등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한다"며 여느 고등학생들과 같은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이해인의 또 다른 취미는 그림 그리기인데,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해인은 팀 트로피를 앞두고 동료들의 일러스트를 직접 그려 선물하는 등 등 평소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스스로 웹툰 제작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관심도도 높다.
이해인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면서 미술 학원은 다니지 못하지만 쉬는 시간을 통해 그림 그리기를 한다"면서 "특히 연습이 안풀릴 때는 그림에 집중하는데, 잡념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된다. 취미이자 하나의 멘털 케어 방식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시즌을 모두 마치며 조금의 여유가 생긴 이해인은 그동안 준비했던 웹툰 작업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이해인은 "그동안 태블릿 PC에 그려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 시도할 생각"이라며 "올 시즌 나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볼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보면 오글거릴 수 있도 있겠지만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는 만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숨 가쁘게 2022-23시즌을 마친 이해인이지만 쉴 틈 없이 2023-24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대회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이해인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시즌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뒤 마음을 다잡지 못해 초반에 잘 풀리지 않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나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노력하고 집중한다면 지금의 기량에서 10%더 발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해인은 스스로 목표도 설정했다.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뒤 한번도 나서지 못한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6명만 출전할 수 있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 출전한 역대 한국 선수는 김연아와 김예림(20‧단국대) 단 2명이다.
이해인은 "다음 시즌에는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도 메달을 따고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올 시즌 포기한 트리플 악셀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갈고 닦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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