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확대된 남북간 군비경쟁…군사정찰위성 확보전[김관용의 軍界一學]
장거리 로켓은 보유, 위성 탑재체 기술력엔 의문
軍, 452 정찰위성 사업…올해 하반기 1호기 발사
'北 손바닥 들여다보듯'…초소형 위성도 다수 발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제작을 완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당 대회에서 ‘가까운 기간 내 군사정찰위성 운용’을 천명한데 이어 지난해 3월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며 ‘5년 내 다량의 정찰위성 배치’ 계획을 밝힌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며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면 위성도 준비돼야 하지만, 이를 쏘아올릴 발사체도 완성해야 합니다.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 측면에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북한이 위성용 발사체를 준비하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호기 완성을 공식화한 만큼 위성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8일 김 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시찰 내용을 보도하면서 군사정찰위성 사진과 제원 등을 소개한 대형 모니터 화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제원이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모양은 육각형 형태였습니다.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 발사한 광명성 3호나 4호와 같은 사각형 형상과 달리 6각형 구조물 형태라는 얘기입니다. 또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지구 궤도에 위성이 안착하면 태양전지판 4개를 펼쳐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2대의 정찰용 광학카메라 등을 장착한 것도 확인됩니다.
이번 북한 정찰위성 1호기의 무게는 200~300㎏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을 이용해 100㎏ 규모의 탑재위성 광명성을 지구궤도에 올린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은 당시 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200~300㎏ 무게의 위성체를 지구궤도에 올리는데는 문제 없어 보입니다. 기존 액체추진제 기반의 백두산엔진 발사체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 13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고체연료 추진 로켓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자 하는 이유는 한미에 대한 타격수단에 더해 사전에 이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확장억제력 제공’과 ‘한미동맹 강화’의 명목 밑에 반공화국 군사태세를 더욱 강화하려고 획책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보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 상공에 정찰위성을 띄워 미국이 상시배치 수준으로 전개하는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남한이 배치한 전력의 위치와 주요 목표물들을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타격수단과 정찰위성을 동시에 운용함으로써 군사적 효용성과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다수의 정찰위성을 발사해 운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련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초소형 정찰위성까지 개발해 지구궤도에 띄우겠다는 얘기입니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24시간 정찰을 위해서는 대형위성 뿐만 아니라 소형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은 조악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앞서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6차례 위성체의 궤도 진입을 시도했지만 단 두 차례만 성공했습니다. 이마저도 지상과의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상 관측용 카메라와 체제 선전용 방송을 전송할 통신장비가 탑재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위성이 찍었다는 지상관측 영상을 공개한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작년 12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해 위성 시험품 성능을 시험했다며 찍은 사진을 공개했지만, 전문가들은 군사 정찰위성으로 쓰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용 플랫폼인 구글지도 보다도 못한 해상도라는 얘기입니다. 북한 정찰위성의 자료 전송 능력도 의문입니다.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등의 자료를 북한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 북한 내 지상기지에 직접 연결돼야 합니다.
하지만 정찰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날은 일 년 중 며칠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외 다른 곳의 지상기지나 다른 정찰 위성에 자료를 전송해야 합니다. 즉, 러시아나 중국 도움없이 북한 역량 만으로는의미있는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또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해도 위성사진 분석 능력이 약해 이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을 위한 훈련된 인원을 보유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軍, 425 위성 1호기 하반기 발사
우리 군 역시 군사용 정찰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425 사업’입니다. 425는 ‘사(SAR)’ 위성과 ‘이오/아이알(EO/IR)’ 위성의 영어 발음을 딴 합성어입니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인 사(SAR) 레이더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 및 적외선장비(IR) 탑재 위성 1기를 국내 연구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1호기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425 위성은 해상도 0.3~0.5m 수준의 고성능 중대형급 위성입니다. 특히 SAR 위성은 북한을 2시간 마다 정찰할 수 있는데, 주야간과 비가오는 때에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나 적성국가의 군사적 이상징후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주기적으로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데 초소형 위성이 적합합니다. 이론상 초소형 SAR 위성 32대를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북한 등 한반도 주변을 정찰할 수 있습니다. 주·야간 악천후에도 높이 510㎞ 저궤도에서 지상에 있는 1m 크기의 물체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425 위성과 함께 운용할 경우 사실상 북한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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