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 쓴 10년의 투병기…NHK 방영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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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칫솔, 숟가락, 열쇠이런 사물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질병이 있다.
치매 진단을 받은 50대 일본 남성이 자신의 일상을 10년동안 기록한 에세이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를 펴냈다.
이런 기록은 치매 환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싶은 보호자나 지원자들에게도 귀중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치매환자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 지속해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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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시계, 칫솔, 숟가락, 열쇠…이런 사물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질병이 있다. 저자 사토 마사히코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다.
치매 진단을 받은 50대 일본 남성이 자신의 일상을 10년동안 기록한 에세이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를 펴냈다.
일본 방송 NHK TV '치매에 걸린 내가 당신에게'를 원작으로 한 이 에세이는 치매에 대해 갖고 있던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저자는 51세의 나이에 느닷없이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치매 징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닥치는 대로 치매에 관한 자료를 구해 읽었다.
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이야기거나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은 것 뿐이었다. 그는 치매 환자를 위한 책을 찾겠다는 굳은 의지로, 그는 직접 치매 환자를 위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치매 당사자에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91쪽)
때때로 기억에 없는 은행의 인출 기록을 발견하기도 하고, 빨간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길을 건너는 등 위험한 순간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를 원망했지만, 기억이 온전한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고 싶었다.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아서라도 그저 '나'이고 싶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모든 일상을 글로 쓰고, 사진에 담았다. 혼란과 절망의 끝에 서있는 그가 할 수 일을 찾고자 그는 기억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동료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고 거실 벽에 편지나 팩스로 받은 문서를 붙여놓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붙여놓은 것이 너무 많아지면서 메모는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렸다.
"어느 모임에서'‘달력에는 딱 세 가지만 기록한다'는 노하우를 배웠다. 세 가지 정도는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글자가 글자로 보이지 않고 그저 무언가 쓰여 있는 배경으로 보일 뿐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93쪽)
책은 기억을 앗아가는 치매에 대한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편견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치매의 그 너머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이 책은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치매 당사자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의 기록을 보면 ‘나는 이런 것을 점점 모르는 상태가 되었고, 당연하게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불편해졌다’는 식으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이유, 불편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 많다.
이런 기록은 치매 환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싶은 보호자나 지원자들에게도 귀중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치매환자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 지속해서 강조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일부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할 수 없는 것이 생겼으니, 빠진 부분을 채워준다면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200쪽)
◇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 사토 마사히코 씀/ 성기옥,유숙경 옮김/ 세개의소원/ 1만6,8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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