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 금리차 더 벌어지나
기사내용 요약
다음 달, 한미 금리차 1.75%p로 벌어질 듯
한국,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 나설 수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최대 2.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면서 원화 약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미국(연 4.75~5.0%)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으로 1.5%포인트로 유지됐다.
미 SVB 파산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는 완화되고 있고, 물가 우려는 커지면서 미국이 다음 달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관리물가(2.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5.0% 올라 전달(6.0%)보다 큰 폭 낮아졌다. 미 CPI는 지난해 6월 9.1%로 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로는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CPI 하락에도 물가 우려는 더 높아졌다. 4월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6%로 전월(3.6%) 보다 1.0%포인트나 상승했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3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0% 감소하면서 시장 예상치(-0.4%)를 하회했다.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 1월을 제외하면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및 에너지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3% 감소하면서 연준의 긴축으로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실업률은 3.5%로 전달(3.6%)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월 실업률은 3.4%로 1969년 5월 이후 최저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달 신규고용 규모는 23만6000명으로 시장 예상을 소폭 밑돌면서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인상 기조에도 고용 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고, 소비, 물가 지표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5.6%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3월 CPI가 둔화된 것은 대부분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인 만큼 물가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SVB 금융불안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잦아들면서 미 연준이 6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긴축 기조를 예상보다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78.9%로 나타났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 유동성 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5월 뿐 아니라 6월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 레벨 지속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에도 미 은행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SVB 파산으로 인한 미 은행들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은 점들이 확인됐다"며 "금융 시스템 우려가 완화되고 물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해 4분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 까지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안 하는 게 좋다"며 "상반기에는 물가 경로에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등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리고, 한국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다. 한미 금리차가 1.75%로 벌어지면 역대 최대 수준이 된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폭이 최대로 벌어졌던 때는 2000년 5∼9월 기록한 1.50%포인트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 이상 역전된 사례도 이 때와 2006년 5∼7월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00년 5∼9월 당시에는 미국 경제가 IT 버블 붕괴로 침체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이었고, 2006년 5∼7월 역시 미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였다. 미 경제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기 시작했던 때였다. 미 경제가 현재도 침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아 이 두 차례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한미 금리 차는 2.0%포인트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서, 더 나아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며 "이미 금리 수준 자체가 충분히 긴축 영역에 진입한 만큼 '인상 마무리'를 '인하 개시'로 평가하는 견해들도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국내물가 고공행진과 연준의 피봇(정책 선화) 후퇴로 향후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한국 경기 둔화, 경기 부양으로 무게 이동하는 듯한 정부 정책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종결 국면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자본이탈 위험만 크지 않다면 4분기께 연준보다 앞서 금리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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