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모든 정치적 책임지겠다…탈당·즉시 귀국"(종합2보)
"사태 심각성 깨닫고 조기 귀국 결심…檢, 다른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나를 바로 소환하라"
'돈봉투 의혹' 관련 파리 회견, 첫 공식 입장 표명…거취결단·조기귀국 선회로 돌파 시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22일(현지시간)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상임고문 자리에서도 사퇴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파리 3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위원장도, 당원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검찰의 수사에 응하겠다"며 이같이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육성으로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돈 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하자 거취 결단과 조기 귀국으로 정면 돌파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사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률적 사실 여부에 대한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억측과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2년 전 전대와 관련해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민주당의 할 일이 태산인 위기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지게 돼 전직 당 대표로서 뼈아프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 여러분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의원 여러분, 당원 동지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탈당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제가 당 대표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실태 조사와 관련해 논란이 된 12명 의원들에게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돌아선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해 탈당을 권유한 바 있다"며 "같은 원칙이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즉시 귀국하겠다"며 "내일(23일) 저녁 8시 아시아나 비행기로 출국, 월요일(24일) 오후 3시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당당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대로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송 전 대표는 "저의 26년 정치 생활에서 처음 갖게 된 유럽에서의 연구·강의 활동을 다 마치고 갈 생각이 강했다. 검찰이 소환도 하지 않는데 귀국해야 하는가 고민도 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이 주요 쟁점이 되고 연일 언론에 보도돼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제가 이곳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돈 봉투의 인지 여부와 관련해 "모든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기서 논박을 벌이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서 하나하나 설명해드리겠다고 답한 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예전의 발언을 유지하느냐'는 후속 질문이 이어지자 "예. 그렇다. 이 문제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분 단위로 정신 없이 뛰어다닐 때였다"며 전당대회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윤관석,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기억이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도 "예, 그렇다"고 주장했다.
돈 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전직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 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전날 기각된 것과 관련, 입장을 묻자 송 전 대표는 "강래구 감사는 지난 총선 때 출마를 포기하고, 수자원 공사 감사가 됐기 때문에 저의 전당대회 때에는 캠프에 참석할 수 있는 신분과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송 전 대표는 또한 "제가 당 대표 시절 이정근 씨를 당 제3사무부총장으로 임명한 이유로 저를 연결시키는 수없는 언론 기사가 생산됐다. 10월경에는 3만여개 녹취 파일이 검찰에 전달됐다는 보도도 나왔고, 그때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며 "저는 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검찰에서 나를 소환하든지, 조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파리로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소환 조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머물러 온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에 대한 당내 압박이 거세지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당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탈당을 결심하는 한편 조기 귀국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이어 돈 봉투 의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악재로 떠오르면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 전 대표에 대한 자진 탈당, 출당 내지 '파리 압송', 정계 은퇴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2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송 전 대표가 즉시 귀국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총의를 모았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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