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대책 머리 맞댄 與野, 또 '책임론' 놓고 네 탓
'전세 사기 대책' 5개 법안, 27일 본회의 처리 예정
'공공매입' 두고는 여야 이견…여당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계속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전세 사기'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전세 사기 사태의 책임 소재, 연루된 정치인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갈등하고 있어 협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2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전세 사기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 3당 회동을 했다.
이들은 27일 예정된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전세 사기 대책 관련 법안 5개를 상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당정은 20일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할 경우 일정 기준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임차인이 주택을 낙찰받았을 때 자금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또 전세 사기 주택 피해자들의 법률 상담과 심리 안정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 버스'를 운영한다.
회동 이후 여야 정책위의장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일상 복구를 위해 여야가 시급하게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확인했다고 전했다.
박대출 의장은 "모든 대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강구해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방안이어야 한다"며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한다면 전세 사기 후속 입법 등 아직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의장은 "당정 협의에서 제시한 우선매수권에 대해 법안을 만들어 오면 함께 논의해서 27일 통과를 목표로 최대한 논의하겠다"며 "부수적인 법들만 따로 하는 것보단 종합적인 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조금 더 시간을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신 의장도 "여당이 제안한 5개 법안은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이기보다는 깡통전세를 예방하는 법안"이라며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고 이들에게 보상하고 거주지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실효적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보증금 채권에 대한 공공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으로의 입주권 보장 등 중요하고 시급성이 있는 대책에 아직 이견이 있다"며 "그 부분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서 사후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야당도 우선매수권을 포함해 여당이 제시한 대책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집행되는 지방세에 대한 면제도 여야가 동의했다. 다만 '공공 매입'을 통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은 반대하고 있어 이 자리에서는 논의하지 못했다.
박 의장은 여야 3당 회동 전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공매입특별법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고 국민 부담만 가중한다"며 "자칫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초래해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담아 '특별법'을 만들어 법안을 발의하는 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가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해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27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전세 사기 태스크포스(TF) 위원인 이만희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선매수권 부분에 대해 일부 필요한 민사집행법이라든지 한시적 특별법 같은 방식을 통해 제정을 검토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돼 있다"고 말하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민주당도 기존의 당내 민생경제위기대책위 산하 '부동산 폭탄 대응단'을 전세 사기 문제를 전담하는 별도의 위원회 기구로 승격,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단장은 맹성규 의원이 맡는다.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 구제 후 구상권' 방안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여야가 열린 마음으로 정책위 차원의 협의와 협상을 이어갔지만, 전세 사기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탓에 국회 내 정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 전세 사기 책임론' '민주당 정치인 연루설' 등으로 민주당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 동구와 미추홀구를 지역구로 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확산했다고 주장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저금리 체계 지속으로 주택 가격이 껑충 뛰는 등 부동산 시장의 왜곡이 전세 사기 문제를 불러왔다는 취지다.
지난 19일 인천 동구와 미추홀구 지역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확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송석준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도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처절한 반성과 사과를 할 입장에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현 정부를 몰아세우며 공공매입특별법을 주장한다"며 "정부 만능주의의 공공매입특별법 구상을 당장 접고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 남 모 씨 배후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관련해 경찰에 특별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부와 여당이 전세 사기 피해마저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피해자들 고통을 앞에 두고 또다시 '남 탓 본색', 전임 정부 탓하는 정권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며 "임기 내내 전임 정부 탓, 남 탓만 할 건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강선우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 구제와 무관한 음모설, 배후설을 부각하며 책임론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구제가 우선인가, 아니면 전세 사기 확산에 따른 책임 회피가 우선인가"라며 "정부와 여당은 책임 모면하려는 꼼수 쓰지 말고 피해자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게 피해 구제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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