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기사 18건 썼던 법조 출입 '만배 형' 5800억 벌다

정철운 기자 2023. 4. 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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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타파 '대장동 카르텔의 기원 만배형과 영수형' 방송
"기자 권력·검사 권력, 법조기자단 토양 위에서 잘못된 만남"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부국장). ⓒ연합뉴스

“내가 스님한테 그랬어. 스님, 화천대유 통장에 있으나 내 통장에 있으나 ○○사 절에 있으나 다 내 건데 무슨 상관이 있어요. 천하가 내 건데.”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 발언) 천하가 자기 것이라던 전직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김만배 기자. 그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이 절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안전 기원 제사를 지내며 약 17억 원을 시주했다. 김만배 전 기자가 대장동 개발로 올린 수익은 배당금과 분양수익 등을 포함해 약 5824억원이다.

KBS <시사직격>이 21일 '대장동 카르텔의 기원 만배형과 영수형'편을 통해 기자 김만배를 추적했다.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며 어떻게 6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시사직격> 제작진은 “기자가 가진 권력, 검사가 가진 권력, 이 두 가지가 법조기자단이라는 토양 위에서 잘못 만났을 때 무엇을 키워낼 수 있는지 우리는 대장동 형님들을 통해 확인했다”며 “50억 클럽 검찰 수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만배는 1991년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4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 되며 서초동에 '입성'했다. 법조기자단 내에서 그는 '만배형'으로 통했다. 이후 그는 오랜 기간 법조기자로 활동했는데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302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월평균 1.5건이었다. 기사 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KBS '시사직격' 21일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서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김만배는 기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다. 잘 나갈 사람들한테 자기 돈 써가면서 엄청 잘했다”고 떠올렸다. 2009년 신임 검찰총장 임명 당시 법조 출입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 일화도 공개됐다. 당시 추첨 이벤트를 통해 검찰이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나눠줬는데, 한 판 더 하자는 분위기에 준비했던 돈이 부족하자 김만배 기자가 200만 원 정도를 빌려줬다는 것.

법조기자단에서 구축한 판·검사 인맥을 통해 그가 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스스로를 '대장동 사업 성공을 위한 이지스함'으로 명명했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3월)에 따르면 김만배 전 기자는 “대한민국에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들겨 맞는 거 봤어?”라며 자신의 '리스크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그건 형님이 계셔서 그렇죠”라고 맞장구쳤다. “그럼.” 녹음 속 그의 목소리는 흡족했다.

'기사 안 쓰는 기자' 김만배는 사실 기자 명함을 들고 법조 기자실로 출근하던 로비스트에 가까웠다. 그곳에서 김만배가 술, 밥, 골프로 넓힌 인맥은 화천대유 고문 및 자문 명단에 반영되었다. 집중 관리 대상이었던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은 그 유명한 '50억 클럽'이었다. 특히 대검 중수부장 출신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과는 막역했다. 대장동 개발업자들은 박영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업자 공모 준비까지 했다고 한다.

2004년 머니투데이에 법조팀을 신설하고 김만배 기자를 법조팀장으로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은 언론계 인사 중 유일한 50억 클럽 멤버다. 전직 머니투데이 기자는 “기자가 기사 안 쓰면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데 김만배가 기자 신분을 갖고 사실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돌아다닌 것은 홍선근 오너의 역할이 매우 컸다. 본인이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라며 홍 회장이 김만배 전 기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평가했다. 홍선근 회장은 김만배 전 기자와 99억 원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49억 원을 급히 돌려준 정황도 포착됐다.

▲KBS '시사직격' 21일 방송 화면 갈무리.

대장동 사업이 시작되고 2021년 8월까지 김만배에게 문제가 될만한 보도는 0건이었다. 법조기자이자 로비스트였던 그의 승리였다.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 응?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정영학 녹취록(2020년 3월)의 한 대목이다. 그는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수억 원대 돈을 빌려줬다.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100만 원씩 줬다는 진술(남욱 변호사)도 있다. 이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만배는 법조 후배들 앞에서 고생이 많다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이 모든 게 그의 '승리 공식'이다.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부실 파산 사건. 이번엔 '영수형'이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처남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1272억 돈을 끌어들인 브로커였다. 이 돈으로 남욱과 조우형은 대장동 땅을 사들였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했고, 조우형의 변호사는 박영수였다. 그리고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해준 사람이 김만배였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76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조씨는 예외였다. 조씨는 “수사 검사가 대장동에 관해 묻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금까지 회수하지 못한 부산저축은행 돈은 3672억원(원금+이자 포함). 불법 대출로 들어온 자금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 사업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방송에서 서영제 전 검사장이 법조기자들에게 말했다. “다 국가를 위해서 검찰도 존재하고 기자도 존재하니까 국가를 위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잘 좀 봐주세요.” KBS <시사직격> 제작진은 “우리는 기사와 수사를 믿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독점적인 인맥과 정보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통장을 불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남욱과 정영학 등 대장동 업자들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은 뒤 “두 사건을 단절시킬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큰 그림을 보며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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