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미래산업]디지털 미, 대박 터트리는 아바타 서비스는 뭘까?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과 유사하게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 세계로 ‘초월, 그 이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1992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공상과학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나왔다.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히로는 ‘아바타(Avatar)’를 통해 메타버스에 접속한다. 현실에서 그는 피자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최고의 검객이자 해커이다. 시궁창 같은 현실과 달리, 메타버스 안에서는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으로 존재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인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그려진다. 2045년, 식량 파동과 무너진 경제기반으로 황폐하고 암울한 현실에서 주인공은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가고, 뭐든지 한다. 주인공은 아바타라는 가상 신체를 빌려 가상세계에 존재하고, 더 나아가 ’촉각 기술‘을 구현한 수트를 입으면 가상현실의 감각이 현실에 그대로 전달된다.
2007년 ‘메타버스 로드맵’ 보고서에서 미국미래학협회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구현 공간과 정보 형태에 따라 메타버스를 4가지 형태로 구분하는데, 아바타는 메타버스의 기본 조건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현실 속 '나'를 대체하는 가상의 '나' 또는 디지털 세계 속 자아인 '디지털 미(Digital Me)'인 아바타로 상주하며 하나의 사회를 구축한다. 메타버스 기업들은 자기노출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을 강조하며, ‘더 나은 나(Better Me)’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한다. 아바타의 성공적인 수익 모델로 2000년 11월 아바타 유료서비스를 처음 시작하여 대박을 터트린 ‘세이클럽’이 있다. 견고한 머니 메이커가 없던 IT시장에서 세이클럽은 아바타 아이템 판매로 당시 12억원 가량을 벌었고, 월 매출액의 절반 정도가 순이익인 찐 아이템을 발굴하였다. 필자는 세이클럽의 아바타 판매모델에 경도되어 미국 입학허가서를 받고 작성 중이던 석사논문 주제까지 바꿔가며 2001년 국내 최초로 아바타 논문을 발표하였다. 세이클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연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연령별·성별로 이용자 경험에 있어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우선, 10대 남자집단의 경우, 자신의 아바타와 현실의 자신을 동일시하며 하나의 분신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최대한 멋있고 개성 있게 표현한 아바타를 다른 이용자가 인정해주기를 원했고, 이를 통해 세이클럽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성향을 보였다. 10대 여자집단의 경우, 인형 놀이를 하듯 아바타를 꾸미며 ‘대리만족’을 하지만, 현실의 자신의 모습과의 괴리감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현실보다 예쁘게 꾸민 가상의 아바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10대 여학생은 이쁘게 꾸민 아바타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어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현실의 자신을 모르는 공간에서 자신보다 나은 버전의 공주아바타로 살고 싶다고 울며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연령층은 현금이 부족하여 남학생은 타인의 ID를 해킹하거나 여학생은 성매매로 아바타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회문제도 발생하였다.
타인의 평가로 자신의 자아개념(Self-Conception)을 평가하려는 10대와 달리, 20·30대는 가상공간을 또 다른 별개의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현실의 연장 선상에서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20·30대 남자집단은 현실에서 자신이 능력 있고 사회적 위치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바타를 꾸미는데 현실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하는 경향은 20대 여자집단에서도 많이 나타났는데, 세이클럽이라는 온라인 채팅이 오프라인 만남으로도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즉, 현실에서 만났을 때 너무 큰 괴리감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힌트를 줬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30대 여자집단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상에서 표현하고자 하면서도 현실의 자신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30대 여성 대부분이 가정주부였기에 현실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습을 원하면서도 현실과 거리감을 느끼기는 싫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연구를 통해 연령별·성별 각 집단이 처해 있는 현실적 환경과 성향 등의 차이에 의해 가상공간과 아바타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가상공간의 아바타는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우리에게 구원의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바타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하고 있을까?
2003년 린든랩은 3D 가상세계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를 출시해 100만 명 이상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개발자인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북미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 시장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기술적으로도 화려한 3D 그래픽게임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대학생의 가상공간 경험을 비교하고자 동시에 진행한 연구에서 혹독하게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한국 학생 대부분이 “교수님, 그래픽이 너무 구려요”라며 계속 이미지를 내려받고 있는 PC 화면을 등지고 앉아 연신 하품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아바타 서비스가 대박을 터트릴까?
제페토·호라이즌 월드 같은 주류 서비스들이 외모·인종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바타 커스텀’ 기능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큰 눈과 마른 체형 등 획일화된 미(美)의 기준에 아바타를 맞춘다. 가상세계에서 이용자는 현실의 나보다는 나은 버전의 모습으로 존재하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연구진은 2007년 프로테우스 효과(Proteus Effect)를 주장하며 아바타의 외모가 실제 이용자의 행동 양상에도 변화를 준다는 점을 밝혔다. 즉, 잘난 아바타를 양산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경향이 높으면 감정적 간격(Emotional Distance)은 의미가 없어진다. 네덜란드 출신의 사진작가 로비 쿠버(Robbie Cooper)는 2007년 게이머와 게임 속 캐릭터를 병렬 배치한 『얼터에고(Alter Ego)』를 출간하였다. 책에는 근육위축병을 앓아 휠체어에 앉아있는 제이슨 로우(Jason Rowe)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의 게임캐릭터가 나란히 있다. 일주일에 80시간만 허락된 그에게 게임은 현실의 모든 제약과 어려움을 잊을 수 있는 공간으로, 게임은 그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거울과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이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게임이 그리고 영웅과 같은 그의 게임캐릭터가 삶을 지탱해준 힘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대세 아이템인 메타버스를 공공영역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는 세계 도시 중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미국 타임지도 메타버스 서울을 공공 분야 최고 발명품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혁신적인 모델이다. 소요 예산도 2022년에는 24억 1600만 원을, 2023년에는 전년 대비 약 4억 원 증가한 28억 1395만 원(시비)을 책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앱을 찾는 시민이 많지 않다. 특하면 튕기는 접속 에러에 다운 받으라는 메시지가 수시로 떠서 메타버스 체험 수업 시간에 학생들 원성이 컸다. 그런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오세훈 시장과 그 뒤에 서 있는 그의 아바타였다. 유일한 차이점으로는 빨간 넥타이를 맨 실사 수준의 아바타와 노 넥타이의 현실 오세훈 시장 정도였다. 서울시가 메타버스 추진전략을 보완할 계획이라면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왜 제페토의 구찌백이 465만 원에도 완판이 되고, 최초의 디지털휴먼인 아담은 실패했는지? 요즘 대세인 챗GPT만 연결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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