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말에 자주 상처받는 아이…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등생활탐구]

김희원 2023. 4. 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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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에 억울하고 속상해 하는 아이들
아이 감정 보듬어주고 싶지만 “방법 몰라”
과도하게 반응 말고 ‘감정과 욕구’ 읽어줘야
존중·배려의 대화가 아이 ‘똑똑한 말’ 키운다

“친구가 오목하자고 해놓고 내가 못하니까 바보래. 나는 오목 처음 해보는데.”

“내가 안 밀었는데 친구가 내가 밀어서 넘어졌다고 화내서 너무 억울해.”

우려했던 일이 어김없이 벌어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매일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고 울적해한다. 유치원 때보다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을 만나 이전엔 겪어보지 않았던 갈등을 겪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하루 걸러 하루 속상해할 줄은 몰랐다.

“일단 취조하지 말아야해요. ‘누가, 왜 그랬어?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 엄마가 어떻게 하라고 했어? 왜 바로 말 안했어’라며 따지면 안된다는 거죠.”
아이들이 마음 다치는 과정 없이 곧바로 성숙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타인과 갈등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응당 거칠 수밖에 없는 사회화 과정 중 하나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 좋을 것도 없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대인관계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초등학교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는 말마음 연구소 김윤나 소장. 말마음 연구소 제공
더 난감한 것은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얘기해줘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 마음 같아서는 “너만 할 줄 아는 거 하자고 해놓고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너랑 안놀아!”라고 말 하라거나, “너 내가 미는 거 봤냐? 제대로 모르면서 왜 모함을 하고 그래?”라고 강하게 얘기하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쏘아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내향적인 아이 성격상 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런 환경에 적응하면 속상할 일도 줄어들까? 

주변을 보니 아닌가보다. 2학년 준이(가명) 엄마는 “아이가 한달간 한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더니, 급기야 등교까지 거부하고 있다”면서 “1학년을 별 탈 없이 보내 괜찮은 줄 알았는데 2학년 돼서 이러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3학년 혁이(가명) 엄마도 “친구랑 다퉜는데 선생님께 본인만 혼난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학교를 안갔다”면서 “아이를 혼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선생님께 항의하기도 어렵다. 엄마가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마음 다치는 과정 없이 곧바로 성숙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타인과 갈등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응당 거칠 수밖에 없는 사회화 과정 중 하나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 좋을 것도 없다.

갈등 상황에 자주 노출되면 면역력이 생긴다. 단지 면역력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훌륭한 처세술을 갖추려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주양육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부모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방법을 모르겠다.

학기 초여서인지 서점에는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침서를 여럿 접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지금까지 부딪쳤던, 혹은 부딪칠 수 있는 갈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내용들이다.

그중 가장 최근 발간된 ‘상처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은 소통전문가 김윤나 ‘말마음 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쓴 책이다. 친구가 모둠활동할 때 혼자 결정한다면 “잠깐만, 내 의견을 말해도 될까?”라고, 친구가 잘못하고 내 탓이라며 원망한다면 “속상하겠지만 내 잘못은 아니야. 같이 도와줄까”라고 말해보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면 상처주는 말 하는 친구 때문에 속상한 우리 아이들을 부모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작가에게 물었다. 그에 대한 조언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이 책을 쓴 계기는?

A. 아이가 초등학생이다. 엄마가 소통전문가이기 때문에 나름 친구들과 소통에 훈련된 면이 있었고 큰 갈등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4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돌아와 ‘꺼이꺼이’ 서럽게 운 날이 있었다. 집에오는 길에 친구랑 놀고 싶어 툭툭 쳤는데, 친구가 화를 내며 세게 때리는 바람에 큰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놀랐지만 차근차근 단계별로 풀어갔다. 아이의 마음이 풀렸고 그 친구와도 다시 잘 지내게 됐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소통전문가를 자처하는 나도 내 아이 일에서는 감정적으로 불안해지는데, 연습해보지 않은 부모는 더욱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아이들이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59가지 상황별 표현을 정리했고 아들이 감수해줬다.

Q. 아이들은 어떤 상황을 힘들어하나?

A. 너무 다양한데, 종합하면 ‘감정이 불편해지는 상황’이다. 취학 전엔 통제되는 상황에서 밀착케어를 받는다. 말을 많이하지 않아도 엄마가 감정을 잘 해석해주고 번역해준다. 학교에선 노는 방법, 관계 맺는 방법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다. 각자 다른 언어를 쓴다고 느껴질 정도다. 아이들은 서로 비교하게 되며 경쟁심이 생긴다. 복잡한 상황에 놓이면서 감정이 불편해진다. 그럴 때 훈련되지 않은 아이들은 몸을 쓰거나, 울어버리거나, 말을 하지 않거나, 회피한다.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요청할 수 있는 말 표현 능력이 필요하다. 한글 떼기보다 더 중요한 연습이다.

Q. 아이가 상처받은 걸 알았을 때 어떻게 반응해줘야 하나?

A. 크게 놀라며 “너 무슨일이야?”라고 하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지금 아이 상태를 먼저 언급하고 과하지 않게 반응하는 것이 좋다. “많이 울었구나. 무슨 일이니?”정도로. 이후 감정을 넣어 얘기한다. “엄마가 너를 보니 걱정된다. 지금 설명해줄 수 있겠어? 괜찮겠어?” 이런식으로. 아이에 따라서는 엄마에게 우는 모습, 속상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할 수 있다. 고학년이면 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그럴 땐 방문을 열지 않고 “엄마 여기서 기다리니 말하고 싶을 때 얘기하자” 혹은 “30분 뒤에 얘기하자”라고 해보자.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Q. 대화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

A.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자신의 말 점유율을 줄이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짚어주면서 따라간다. “놀랐겠네, 아팠겠다”, “너는 친구랑 놀고 싶은 거였구나, 싸우고 싶지 않았구나” 이런 말들이다. 그런 뒤엔 상대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라고 말이다. 그러면 아이가 상대의 감정도 헤아리려 노력한다. 그런 뒤엔 “그럼 어떻게 하고 싶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해 스스로 솔루션을 찾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어리다면 A와 B 중 선택지를 줄 수 있다. 이후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결과를 꼭 물어봐야 한다. 아이 스스로 내린 솔루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배우는 것이 있고 부모는 마무리까지 이끌어줘야 한다.

Q. 쉬운듯 어렵다. 부모도 연습이 필요해보이는데?

A. 맞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잘 모르면 아이의 감정과 욕구도 읽어줄 수가 없다. 특히 “힘들었구나, 창피했구나” 등 감정을 읽는 것은 최근 많은 부모들이 훈련돼 있지만 욕구를 읽어주는 것은 더 어려운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익히려면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잘 들여다 봐야한다. 평생 훈련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Q. 욕구를 들여다보는 훈련은 어떻게 하나?

A. ‘실패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내가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적어보는 것이다. 예컨대, 나 때문에 아이들이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는데 아이들에게 괜히 화를 내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가정해보자.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로서 역할을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속이 상했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다고 반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 바구니를 채워두면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읽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책에 나온 솔루션은 이상적이지만 항상 통하지는 않을 것 같다.

A. 그렇다. 나를 원망하는 친구에게 “속상하겠지만 내 잘못은 아니야. 도와줄까”라고 했을 때 감정이 격해진 상대는 이를 거부하고 부정할 수 있다. “너는 장난이라지만 나는 아파. 그러니 때리지 마”라고 했을 때 “싫은데∼”라며 장난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고심해 내린 솔루션으로 대처했는데 통하지 않으면 아이가 더 속상해할 수 있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너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 까지야. 네가 어떤 말을 선택했는지가 더 중요하단다”라고. 그러고 친구가 왜 그렇게 반응한 것 같은지 추측해보자고 했다. 아이는 “민망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고 마음이 조금 풀렸다. 솔루션이 통할 때도 있고,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배운다.

Q.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A. 일단 취조하지 말자. “누가, 왜 그랬어?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 엄마가 어떻게 하라고 했어? 왜 바로 말 안했어” 등이 취조하는 말이다. 두번째는 표정과 말투에서 아이보다 더 과하게 반응하거나 “이건 학폭이다”라며 처음부터 흥분하는 것이다. 부모가 불안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려 하는데, 그러다보면 내 아이 마음을 놓치게 된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면 부모에게 더는 자신의 문제상황을 털어놓지 않으려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나중에서야 아이가 자신과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며 속상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 실수와 상처 앞에서 부모는 불안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Q. 아이가 똑똑하게 말하려면 부모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A. 말은 책으로 배우는 데 한계가 있다. 존중과 배려의 표현을 부모로부터 자주 들어야 한다. 부모로부터 지혜로운 말을 선물받은 아이의 입에서는 똑똑한 말이 자신감 있게 흘러나온다. 아이와 똑똑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하자.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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