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트레이드와 인내 끝에 얻은 3번의 우승, 인삼신기를 탄생시킨 KGC의 리빌딩 역사

조영두 2023. 4.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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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스포츠에서 리빌딩(Rebuilding)이란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팀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3, 4년 안에 정상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KBL 역사를 통틀어 리빌딩의 표본을 가장 잘 보여준 팀은 안양 KGC다.

KGC는 2010년대 들어 트레이드와 인내 끝에 리빌딩에 성공, 3번의 정상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축 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외모로 팬들을 끌어모아 ‘인삼신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인삼신기 3기가 이끄는 올 시즌에는 KBL 역대 3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통산 2번째 통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인삼신기를 탄생시킨 KGC의 리빌딩 역사를 돌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세근으로 방점 찍은 인삼신기 1기
2009년 4월 30일, KGC의 전신 KT&G와 서울 SK가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주희정이 SK로 향하고, 김태술과 김종학이 KT&G 유니폼을 입게 된 것.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트레이드였다. 김태술이 유망주 포인트가드로 평가받긴 했지만 주희정은 2008-2009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리그 최고의 스타였다. 이때부터 리빌딩을 생각한 KT&G는 김태술을 곧바로 활용하지 않고 먼저 병역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2009-2010시즌에는 1옵션 외국선수 나이젤 딕슨을 부산 KT(현 수원 KT)로 보내는 대신 도널드 리틀과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게 된다. 그리고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고, 2순위 구단이 KT로 결정되면서 전체 1, 2순위 신인을 동시에 선발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KGC는 박찬희와 이정현을 지명, 단숨에 유망주 2명을 동시에 품었다.

방점은 오세근이 찍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GC가 또 한 번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게 된 것. 마침 국내 빅맨 자리가 비어있던 KGC는 당시 최대어로 꼽힌 오세근을 고민 없이 선발했다. 훗날 오세근은 인삼신기 2기와 3기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기에 최상의 마지막 퍼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KGC는 기존의 양희종,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인삼신기 1기의 시작이었다.

2011-2012시즌 인삼신기 1기가 주축이 된 KGC는 초반부터 순항했다. 김태술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을 이끌었고, 신인 오세근은 외국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센터로 올라섰다. 양희종은 장점인 수비와 궂은일에서 빛을 발휘했으며, 박찬희와 이정현은 외곽에서 힘을 보탰다. KGC는 36승 18패로 정규리그 2위를 기록,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KT를 가볍게 제압한 KGC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높이를 앞세워 최강의 수비력을 뽐내던 원주 동부(현 원주 DB)였다. 동부는 해당 시즌 44승 10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시리즈 시작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부의 우세를 점쳤다. KGC는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1승 5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KGC는 왕성한 활동량과 강력한 풀 코트 프레스 수비를 활용해 동부를 흔들었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졌지만 4, 5, 6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4승 2패로 창단 첫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다. 인삼신기 1기가 첫 시즌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17.5점 5.3리바운드 2.2어시스트로 활약한 오세근은 신인 최초로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거상’ KGC, 인삼신기 2기의 탄생
2011-2012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한 KGC는 이후 오세근의 부상과 이상범 감독의 자진 사퇴, 김태술(KGC→KCC)과 박찬희(KGC→전자랜드)의 이적으로 주춤했다. 2016-2017시즌 인삼신기 1기 양희종, 오세근, 이정현이 주축이 되어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시즌 종료 후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오세근과 이정현이 동시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 것.

샐러리캡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KGC는 오세근과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7억 5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이정현과는 협상이 결렬됐다. 이정현은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9억 2000만 원이라는 잭팟을 터뜨리며 전주 KC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인삼신기 1기 멤버 5명 중 3명이 이탈하자 KGC가 선택한 방법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였다. 2017-2018시즌 도중 김기윤과 김민욱을 KT에 보내고, 이재도와 김승원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2순위로 최대어 변준형을 선발하는 행운을 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KT와 또 한 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번엔 김윤태와 한희원을 내주는 대신 박지훈을 받아왔다. 당시 전체 1순위 지명권이 박준영을 지명한 KT에 있었기에 사실상 김윤태, 한희원, 박준영으로 박지훈, 변준형을 얻은 것이었다. 이 트레이드는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 트레이드’로 불리며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선수 육성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은 원석이었던 전성현과 문성곤을 혹독하게 지도하며 새로운 팀의 주축으로 키워냈다. 이로써 기존의 양희종, 오세근에 새 멤버 전성현, 문성곤, 이재도, 변준형이 추가된 인삼신기 2기가 탄생하게 됐다.

인삼신기 2기가 가장 빛났던 때는 2020-2021시즌이다. 이재도와 변준형이 가드진을 이끌었고, 전성현은 리그 최고의 슈터로 성장했다. 양희종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문성곤이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줬다. 화룡점정은 제러드 설린저였다. 시즌 내내 외국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KGC는 정규리그 막판 NBA 출신의 설린저를 영입했다. 설린저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설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규리그를 3위(30승 24패)로 마친 KGC는 플레이오프에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설린저가 역대급 임팩트를 보여주며 매 경기 득점력을 뽐냈고, 정규리그에서 다소 주춤했던 오세근은 제 기량을 되찾았다. 여기에 이재도, 전성현, 문성곤, 양희종까지 나오는 선수마다 제 몫을 하며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6강 플레이오프 KT, 4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 챔피언결정전 KCC 모두 KGC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KBL 역사에서 6강, 4강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10전 전승을 거둔 건 KGC가 최초다. KGC는 인삼신기 2기를 앞세워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인삼신기 3기의 ‘라스트 댄스’
인삼신기 1기와 마찬가지로 2기 역시 영원히 함께 할 순 없었다.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FA가 된 이재도는 창원 LG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21-2022시즌 종료 후에는 KGC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 손규완, 손창환 코치가 고양 캐롯으로 떠났다. FA 자격을 얻은 전성현 또한 김승기 감독을 따라 캐롯에 새 둥지를 틀었다.

KGC는 새로운 사령탑으로 김상식 전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김상식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는 최승태, 조성민 코치를 데려왔다. 두 코치는 각각 1982년생, 1983년생으로 타 팀 코치들과 비교해 나이가 젊기에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또한 FA 시장에서 배병준과 정준원을 영입했고, 아시아쿼터를 통해 필리핀 유망주 렌즈 아반도와 계약하며 선수단을 살찌웠다. 자연스럽게 변준형, 문성곤, 배병준, 오세근, 양희종이 주축이 된 인삼신기 3기로 탈바꿈했지만 전력 약화를 피할 순 없었다.

우려 속에 2022-2023시즌을 맞이했지만 KGC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김상식 감독은 기존 KGC 컬러에 자신의 모션 오펜스를 적절하게 접목시켰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뭉치게 만들었다. 매 시즌 성장세를 보여준 변준형은 리그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문성곤은 수비에서 팀 중심을 잡아줬다. 오세근과 양희종은 노장임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배병준과 아반도는 팀이 필요할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며 전성현의 공백을 채웠다. 폭발적인 득점력이 장점인 오마리 스펠맨과 베테랑 대릴 먼로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벤치에서 출격하는 박지훈, 정준원, 한승희 등 식스맨들도 알토란같은 플레이로 팀에 힘을 보탰다.

개막전부터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준 KGC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2시즌 동부(44승 10패), 2018-2019시즌 현대모비스(43승 11패)에 이은 KBL 역대 3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정규리그 1위였기에 더욱 값졌다.

아쉽게도 인삼신기 3기 또한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근, 문성곤, 배병준이 시즌 종료 후 동시에 FA로 풀리기 때문. 몸값 상승이 확실 시 되는 이들 3명을 모두 붙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무려 16년 동안 안양에서만 뛴 원클럽맨 양희종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변준형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아있다. 선수단 역시 어느 정도 마지막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기에 우승을 향한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인삼신기 3기는 통합 우승에 성공하며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이들의 플레이오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사진_점프볼 DB,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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