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칼바람 끝났을까?...‘게임업계 거물’이 뜻밖의 말을 하네요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4. 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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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패터슨 CCP게임스 CEO 인터뷰

지난해 테크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 중 하나였던 ‘메타버스·웹3.0·블록체인’ 거품이 꺼지고 있습니다. 닷컴버블 시절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메타버스를 비롯해 이와 연계한 웹3.0,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투자도 급증했었죠. 하지만 연초부터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AI)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웹3.0 관련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2021년 회사 이름까지 ‘페이스북’에서 바꾼 ‘메타’는 지난해 11월 이후 2만 명 이상을 해고하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메타버스 부문 직원이었죠. 디즈니는 밥 체이펙 전 최고경영자(CEO)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메타버스 부문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했습니다. 직원 50명 전원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인수한 가상현실(VR) 워크스페이스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VR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부서도 일부 인력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요.

하지만 테크업계에선 ‘거품은 꺼지지만 기술은 남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새롭게 일하는 방식과 새로운 시장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죠.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시기 관련 기술과 사업모델, 경쟁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진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가 인터뷰한 힐마 패터슨 CCP게임스 최고경영자(CEO)는 “AI는 거품이 일다가 사라졌지만 얼마 후 챗GPT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듯이 웹3.0 역시 킬러 앱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메타버스는 결국 게임 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게임개발사인 CCP게임스는 전 세계 4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히트 게임 ‘이브온라인’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큰 공상과학 작품’으로 불리는 이 게임은 19년 동안 계속해서 이용자가 늘고 있는 매우 희귀한 작품입니다. 특히 거대한 게임 속 세계관에서 일찍부터 디지털 경제, 민주적인 커뮤니티 정부, 무료 기계장치 등의 탈중앙화 개념을 도입해 웹3.0의 선구자적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 CCP게임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패터슨 CEO를 만나 메타버스, 웹3.0 시장 전망과 이를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시각을 들어봤습니다.

2004년부터 CCP게임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힐마 패터슨 CEO. 그는 유럽 게임업계의 거물로 통하는 인물이다. <CCP게임스 제공>

-여전히 웹3.0이 새로운 인터넷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판단하시는지요?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지요.

용어로서의 웹3.0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매달 형태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웹3.0에 주어진 이러한 정의들은 나중에 어떤 정의가 그 단어를 지배하든지 간에 모두 뜻이 통하는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램,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를 보면 최근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더 중요해지고, 플레이어가 결국 크리에이터가 되고 크리에이터가 풀타임 직업이 되는 등의 추세말입니다. 이러한 트렌드가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것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웹1과 웹2가 다양한 트렌드에 맞게 개조된 것처럼, 웹3같은 포괄적인 용어도 결국 그 의미 중 일부에 맞게 개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이러한 추세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임을 단순히 플레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 등 전문적인 직업이 되는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웹3.0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킬러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플랫폼이나 기술 변화가 있을 때마다, 킬러 앱에 의해 주도되는 건 맞습니다. PC나 콘솔, 모바일, VR(가상현실) 등에서 그런 경향을 보았죠. 스팀에게 킬러앱은 ‘하프-라이프2’였고, 닌텐도는 ‘마리오’, 엑스박스는 ‘헤일로’, PS5에서는 ‘갓 오브 워’였죠. 웹3에선 다른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포지션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아직 그게 뭔지 결정을 내리기엔 이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킬러 앱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AI를 예를 들면, AI는 거품이 일다가 사라졌지만 얼마 후 챗GPT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듯이 말입니다.

-사실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 웹3.0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꺾인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가상자산 폭락과 함께 메타버스, NFT 거품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시장 동향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20년간의 ‘이브 온라인’ 운영 노하우와 새로운 기술 옵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래의 가능성이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흥미롭지만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하진 않죠.

-이브온라인이 웹3.0의 선구자적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브 온라인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선구자지만 웹3 게임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생태계와 이브 온라인의 디자인 및 철학은 근본적으로 유사합니다. 이브 온라인의 플레이어 중심의 마켓 시스템과 노동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모든 블록체인 게임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이브 온라인은 커뮤니티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구축됐죠. 처음부터 우리는 플레이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사와 유산에 집중했고요. CCP는 그 세계의 관리자 역할만을 해왔습니다.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코퍼레이션 및 얼라이언스는 대부분의 현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거버넌스의 구조인 ‘분산 자율 조직(DAOs)과 다소 유사합니다.

-“메타버스는 게임 그 자체”라는 의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메타버스는 e스포츠와 약간 비슷합니다. 게임으로부터 나옵니다. 다시 말해 무언가의 ’발생‘에 관한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것에서부터 발생하며 게임에서 e스포츠가 발생한 것처럼 메타버스도 게임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 순간(매 분, 매일, 매 주, 매 년)에 집중하면 그로부터 마법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관련 소셜 네트워크에서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경제, 정서적 리얼리티가 하나로 합쳐질 때 발생하는 어떤 것이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에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그 용어는 너무 많이 강조되어 왔고 아무도 그것의 의미에 동의하지 않으니까요.

-오큘러스와 같은 VR기기, 혹은 MR기기들의 등장이 메타버스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VR 시장의 확장이 게임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VR(가상현실) 기기가 물질적으로 대부분 삶을 향상시키는 정교한 수준에 있는 세상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확실히 일어나고 있는 극단의 상황은 생각하기 쉽고, 그 극단적인 예는 대체 안구일 것입니다. 인간의 눈은 설계가 그다지 잘 된 것이 아니며 몇 가지 설계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잘 설계된 새들의 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창의적으로 더 나은 디자인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미래의 세상에서는 그러한 디자인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왜냐하면 눈은 물리적 현실이든 가상 현실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내서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수십 년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망막에 광학적 투영을 하여 일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언제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대세가 될는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CCP는 여전히 우리가 자체적으로 부과한 VR 휴식기 상태에 있습니다. 2017년에 시작했으니까, 다시 한번 그것을 살펴봐야 할 순간을 우리는 절실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웹3.0을 제도권으로 들여오는 것이 가능할까요.

새로운 경험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는 실제로 다수의 일반적인 표준과 현재의 상황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에는 윤리, 굳건한 가치관, 원칙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며 지체하다 보면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그 중심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004년부터 CCP게임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힐마 패터슨 CEO. 그는 유럽 게임업계의 거물로 통하는 인물이다. <CCP게임스 제공>
-안정적인 웹3.0 게임 플랫폼 구동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게임내 생태계(코인노믹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브 온라인에서 우리가 한 경험은 실제로 게임 내 경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도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완벽한 해결책이나 마법같은 정답은 없죠. 경험에 기반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임 경제든 국가 경제든 또는 다른 형태의 경제든,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도전을 감당할 준비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매 순간 힘든 일입니다.

-최근엔 가상세계가 환경오염 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지구상에서의 수많은 경제 활동은 우리의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경제 활동의 20%는 인간의 물리적인 필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현재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모든 경제 활동의 80%는 우리의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패션 산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패션 산업은 추위나 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표현과 정체성 및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합니다. 패션 산업은 인류의 탄소 발자국의 약 8%로 추정되므로, 어떤 면에서는 탄소 발자국의 8%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우리의 육신, 아바타를 꾸미는 목적으로 소비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쉽게 온라인 경험으로 바꿔서 옷 한 벌 한 벌이 숲을 파괴하거나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고정된 비용으로 우리는 수조 개의 양말과 수백만 개의 재킷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나무 한 그루도 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게임과 가상세계가 실제 탄소절감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평균적으로 게임 플레이어 한 사람의 한 시간당 비용은 상당히 고정된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비용은 경험이 제공하는 감정적인 영향에 비례해서 확장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막대한 탄소 발자국이 있는 물리적 세계에서의 경험을 가져다가, 탄소 발자국을 비교적 무시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서 더 의미 있는 경험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에는 에베레스트산 등반이 인간의 능력을 증명하는 위대한 업적이었습니다. 하나 이제는 대부분 물질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적인 만족을 위해 등반에 참여하고 있고, 그것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게임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흥분감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의 만족을 위해, 기념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오르며 인류 역사상 거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이브온라인에서 타이탄을 조종해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게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청소년에 대한 게임 이용시간 제제 등 각종 규제 카드를 꺼내들기도 합니다.

십 대 자녀가 있는 저 또한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온라인 활동을 규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은 ‘이 온라인 활동이 사회적인가’입니다. 활동이 사회적이라면 친구들과 놀고 멋진 일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계속해서 몇 시간 동안 그렇게 해도 나는 괜찮습니다. 만일 짧은 영상들을 수동적으로 보고 도파민을 소진하는 것이라면, 수긍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함께 모험을 하는 것은 하루 종일 해도 되겠지요. 따라서 모든 온라인 경험이 다 똑같다는 대략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리적 현실에서도 모든 경험이 동일하지는 않지요.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위험하며 일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접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활동, 특히 게임에 대해서도 좀 더 세련된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게임들은 아이들이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주변 현실을 형성하는 놀라운 협동 모험을 하게 해 줍니다. 이는 종종 마인크래프트에서 이브온라인에 이르는 모래 놀이통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게임들입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교류하며 주변 현실을 형성하고 있나요? 그 경험 속에서 그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 역할을 합니까, 아니면 엄청난 도파민을 받고 그저 남의 수익을 창출해 주는 수동적인 청중입니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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