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의 신년 4월에 물싸움으로 맞이하는 전통축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무슬림의 명절 금식월 끝내고 올해는 4월에 하리 라야
고향 앞으로. 연초 중국의 춘절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4월 동남아 많은 지역에서 명절 연휴를 맞아 귀성행렬이 이어졌다. 대륙부 동남아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띤잔(미얀마), 쫄트남 트머이(캄보디아), 삐마이(라오스), 송끄란(태국) 명절이 이어졌다. 올해는 특히 이슬람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 22일 본격 시작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지의 교통량도 크게 늘고 있다. 앞서 필리핀의 부활절과 동남아 일대의 인도계의 타밀 신년 행사까지 고려하면 동남아의 4월은 명절·축제의 시기이다.
◆4년만의 명절 연휴…“고향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사태 이후 사실상 4년만에 맞는 명절 연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휴 표정은 22일 시작된 하리라야(르바란·이들피트리)을 맞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연휴는 짧게는 나흘, 길게는 열흘로 비교적 길다. 가족 혹은 친척을 만나며 그간의 그리움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태국 남부와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올해는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에 따라 귀성객이 여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올해 귀성객이 1억24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이슬람 명절인 르바란 연휴 귀성객 8500만 명에 비해 400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메트로TV 등 인도네시아 언론은 “연휴가 시작된 이후에도 자카르타를 빠져나가는 귀성객이 많을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무딕 시즌’이 도래했다”고 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가족 상봉이 더러 제한됐지만, 올해부터는 그렇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무딕’(mudik)은 타지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고향을 찾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을 말한다.
◆명절의 또다른 이름…배려·베풂의 시간
이슬람 명절 하리 라야를 맞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무슬림을 중심으로 연휴를 즐기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오랫만에 여유를 느끼는 동안 국왕과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은 명절에 축하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 통합과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왕 술탄 압둘라는 축하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제한 조치 없이 명절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절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비교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가족, 친지와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을 갖자”며 “다른 이들의 존엄성과 평화를 위해서도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쿠알라룸푸르 등 전국 곳곳에서 연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전했다.
무슬림 인구 비율을 보이는 해양부 동남아에서는 이슬람 명절 기간엔 자주 베풂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일반 신도들도 금식시간이 끝나면 가족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그 음식을 권하기도 한다. 음식을 전하는 대상 중에는 교통질서를 돕는 사람, 거리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나는 이미 많이 받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주라”며 웃음을 보이며 애써 사양하기도 한다. 단순 수치로 비교해보면 가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서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건들을 구하고, 채워나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소유는 자신을 다시 옭아매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최소한의 필수품만 지닌 채 삶을 되새기는 이들도 있는 법이다.
◆대륙부 동남아의 새해·물축제
대륙부 동남아로 눈길을 돌려보면 4월은 새해의 의미이고, 물의 축제를 즐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관광 측면에서 외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축제는 태국 송끄란이다. 물싸움 축제를 위해서 이 시기에 태국 여행에 나서는 외국인도 많다. 외국인들도 새해를 맞아 불교사원과 집을 씻고 청소하는 전통을 즐기곤 한다.
송끄란은 종교적 요소와 세속적 요소가 결합된 명절이다. 사원의 불상을 씻고, 승려의 덕담을 듣고, 동물을 방생하는 활동은 종교적 요소이다. 물이 중요한 건기에 가볍게 물을 뿌리고, 즐기던 전통은 이제는 물싸움으로 커졌다. 영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태국·라오스 전문가인 로버트 쿠퍼는 ‘컬처쇼크’ 등 여러 저서에서 송끄란에 대해서 “더없이 즐거운 날이지만, 계속되는 물세례에 진저리를 치는 이들도 있다”며 “태국 사람들조차도 축제가 끝날 무렵에는 감기에 걸려 앓아눕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쿠퍼는 많은 태국인이 스스로도 지나치게 축제를 즐긴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송끄란에 앞서 일주일 전엔 짜끄리 왕조의 건국을 기념하는 공휴일을 즐기는 등 태국에서는 축제가 유독 많다.
동남아에서 비교적 작은 나라인 라오스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연휴에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통한 힐링 여행이 가능한 라오스 언론에서 보도된 신년 풍경은 어땠을까. 비엔티안타임스는 최근 이렇게 전했다.
◆축제 팡파르·무료버스 투입
불기 2566년을 맞이해 수백 명의 주민들이 새해를 축하했다. 코로나19로 금지됐던 축제는 희망찬 팡파르를 울리며 돌아왔다. 공식적인 축제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 기간이 더 길다. 통룬 시술리트 국가주석은 비엔티안 소재 사원의 사당에서 불상에 경의를 표하면서 새해 의미를 알렸다. 손세이 시판도네 총리는 루앙프라방에서 열린 축제 현장을 찾았다. 축제에서 사람들은 물을 뿌리면서 서로의 행운을 기원했다.
이웃 캄보디아 정부는 훈센 총리의 지시로 귀성객을 위한 무료 버스를 투입하기도 했다. 13~17일 프놈펜에서 귀성하는 이들을 위해 버스 345대를 제공한 것이다. 택시와 민간버스 회사들이 귀성인파가 많은 상황을 상황을 악용해 요금을 많이 받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군사정부 치하인 미얀마에서는 교도소에 있던 이들 중 3113명이 17일 풀려났다. 풀려난 사람 중에는 외국인 98명이 포함됐다. 미얀마는 2021년 2월 발생한 군사쿠데타로 군정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새해 명절은 쇠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