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사랑이라 말해요', 배우로서 욕심난 작품" [인터뷰]
상처를 갖고 있는 남자 동진 역할
작품 선택 이유와 앞으로의 목표는
'사랑이라 말해요' 속 김영광의 연기는 유독 공허하고 쓸쓸하다. 김영광이라는 배우의 고독을 잠시 들여다본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처럼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든 연기에는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이 담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영광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사랑이라 말해요'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의 감성 로맨스다. 하루아침에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집을 뺏긴 여자와 복수로 얽히게 된 남자의 이야기로 각자 상처를 갖고 있는 우주와 동진의 교감이 주 관전 포인트다.
이날 기자와 만난 김영광은 현재 맡고 있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이었다. 멋쩍은 듯 웃음을 지은 김영광은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까 약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광은 '사랑이라 말해요'를 두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지문을 갖고 있듯 이해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깊은 여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작으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중이다. 특히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연기를 소화하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여졌다. 김영광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대본을 읽고 배우 본인 역시 궁금해지고 더 이야기하고픈 것이란다. 로맨스코미디, 청춘물들을 주로 맡았던 김영광은 '썸바디' 이후 '사랑이라 말해요'까지 다양한 색채의 옷을 입는 중이다.
특히 '사랑이라 말해요'는 김영광에게 배우로서 욕심이 났던 작품이다. 흔한 로맨스 장르가 아닌 보다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고 동진 역시 새로운 캐릭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영광 역시 동진처럼 외로움을 느꼈고 그런 부분에서 동질감을 형성했다. "저도 항상 외로움을 느껴요. 누구나 외로움은 다 있으니깐요. 동진은 지우개를 다 쓴 것처럼 닳고 닳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고 더 이상 닳을 부분이 없어서 외면해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까봐 선을 긋는 사람이죠. 동진의 외로움과 아픔을 무덤덤하게 표현했습니다."
김영광은 다음 작품을 촬영 중이지만 여전히 '사랑이라 말해요'의 동진이 주는 여운을 계속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진이 주는 쓸쓸함이 유독 남다른 고독을 남겼기 때문이다. '사랑이라 말해요' 촬영장에서 절친인 이성경과 거리를 둘 정도로 깊게 몰입해 완성한 동진은 아직까지도 김영광에게 흔적을 남겼다.
의도적으로 어떤 연기를 하겠다고 설정하지 않은 채 김영광은 자연스럽게 동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현장에서 몸을 맡기고 대사를 뱉었고 보는 이들이 스며들게 만드는 연기를 해냈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을 묻자 "빨리 체득해야지 생각하면. 나에게 더 많은 압박을 하면 더 어려워진다. 저는 냅둔다. 스스로를 내버려두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준다. 부담을 많이 주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루종일 그 부담을 생각하거나 이겨내려고 하는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연애관은 어떨까. '사랑이라 말해요'처럼 스며드는 편이라는 김영광은 "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물론 알아가면서 불타오를 수 있지만 조금씩 더 알아가면서 인정이 되고 쌓이면서 깊어진다"고 밝혔다. 결혼에 대한 소신도 들을 수 있었다. 김영광은 "'언젠간 결혼을 하겠지'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성준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성준이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즐겁다더라. 저는 아직 잘 모르는 이야기지만 행복감이 느껴지더라. 그럴 땐 부럽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작이 목표인 만큼 끊임없이 작품을 만났다. 이에 정신적인 쉼도 필요할 터다. 김영광은 부침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내버려둔다면서 자신을 잘 다독이는 비결을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 거대한 목표보다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위대한 목표를 가진 적도 없고요. 저는 그냥 제 일을 충실하게 하는 편이고 제 일에 있어서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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