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경기도내 데이터센터, 소방 이어 건축·전기·가스 관리도 ‘흔들’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뜨린 국민 메신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 데이터센터의 미흡한 소방 관리가 수면 위로 드러난 데 이어, 경기도내 일부 데이터센터는 건축·전기·가스 관리에도 허점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경기도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업의 이행실태 확인을 미루고 있어, 도민과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 도내 데이터센터 총 29곳 중 도민 이용률이 높은 대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소방·건축·전기·가스 등 4분야에 대한 ‘통신사 데이터센터’ 합동점검을 시행했다.
같은 해 10월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통신장애가 도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 체감,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기 위해서다.
실제 해당 화재로 카카오가 30시간 넘게 복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사회·경제 전반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에 입장조차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도민들이 넘쳤고, 지난해 기준 매출 손실과 이용자 보상에 따른 단기적 재무 영향만 약 400억원 규모에 달했다. 화재 피해 보상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이후 시행된 점검 결과, 소방·건축·전기·가스 분야에서 총 67건의 미비점이 지적됐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건축 56건(83.6%), 전기 6건(9.0%), 소방 4건(6.0%), 가스 1건(1.4%) 등이다.
지적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전사고에 치명적인 결함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일례로 도내 한 대형 통신사의 경우 전선이 관통하는 지점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 ‘불연성 소재의 방화구획’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건축물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방화구획이 불량하게 유지되면, 데이터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도내 통신사는 연기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 ‘방화문’에서 틈새가 발생해 도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일부 벽체와 배터리실 벽면에서 균열이 발견돼 건축물의 안정성과 내구성이 저하된 데이터센터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적사항에 대한 도 차원의 확인 점검은 지연되고 있다. 당초 도는 지난달 지적사항에 대한 데이터센터의 이행실태를 확인하기로 했는데,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점검 일정을 미뤄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단 1건의 결함으로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관건이다. 하지만 점검 현장에서 시행된 시정조치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이에 주관부서 일원화를 통한 도 차원의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보통신 사고’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 사고의 효과적인 예방·대응을 위해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 및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운영 조례’ 등에 따라 도 주관부서인 ‘정보통신보안담당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점검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도 관계자는 “도가 지적한 사항에 대한 각 기업의 이행실태를 보고 받는 부분에서 일정이 지연됐다. 다음 달 내로 이행실태를 확인하도록 하겠다”며 “주관부서가 일원화 돼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경기도 디지털재난 지원 조례’를 근거로 도 사회재난과가 주축이돼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디지털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안전은 완벽 준비가 핵심”
전문가들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디지털재난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디지털 안전 강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22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디지털재난에 있어 경기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의 경우 도내 기업이 기본적인 안전 대책을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을 하고 이행 실태 등의 정보도 도민에게 공유해야 한다”며 “대기업마저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할 수 있기에, 도가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안전은 ‘언제나’ 완벽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도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도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기업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향후 문제가 없도록 소통에도 힘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정부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한 후속 조치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도 역시 이 같은 정책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민간기업이 운영하지만 도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영향력이 큰 만큼 신속하게 재난관리 의무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의무대상을 선정해 재난 예방과 대비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도민과 가까이 있는 도에서 보다 세부적인 영역까지 검토하는 등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단 1분의 통신장애로도 개인과 기업의 안보, 재산 등에 큰 피해가 생긴다.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발빠른 도의 대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도의회에서 디지털재난 관련 조례를 발의한 전자영 도의원(더불어민주당·용인4)은 디지털재난 예방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디지털재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비를 위한 전문 인력이 행정에 부족하다는 데 있다. 공무원을 채용할 때부터 디지털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을 뽑아야 각종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사전에 점검하고 점검에 따라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며 “판교 데이터센터와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 도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임태환 기자 ars4@kyeonggi.com
손사라 기자 sara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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