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상 美 텍사스A&M대학 교수 "尹 대통령 러시아·중국 겨냥 발언, 고도로 계산된 것" [원성윤의 人어바웃]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에 대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 공고화 및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협력의 구체화 ▲양국 미래세대 교류 지원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만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 당국자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는 일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국제정치경제 학자인 심규상 미국 텍사스 A&M대학(부시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20일(워싱턴 현지시각)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고도로 계산된 것"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의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해외 직접 투자, 기업 국가 투자 분쟁, 국제 공급망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부시 공공정책대학원 워싱턴 DC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은 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언급과 대만과 관련한 발언이 나오자 각각 러시아, 중국 외교당국자들이 반발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다. 외교가에서는 지도자의 발언에 대해 국내적인 반발이 크면 클수록 그것이 설명하는 바가 더 큰 신뢰성을 준다고 한다. 일부러 그걸 설득하지 않으려는 것도 있다. 한미 FTA 체결 당시에도 시위대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가 협상의 지렛대로 썼던 기억이 있다. 이 만큼의 정치적 비용을 감수하고 실행한 결정이니 너희가 양보해줘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 야당에서는 파병 이야기까지 거론한다. 중요한 이슈를 야당과 협의 없이 말했다고 반발하는데.
파병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포탄의 수출 차원에서 나름의 이익을 가질 수 있고, 미국도 파병 하지 않는데 한국이 전투부대를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려지 실제로 이뤄질 거 같지는 않다. 미국이 직접적인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따르는 비용에 대해 보다 명시적인 신호를 보내야 하기에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간접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
-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기대, 전망을 부탁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테마가 '행동하는 한미동맹'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핵심 어젠다는 안보와 경제 정책이다. 먼저 북한 핵의 억지에 있어 핵잠수함, 한국의 핵 개발, 핵 공유, 확장 억지의 재천명 등 다양한 옵션이 거론될 수 있으나, 여러모로 미국이 편리한 것은 확장 억지 공약을 다시 언질해주는 것일 것이다. 다만 중국 해군의 급성장과 대만 침공을 억지하는 과정에서의 필요성을 인지한다면 호주의 경우처럼 핵잠수함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 역시 중요한 논제가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우리 정치·경제·안보에 지대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경제 협력이다. IRA와 반도체법으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 및 투자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에 상당한 관심이 많았다. IRA는 기본적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줄이려는 정책이었으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줄여 기름값을 잡아가는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줄여보자는 의도였다. 그 가운데 어떤 EV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가가 문제가 됐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미국 시민과 기업에 더 큰 방점이 찍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한미 FTA에 명시된 '내국민 대우 (national treatment)'의 권리가 있고, 안보 정세의 여건 속에서 한국 정부가 다소 수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동맹의 강화 측면에서 미국이 양보해줄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 정부가 한미일 동맹 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행에 있어 한미일 3국의 협력 역시 중요한 전제조건이기에 최근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보인 대단히 적극적인 제스처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일본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성의에 부합하지 않는 비우호적인 행동들에 대해 미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방안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대되는 성과를 연관 지으면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인도-태평양 전략은 기본적으로 포괄적 지역 관여 전략이며 그 핵심은 역내군사협력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경제의존도를 낮춰 중국이 사용가능한 경제 제재로부터의 취약성을 낮추는 것에 있다. 때문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동맹, 반도체 지원법 모두 한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칩4동맹은 한·미·일·대 반도체 4국이 상호 긴밀한 연계 속에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미국이 설계·장비·원천기술, 일본이 소재·부품, 대만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분업을 이뤄 중국으로 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에 강점이 있고, 중국과 홍콩에 대략 60%를 수출해왔기에 수출 시장의 다변화 및 자체 공정 설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그 전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예방하는 것을 큰 목적으로 본다면 나름의 의의는 있는데, 이러한 아쉬운 사항들을 미국 정부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우리 기업이 반도체 지원법에 의해 받을 수 있는 피해로부터 어떤 것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미 CIA가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첩보와 방첩이라는 창과 방패의 무한 경쟁을 해온 미국과 러시아에게, 사실 이러한 일을 이제 관두라고 종용하거나 선언을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대미 여론의 악화가 미국이 펼치고 있는 각종 산업정책에서 한국이 조금은 더 많은 양보를 받을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 시기의 북한의 핵 개발 및 군사 활동 증가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인태전략이 내포하고 있는 건 이제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낮추고 중국이나 역내 안보에 관심을 갖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때때로 이뤄지던 협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때문에 한국 내 북한 이슈의 대두 및 인태 전략의 시의성 및 필요성을 낮추기 위해 군사 활동을 사용할 유인이 생기게 됐다.
북한의 그간 행동은 이랬다. 지난해 8월 17일 이후 한 달 넘게 잠잠하다가 9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계속 미사일 발사, 포병 사격, 항공기 기동 등을 퍼부었다. 이후 인태 전략이 11월 11일에 발표되고, 일주일 넘게 잠잠했는데, 이는 인태전략 선언 전에 북한 문제가 한국 내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 이후에 다시 도발이 이어졌는데, 이는 여전히 한국은 북한이라는 안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감행한다고 본다.
- 최근 북한의 황해북도와 평안남도, 함경도 일대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흐름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나.
그것이 두 번째 이유다. 한반도의 핵 위기는 북한의 식량난, 고난의 행군 시기와 늘 맞닿아 있었다. 김정일 역시 북한 기근 상황 속에서 선군정치를 강행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인해 식량난이 가중되었고, 지난해 겨울에는 강우량의 부족으로 올해 들어 큰 흉작이 예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 내 엘리트 계층들은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쉬운 수단은 선군정치 혹은 핵무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고취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 과거 6자 회담식 대화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날의 4자회담,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해법은 오늘날 국제정세에 있어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단정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과거 다자회담의 시기는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경제 개발기라고 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시간이 존재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 핵으로 인해 외교적 고민을 안고 있던 시점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갈라지고, 미·중 갈등이 고도화되는 오늘날에 있어 다자적 방식의 회담은 이제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 북핵 억지에 대한 해법이 있을까.
확장된 핵 억지를 강화하고, 자체적인 핵 능력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군비 강화를 통한 억제의 확립을 갖추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사실 군비경쟁을 무제한 치킨게임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비춰보면 경쟁이 극도로 고도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경쟁자 간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는 결론 또한 도출되는 패턴을 보인다. 상호 간의 ‘위협의 균형’을 통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기도 하며, 창과 방패의 릴레이 속에서 보다 목적성 있고 계획성 있는 안보 협력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 심 교수의 말처럼 한국이 핵을 가지자는 논의가 국내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국이 핵을 가지게 될 경우 동북아시아 긴장 고조, NPT 탈퇴 등 여러 가지 산적한 과제들도 있고,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되는 문제도 있는데.
핵 보유로 인한 중국의 반발은 인도 태평양 전략과정에서 이뤄지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피해를 감소할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는 굉장히 가혹한 시기가 찾아오리라 생각되지만, 애플은 최근 인도에 생산기지를 지었다. 한없이 다가오는 격랑 속에서 리스크가 덜한 제조, 유통라인으로 옮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출구 없이 지속적으로 심화될 예정이고, 미국의 제재 및 산업정책으로 인해 여러모로 사업상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 보유가 가져올 국제 사회 속에서의 고립은 미국의 이해만 갖춰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핵 개발로 인한 여러 패널티에 대해서는 사실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미국이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국들과 충분한 조율을 거친 국가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된 것이 없다. 사용하지 않을 핵이라지만, 사용하지 않음에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억지 효과를 갖는 무기다. 때문에 북한이 한없는 경제난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매달리는 것이다. 물론 민주국가로서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묻는 과정이 함께 하길 기대한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및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 집단의 토론을 공론화해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핵을 보유하게 되면, 그보다 나을 수 없을 거다.
- 한국이 핵을 갖게 되면 동북아시아 군비 증강과 긴장 관계 증대라는 문제점을 나올 수도 있는데.
남북의 핵 대치가 아닌, 상호 핵파기를 논의할 수 있다. 상호 핵 능력 관련 정보공유를 통한 낮은 수준에서의 군사 교류를 시도해볼 수 있는 카드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대화의 방법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완성 단계에 이른 핵무기를 당장 포기하라는 조건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이다. 때문에, 무기 개발의 목적 및 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워진 경제에 약간의 지원 정도는 가능한데, 이제 도발 그만하고 민생 챙기자는 방향으로 남북이든, 북미든 양자적인 형태의 협상을 추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인태전략의 성패는 어디에 달려 있다고 보나.
사실 북한 문제를 잠재우는 것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중국과 거리를 두어주기만 하면, 그 외교적 거리가 멀면 멀수록 서해에 주둔 중인 중국 해군 전력이 운신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대만 전쟁을 억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윤 대통령도 바이든도 기시다도 확장 억지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둘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협상 테이블이다.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에 자신과의 이야기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신호다. 기근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외부의 지원이 상당히 갈급하지만 국내적으로 보이는 눈치가 있어 마냥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 윤석열 정부의 '2023 통일백서'에서 설명하는 '담대한 구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핵 보유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 및 미국을 위시한 관계국들과의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핵화 협상 전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중 초기 조치로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북한 광물자원의 수출을 일정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거기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이용해 식량‧비료‧의약품 등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시돼 있다. 억지력 강화와 화해 조치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서도 충분히 실현 및 수용 가능한 방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환경적인 여건과 대통령의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다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경제 관련해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우리 기업의 불이익 최소화 등과 관련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50조원 이상 보조금을 주기로 했지만, 반도체 수율 등 기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IRA 및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국내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입안된 정책이며 한국이 이것에 대해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근거는 한미 FTA에서의 내국민 대우 조항에 있다. 반도체 지원법의 핵심은 2023년 기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중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7,500달러(약 987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을 맞추려면, 기업들이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망간 등의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 및 가공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차전지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60% 이상으로 매우 높아 공급망 다변화를 보다 급격하게 이뤄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초과수익에 대해서는 상당한 양을 세금으로 내야하며, 반도체 생산에 있어 많은 기업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세밀하고 구체적인 사항들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간의 합의 및 이해가 논의될 것이므로, 우리의 입장과 우리가 예상하는 피해에 대해 동맹으로서 이런 점들을 양해해줄 의향을 얻어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놓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외교 기조를 갖고 있다. 일본과 군사동맹을 통해 손을 잡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게 한국 내 많은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미일 동맹은 여러모로 중국은 두려워하고 미국은 원하는 방향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동맹으로서 서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거나 지원해야 하는 최인접국의 상황 속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할 생각이 없는 한, 한국은 일본을 사이에 낀 동맹을 통해 혹시 모를 안보 공백을 채워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고, 일본은 이 부분에 대해 국내적으로 아직 상당한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으로 더 큰 비용을 감수하는 외교 행위일수록 더 신뢰할만한 행동으로 이해되기에,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일본은 안보 3법 개정 이후 실질적으로 외부 안보 상황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한국의 이해 및 양보 없이는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갈등을 빚고 있는 역사문제와 독도에 대한 국내적인 관심을 줄여나가는 한편, 공식적으로 지속적인 관계 개선의 제스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어떤 방법이 가능할 수 있을까.
최근 사이토 국토교통성 대신이 한국을 문화 대은의 나라라고 말했다는 점은 기시다 내각 내부에서 어떻게든 우호적인 메시지를 마련하려 노력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내각의 입장만으로 정치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경우, 일본은 미국을 통해 다소 수동적으로나마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해가 없으면 동맹도 없을 테니 군대를 갖고 싶은 일본은 뭐든 해야할 것이고, 중국의 확장을 억지하기 위한 동맹을 원하는 미국도 일본을 압박할 것이라고 본다.
-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굴욕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다소 굴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국가 차원에서 이뤄드려 그분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경제적인 위로를 안겨드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그리고 나아가 독립운동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면, 일본의 위정자들이나 젊은이들도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잊어도 우리는 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정부가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놨는데, 아베 정부가 추진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비판도 있었다.
인태 전략은 2007년 아베 신조 총리가 해양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다층적 협력의 추진 차원에서 처음 만들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대응하기 위해 그것을 구체화했고,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 중국의 패권 도전을 좌절시키기 위해 인태전략이 발표됐다. 이는 쿼드 (미국·일본·호주·인도), 역내 동맹 국가 (한국·일본·호주·아세안·EU), 한미일 3국 협력 강화해 북핵을 저지하고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 억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지속하고 번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포괄 동맹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인태전략 역시 이와 유사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인 존재론적 고민이 그 출발점에 있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 시기부터 구상돼 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맹의 중국에 대한 견제를 상호조율하겠다는 목적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중국이 때때로 펼치는 수출입 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의 조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자유 국가들끼리 평화와 통상의 자유를 위해 중국을 대체할 시장과 공급망을 만들고 그걸 지키는 힘을 갖추고 번영하자는 워딩이 나올 수 있도록 ‘자유, 평화, 번영’의 세 가지 키워드가 나왔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일본은 해양 안보 및 역내 영향력 강화, 미국은 중국 견제, 한국은 유사 시에도 흔들림 없는 시장과 그를 받쳐줄 안보체제의 구축이 그 주된 골자로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국내에서는 중국·러시와의 갈등이 두 국가 내 한국 무역을 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 중국은 최근 들어 거만한 자세로 대국(大國)이라 자칭하며 한국을 낮게 보고 계속해서 발언해 왔다. 러시아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안 한다고 해서 혜택을 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영토 분쟁을 일으킬 것도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입장에서 그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이해는 간다. 미국이 구상하는 미래는 중국과의 의존도를 계속 낮추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중간자적인 입장을 시도하려고 문재인 정부 때 계속 시도했으나, 혐한(嫌韓)과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우리가 계속 힘들었다. 국내 기업의 중국에서의 활동도 굉장히 어려웠었다. 물론 한국이 하나의 선택을 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으나, 디커플링 추세에서 우리도 중국 외 공급망을 확보하고 벗어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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