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크라 군사지원 시사 발언’ 파장…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사태 파문 [한주의 여의도 스케치]

이천종 2023. 4. 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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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는 말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누가,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적잖이 공을 들인다. 하여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지향점이 보인다.
 
이번주 가장 주목을 받은 정치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시사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압축된다.

22일 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의 주간 이슈(4월17일~4월21일)를 보면 <尹 대통령 ‘우크라 군사지원 시사 발언’>과 <‘민주당 돈 봉투 의혹’ 강래구 구속영장> 관련 뉴스가 가장 많이 출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尹 대통령 ‘우크라 군사지원 시사 발언’ 파장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해, 그리고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파장은 거셌다. ‘살상무기 지원불가’라는 정부 입장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일 보도되자 즉각적으로 러시아의 반발이 나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그것이 어느 나라에 의해 이뤄지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반러 행동으로 간주한다”면서 “양국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최측근으로 정권 2인자격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피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모스크바=AP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에 러시아가 반발하자 미국이 나섰다. 러시아의 보복 위협을 두고 ‘한국은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동맹’이라고 감싼 것이다.

러시아의 보복 위협성 반발이 잇따르자 미국은 ‘한국은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발언에 대한 러시아의 협박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미국은 한국과 조약 동맹”이라며 “우리는 그 약속을 매우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라고 답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우리는 한국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것을 감사해하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지에 큰 목소리를 내온 점에 대해서도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AP연합뉴스
미 국무부 대변인실도 “한국은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수호하는 데 있어 든든한 파트너였다”라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또 “우리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취한 경제적 (제재) 조치는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전력 공급망 복구 지원, 다자간 결의 지지를 높게 평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로 국내 정치권도 한주 내내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실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 파장과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어떤 방식의 합의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에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롯데와 같은 150여 개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고 현지 자산 규모도 7조6000억 원에 달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우리 기업에 사실상 폐업선고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또 “(무기 지원은) 북·러의 군사적 밀착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사실상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1990년 수교 이전으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전쟁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무슨 염치로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0일 “윤석열정부의 외교가 위험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네 가지 숙명을 안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그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 “큰 불안을 야기했다. 이런 잘못을 한국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한국은 분단국가다. 그래서 평화가 절대로 필요하다”며 “평화가 깨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가”라며 “동맹으로서 신뢰를 유지하고 공유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동맹은 상호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국가”라며 “인접한 대륙국가 중국, 러시아와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적대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은 통상국가”라며 “세계 200개국과 무역으로 먹고산다. 어느 나라와도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국은 네 가지의 숙명적 요구를 모두 이행해야 한다”며 “어느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정부는 동맹국가의 숙명을 중시한다. 동맹은 소중하다”라며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다른 요구도 수용하면서 동맹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국정은 정교해야 한다. 외교는 더 정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구나 지금의 국제정세는 한국의 생존을 위협한다. 그것을 책임지는 것이 정부”라고 했다.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사태 파문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이번주 여의도 정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이번 사태 핵심 인물 중 한명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뒤이어 서울중앙지법이 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영장을 기각하는 등 형사절차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22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돈봉투 의혹 사태는 블랙홀처럼 여의도 정치권 이슈를 삼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7일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며 "저희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돈봉투 의혹 사태에 총공세를 퍼부으며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연계론을 부각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는 통화로 서로 말을 맞추고 진실 은폐 모의라도 했느냐”고 비판했다.
2022년 5월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포=연합뉴스
김 대표는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와 무슨 말을 했고, 도대체 송 전 대표는 언제 오는지 특히 지역구를 양도받아 차지하는 과정에서 어떤 거래와 흥정이 있었던 거 아닌지 국민들의 의문을 즉각 해명하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이라고 하는데 송영길 쩐당대회에 이심(이재명의 의중)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즉각 귀국을 지시하라”며 “민주당 차원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하고 독려하라”고 강조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민주당 ‘쩐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해 송 대표가 알고 있었고 스스로 돈 뿌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녹음파일이 나왔다”며 “당시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간신히 당선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쩐당대회 계기로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심송심 용어 판친거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송 전 대표가 다섯번이나 당선된 인천 지역구를 접수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종착점을 송 전 대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민주당은 20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즉시 귀국'을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송영길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며 “그게 당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민과 당에 대한 기본적 도리라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의원들의 뜻을 프랑스에 있는 송 전 대표도 충분히 감안해 향후 본인 입장과 행동을 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1일 이번 사태가 민주당 일각에서 야당 탄압을 위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 내부 반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한 장관은 “기획이라는 음모론을 말씀하셨는데, 검찰이든 누구든 그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돈 봉투 뿌리는 대화를 하라고 억지로 시키지 않았고, 녹음하라고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정치 탄압이라고 이야기했던데, 의원 매수를 수사하는 것을 가지고 정치 탄압이라 한다면 승부 조작을 수사하면 스포츠 탄압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한 장관은 이어 ‘정치권 관행’이라는 취지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나 수사 상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수백만 원씩 돈을 뿌린 것이 '중요하지 않은 범죄'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고 한마디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평범한 국민은 선거와 관련해서 몇십만원, 몇만 원을 주고받아도 구속돼 감옥에 가고 받은 돈의 50배를 토해내야 한다”며 “매번 국민의 대표라고 하시지 않나.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시는 건지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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