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면 기회온다 ‘엽심열심’ 실천한 두산 양찬열 내친김에 리드오프까지?[SS 시선집중]

두산 양찬열이 21일 잠실 KT전에서 3루타를 뽑아낸 뒤 여유있게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준비하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이를테면 ‘엽심열심’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긴 양찬열(26)이 소나기처럼 내린 기회를 움켜쥐었다. 리드오프 특명까지 완수하면, 외야 한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홈경기를 앞두고 “어제는 양찬열의 타격이 타선 폭발을 견인했다. 홈에서 시즌 첫 선발출장했는데 100%출루(3안타 1볼넷)에 2타점 3득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만큼 준비를 잘했다는 뜻이고, 낙담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희망을 잃지 않은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찬열은 이날 3루타 1개를 포함해 3안타 1볼넷으로 만점활약했다. 그는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평가전때까지는 좋았는데, 시범경기에서 감이 살짝 떨어졌다. 당연히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출전해야하므로 잘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낙담하는 것보다는 1군에 올라갔을 때 팀에 도움이 돼야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밝혔다.

두산 양찬열이 21일 잠실 KT전에서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서도 빠졌는데 ‘착실히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동기부여를 했다. 그 말을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찬열의 인터뷰와 이 감독의 발언 사이에 시차는 있지만, 입을 맞춘 건 아니다. 이 감독은 “평소에도 젊은 선수들이 의지를 꺾지 않도록 힘을 낼 수 있는 말을 많이 한다. 어쨌든 그 선수들이 팀을 끌어가야 할 재목들”이라고 강조했다.

맹활약 덕에 양찬열은 22일 잠실 KT전에서 리드오프 중책을 맡았다. 정수빈의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1번타순에 배치됐다. 이 감독은 “지난해 가을부터 정말 열심히했다. 가진 게 많은 선수인데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잘됐으면 하고 바랐는데, 기회를 움켜쥐었다. 팀내 ‘열정남’이므로 양찬열이 제 몫을 해준다면 개인도 팀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양찬열이 리드오프 중책을 맡은 배경은 수비 안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넓은 잠실은 수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양찬열은 “이정후(키움)의 플레이를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타구를 따라갈 때 자세를 낮춰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이정후는 구장 특성상 자세를 낮추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선을 타구에 고정한채 달려야 해 공을 보는 것에만 집중한다. 이정후는 “시선을 잠깐이라도 돌리면 공을 잃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달리는 자세를 벤치마킹했더니 타구를 따라가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게 양찬열의 생각. 그는 “수비할 때 긴장을 많이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예년보다는 편하게 수비한다. 긴장을 덜하니 타석에서 집중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순환이다.

이 감독 역시 “수비가 좋아졌다.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잠실에서는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많지 않은데, 타구에 대한 집념은 유지하면서 동작에 여유가 있으니 편안해보인다”고 말했다. 두산 외야에 강력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