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 복귀한 장근석 "새로운 저를 찾았죠" [HI★인터뷰]
5년 만 복귀작 공개 소감
"'꽃미남 배우' 이미지, 일부러 탈피하진 않아"
배우 장근석이 돌아왔다.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덥수룩한 수염과 초췌한 얼굴로 복귀했으나 더욱 성숙해진 몸과 마음이 눈길을 끌었다. '미끼'는 장근석의 연기적 지평을 확장시키는 특별한 작품이다.
최근 장근석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쿠팡플레이 '미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끼'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하고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기 사건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장근석은 '미끼'에서 강력계 형사 구도한 역을 맡았다. 구도한은 적당히 세속적이고 현실에 타협하는 듯 보이지만 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물이다. 사건이 8년 전 죽은 사기 범죄자 노상천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되고 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5년 만에 '미끼'로 복귀하게 된 장근석. 그간의 근황에 대해 "제 인생에서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었던 기간이다. 제가 하고 싶었던, 못 했던 것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았다"면서도 "이렇게 시간이 길어질 줄 몰랐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복귀작인 만큼 심사숙고하게 작품을 선택했을 터다. 그렇다면 장근석이 '미끼'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중이 생각하는) 장근석 배우의 가이드라인을 가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3년동안 새로운 저를 찾는 시간이었다. '미끼'를 결정한 이유는 가이드라인에 없었던 장르이자 캐릭터였다"고 답했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장근석에게 긴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장근석은 '미끼'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경로가 아닌 새로운 경험, 또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느껴졌단다. "제가 해보지 않은 장르와 캐릭터를 오랜만에 해보면서 왜 배우라는 직업에 빠졌고 앞으로도 이 일을 하고 싶은지 큰 이유를 얻을 수 있었던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하는 만큼 포부도 남달랐다. 그는 스스로를 깨부시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면서 "촬영 시작 전에 겁도 났고, 스스로 의문도 생겨서 레슨도 받았다. 뻔한 장근석보다 새로운 나를 뽑아내보고 싶다는 욕심, 그게 5년 간의 인고의 시간 동안 느꼈던 점이다"고 밝혔다.
운명처럼 다가온 '미끼', 배우 본인의 만족도를 묻자 "만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깨부수고 싶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정말 좋은 망치질이었다. 저를 깨려는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남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장근석에게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다양한 활로를 열어준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게끔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저의 지난 32년을 돌이키면 에너제틱하고 자유분방한 사람이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제 모든 것들을 모노톤으로 뒤바꿔놓아야 했습니다. 자칫 그 건조함이 너무 딱딱해보이거나 극에서 따로 놀 것이라고 생각해 절제하는 연기를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장근석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호흡법부터 발성까지 다시 연기 수업을 들으면서 그간 꺼내지 않았던 세포들을 일깨웠다. 5개월 가까이 진행된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정도로 부침이 가득했지만 장근석에게 흥분과 또 다른 즐거움을 남겼다. 그에게 이번 작품이 유독 특별한 까닭이다.
아울러 OTT 드라마 현장은 공중파 등과 달리 표현의 자유가 허락됐고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장근석은 어진 영역 안에서 제한 없이 연기하면서 더욱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장근석은 '꽃미남 배우' 이미지로 대중에게 더욱 각인돼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 속 수더분하고 파격적인 모습이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 수식어들에 대한 의식은 없었을까. 그는 "저는 저의 과거에 살아왔던 길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꽃미남이라는 이미지도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억지로 탈피하고 싶다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맞춰간다"고 다부진 신념을 드러냈다. 장근석은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템포를 만들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작품과 캐릭터를 기다렸고 '미끼'를 만났다.
악플에 대한 소신도 남달랐다. 장근석은 "덤덤하게 본다. 가끔 여러 댓글들 중에서 저를 흔들어놓는 악플이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진지하게 접근을 한다. 나의 어떤 선택이 잘못됐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객관적인 시간으로 나를 보려고 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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