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1000명의 포로’...2차 대전 일본 침몰선, 81년 만에 발견

일본 포로수송선, 1942년 필리핀 인근서 침몰
잔해는 수거 안 해..."유족에 경의 표하는 차원"

1942년 포로 1,000여 명을 태우던 중 미 해군 잠수함에 어뢰를 맞아 침몰한 일본 수송선 몬테비데오마루호. 위키피디아 캡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인 포로 천 명을 운반하다 침몰한 일본 수송선이 81년 만에 심해에서 발견됐다고 AF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양고고학기관 ‘사일런트월트’ 재단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북서쪽의 4,000미터 심해에서 가라앉은 수송선 ‘몬테비데오 마루’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 배는 1942년 필리핀 인근에서 미군 잠수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몬테비데오 마루호 침몰은 호주 역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로 여겨져 왔으나, 구체적인 침몰 위치는 수십 년 간 파악되지 못한 상태였다.

사일런트월트 재단은 5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6일부터 음파탐지기와 수중 자율주행 탐사정 등을 동원해 수송선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재단은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보다 더 깊은 심해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족에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발견된 잔해는 수거하지 않는다.

당시 수송선에는 850명의 군인과 민간인 210명 등 14개국 포로 1,060명이 탑승 중이었다. 그중에는 호주인의 비중이 979명으로 제일 많았다. 몬테비데오 마루호를 공격한 미군 잠수함은 포로가 탑승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소식이 오랫동안 기도를 해온 유족들에게 어느 정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침몰사고로 할아버지와 종조할아버지를 잃었던 앤드리아 윌리엄스는 현지 매체에 “오늘은 이 재난과 연관이 있는 호주인 모두에게 특별히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