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없는' 수원 단단히 털어먹은 '라이벌' FC서울

이재호 기자 2023. 4. 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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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감독이 없는 수원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단단히 털어먹었다. FC서울은 라이벌 수원이 상황이 좋지 않은 틈을 십분 활용해 꿀맛 같은 대승을 챙겼다.

ⓒ프로축구연맹

서울은 22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3-1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이경기까지 서울은 승점 16점으로 2위까지 뛰어올랐다.

라이벌전인 슈퍼매치를 4일 앞둔 지난 18일, 수원은 개막 7경기 2무5패에 그친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최성용 수석코치가 이끈 수원은 이날 경기마저 패하며 개막 8경기 2무6패로 K리그1 최하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수원 원정팬들은 원정 서포터즈석 앞에 '몇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꼴찌경쟁', '역사에 남는건 1등과 꼴찌뿐', '지지자는 소통을 원한다', '몇년째 선수단 뒤에 숨는 프런트'라는 문구가 담긴 항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2017년 3위 이후 5년간 12개팀 중 6-8-8-6-10위에 그치고 있는 수원의 문제를 단순히 감독이나 선수단의 문제가 아닌 팀 운영의 중심인 프런트임을 강조한 서포터즈들이다.

1996년 수원의 창단 이후 2000년대까지 열린 리그 컵대회 포함(FA컵,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미포함)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한 'K리그'에서 서울과 수원은 통산 99번을 맞붙어 서울이 39승22무38패로 1승차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서울은 100번째 K리그 슈퍼매치에서 승리로 동률을 허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달아났다.

전반 37분 수원의 박스 안에서 황의조의 패스를 받은 나상호가 다시 황의조에게 힐패스를 시도했고 공이 수비 정승원 맞고 나온 것을 나상호가 곧바로 왼발 낮은 대각선 슈팅으로 서울이 선제골을 가져갔다. 나상호의 4경기 연속골. 나상호는 골대 바로 뒤에 있던 수원 서포터즈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며 수원 팬들을 분노케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수원 선수단은 실점 후 곧바로 주장 이기제의 지시 아래 11명의 선수가 모두 둥글게 모여 긴급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서울 선수단이 수원 서포터즈들을 향해 신나게 세리머니를 즐기고 있는 동안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끼리라도 모여 긴급 회동을 가지는 모습은 선수단도 얼마나 이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수원은 전반 추가시간 1분 왼쪽에서 긴 스로인이 단숨에 박스에 들어왔고 기성용 머리를 맞고 뒤로 간 것을 김보경이 몸을 날려 오른발 슈팅 했지만 골대 바로 앞에서 하늘로 뜨고 말았다. 수원은 전반전 슈팅 5개를 때렸지만 단 하나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볼점유율도 38%로 뒤졌다.

서울은 후반 7분에는 왼쪽에서 기성용이 코너킥을 올렸고 수비수 김주성이 헤딩으로 돌려놓은 것이 수원 수비수 정승원 맞고 공교롭게 황의조 앞에 떨어졌다. 황의조는 문전에서 그대로 넘어지며 오른발 슈팅으로 K리그 복귀 후 8경기만에 첫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서울 홈 서포터즈들 앞에서 골을 넣었기에 황의조는 K리그 복귀 필드골의 기쁨을 홈팬들과 마음껏 누렸다.

ⓒ프로축구연맹

후반 36분에는 서울이 오른쪽 후방에서 한번에 길게 연결한 공을 중앙선 뒤에서부터 내달린 나상호가 오른쪽에서 완벽한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슈팅했지만 수원 양형모가 선방했다. 하지만 튕겨져나온 공을 팔로세비치가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3-0을 만들었다.

수원은 교체투입된 뮬리치가 후반 43분 만회골을 넣었지만 승부를 바꿀순 없었다.

결국 수원은 감독이 없고 부진한 상황에서 팬들은 팬들대로 프런트에 항의하는 걸개를 걸고, 선수단도 실점 후 곧바로 회동을 가지며 분전하려 했지만 나상호의 첫골때는 서포터즈들이 도발을 당하는 등 굴욕적인 경기내용과 1-3 완패만 당하고 말았다. 

서울은 3만 관중 앞에서 나상호의 4경기 연속골, 황의조가 드디어 감을 찾은 필드골, 여기에 라이벌 상대 승리와 나상호의 수원 팬 앞에서 굴욕을 주는 세리머니까지 단단히 '빈집'인 수원을 상대로 3골이나 넣으며 제대로 털어먹었다.

서울 입장에서는 가장 즐거운 라이벌전 승리, 수원에겐 가뜩이나 안좋은 상황에서 기분 나쁜 라이벌전 패배였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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