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트 수놓고 초접근 편대비행…봄 하늘 가른 '블랙이글스'

박응진 기자 2023. 4. 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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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공군기지서 모형항공기 대회 예선…4년만에 부대 개방
블랙이글스, 내달 말레이시아 '리마 2023' 국제에어쇼 참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2일 오전 수원 공군기지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2023.4.2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수원=뉴스1) 박응진 기자 = "비행기가 연기로 하늘에 그림을 그려요."

우리 공군의 T-50B가 22일 오전 제10전투비행단이 있는 수원 공군기지 상공에서 파란색, 빨간색 스모크를 뿌리자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수직으로 기동하던 T-50B 2대가 분리돼 하트 모양을 그리자 다른 1대가 큐피드의 화살처럼 하트 정중앙을 뚫고 지나갔다. 또 다른 2대는 연무를 뿌리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을 새겼다.

곧이어 T-50B 2대가 각각 왼쪽과 오른쪽 하늘에서 접근해 충돌할 듯 교차하고, 서로 날개가 겹칠 듯 다른 4대가 초접근 편대비행으로 고난도 공중기동을 펼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특히 T-50B 1대는 머리 위로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초저공 비행을 실시, 천둥 같은 굉음으로 시민들을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2일 오전 수원 공군기지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2023.4.2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이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는 제44회 '스페이스 챌린지'(Space Challenge)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스페이스 챌린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비행체로 항공인이 되고픈 꿈을 펼치는 모형항공기 대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작년까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스페이스 챌린지가 올해 4년 만에 부대 개방행사로 진행되면서 블랙이글스도 최고의 에어쇼를 선보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수원 공군기지 상공엔 인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출항하는 민항기가 많아, 사전에 협조된 고도 이하에서만 기동하는 등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날 에어쇼엔 모두 8대의 T-50B가 동원됐다. T-50B는 공군이 특수비행용으로 개조한 T-50이다. T-50은 한국형 고등훈련기이며, T-50B의 'B'는 블랙이글스를 가리킨다.

T-50B 2번기를 조종한 길두현 소령은 "블랙이글스를 보기 위해 직접 이 자리를 찾아주신 관람객들께 그간 갈고 닦아온 실력을 완벽히 선보이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며 "수많은 인파를 보니 더 집중하느라 긴장해서 온몸이 땀범벅이지만, 무대에서 에어쇼를 선보이고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가 22일 오전 수원 공군기지에서 에어쇼를 준비하고 있다. 2023.4.2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이날 수원 공군기지를 찾은 시민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됐다. 시민들은 기지 안에 전시된 항공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공군 군악대와 의장대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며 가족 또는 연인 등과 주말 봄을 만끽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온 남희숙씨(54)는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는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비행을 보니 애국심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 공군기지에선 인천·경기 지역 예선이 펼쳐져 초·중·고등학생들이 각각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폼보드 전동비행기 등을 날리며 실력을 겨뤘다.

대회 예선은 지난 8일 충북 북부 지역에서 시작됐고, 다음달 28일 부산·울산·경남 지역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6월17일 충북 청주 소재 공군사관학교에선 본선 대회가 열린다.

남은 일정 중 △이달 29일 대전·세종·충북남부 제17전투비행단 △이달 30일 강원 영서 제8전투비행단 △다음달 7일 대구·경북 제11전투비행단에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관람할 수 있다.

22일 오전 수원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제44회 '스페이스 챌린지'(Space Challenge) 인천·경기 지역 예선. 공군 군악대가 공연을 하고 있다. 2023.4.2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이런 가운데 블랙이글스는 다음달 23~27일 말레이시아 랑카위 국제공항에서 열리는 '리마 2023' 국제에어쇼에 참가한다. 블랙이글스의 리마 에어쇼 참가는 이번이 두 번째다.

말레이시아 상공은 고온 및 악기상 탓에 비행 안전이 비교적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길두현 소령은 "블랙이글스는 지난 3월 호주 아발론 국제에어쇼 참가를 위해 지구 반바퀴인 약 2만㎞를 비행하며 해외 전개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가는 말레이시아까진 비행 경로와 경유지, 기후도 다르기 때문에 조종사, 정비사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심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이글스 팀장 양은호 소령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다"며 "대한민국 공군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국산 항공기 방산 수출에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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