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3년 만에 드라마 복귀, 여성 서사라 행복했다”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3. 4. 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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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퀸메이커》로 돌아온 ‘특급 배우’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퀸메이커》가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TV부문 주간 시청시간 1위(4월19일 기준)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엄을 과시 중이다. 주인공은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특급 배우' 김희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다.

김희애는 극 중 주인공 황도희 역을 맡아 클래스가 다른 연기 내공을 과시했다. 황도희는 은성그룹 전략기획실장으로 빈틈없이 오너 리스크를 막아내는 국내 최고 '이미지 메이커'였다. 하지만 은성그룹의 추악한 악행과 마주한 이후 양심이 깨어나면서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오경숙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퀸메이커'가 된다.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전개 속에서 김희애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김희애는 '황도희'와 완벽 일치한 독보적 카리스마와 롤러코스터급 감정 변화 속에 폭발과 절제를 넘나드는 열연으로 극의 텐션을 장악했다.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치밀함과 깊은 내공이 담긴 김희애의 캐릭터 플레이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입증했다.

연출은 넷플릭스 시리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에서 풋풋한 청춘 이야기를 그렸던 오진석 감독이 맡았다. 선거라는 무대에서 대중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이미지 메이킹과 프레이밍 전략이 난무하는 화려한 정치쇼의 이면을 선보이기 위해 오진석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연출에 공을 들였다. 그는 "정치, 암투, 권력 등 전형적으로 남성 중심이던 세계에 강한 여성들이 등장한다"며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이 만나 충돌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 여타 정치물과 차별된다. 정치물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강렬한 시너지를 내뿜고 류수영, 서이숙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합세했다.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김희애), "흔치 않은 이야기였고 구조가 흥미로웠다. 오경숙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라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문소리), "욕망과 욕심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변해 갈 수 있는지를 보는 재미가 크다"(류수영),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보는 맛도 쏠쏠했다"(서이숙). 클래스가 다른 배우들의 앙상블 역시 《퀸메이커》의 관전 포인트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에 작품이 공개됐다.

"흙수저로 시작해 대기업을 거쳐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황도희와 함께하면서 나 역시 성장한 기분이 드는 특별한 작품이다. 프로페셔널한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드디어 이들의 연기를 다시 화면으로 만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 《퀸메이커》를 통해 대한민국에도 이런 긴장감 넘치는 소재의 좋은 드라마가 있고, 훌륭한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전에는 남성 중심의 장르물이 많았다. 남장을 하고 출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부러웠는데, 이번 기회에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다룬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여성 서사를 담고 있지만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밑바닥의 본성을 담아내는 재미가 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 욕망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캐릭터 사이에 치밀한 수싸움과 반전을 거듭하며 드러나는 묘미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부부의 세계》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다.

"그사이 일은 계속해 왔는데 아직 릴리즈가 안 됐다. 워낙 전작의 시청률이 높고 그래서 부담스럽다.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은 기대 안 하고 본 작품'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너무 기대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황도희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은성그룹이라는 대기업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어떤 사건을 겪게 되고,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충격받아 회사를 관두게 되는 인물이다.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연기하면서 황도희라는 캐릭터가 지닌 노련함과 영리함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이미지 메이커에서 퀸 메이커로 변화하며 성숙해 가는 황도희의 성장일기라는 느낌도 받았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준비 과정은 어땠나.

"어느 작품이든 인간 김희애와 캐릭터가 하나의 인물로 동기화돼 가는 과정이 첫 번째라 생각한다. 이 작품 역시 선과 악을 떠나 인물의 행동과 철학, 감정, 여러 가지를 황도희의 모든 면면과 일치시켜 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힘든 부분은 없었나.

"메이크업이나 의상을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제가 원래 운동화를 주로 신고, 언제 하이힐을 신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사람인데 황도희 역할은 하이힐에서 절대 안 내려와서 힘들었다. 황도희는 하이힐을 갑옷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 고생을 좀 했다. 제가 나이가 있지 않나(웃음)."

문소리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황도희에게 오경숙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다른 성질의 인간들이다. 처음엔 원수처럼 지낸다. 같은 목표가 있으니까 연대하면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짜를 발견하게 된다. 극 중 너무 다른 둘이 만나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아시다시피 문소리 배우는 연기를 너무 잘하고,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시야가 넓더라. 굉장히 똑똑한 배우라고 느꼈다. 단언컨대 오경숙 역엔 문소리가 전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오경숙' 캐릭터가 코믹해서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가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역시나 그걸 해내더라. 그래서 '문소리, 문소리' 하는구나 싶었다."

김희애와 호흡을 맞춘 문소리는 "작품을 같이해 본 적 없어 조심스러웠고, 어려워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배를 탔고 이 배가 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눈 질끈 감고 '식사 한번 할까요?'라고 문자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연락한 그날이 김희애씨 생일이라 다른 선배들과 같이 식사하며 친해졌다"며 "촬영하면서도 어느 순간 선배 눈을 보는데 극 중 황도희(김희애)와 오경숙(문소리)처럼 자연스럽게 맞춰지는구나 느끼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악역을 맡은 류수영과의 대립도 관전 포인트다.

"류수영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다. 류수영이 맡은 백재민 역은 다른 남자 배우들이 흔쾌히 선택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악역이다. 한데 류수영은 선한 이미지 아닌가. 실제로 류수영은 여린 성격이다. 촬영이 늦어지면 아이 생각에 마음이 짠해진다고 할 정도로 섬세하다. 악역을 어떻게 해낼까 의문도 들었는데 정말 잘 해냈다. 류수영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요리도 잘하지 않나. 박하선은 무슨 복일까 싶을 정도다."

한편 김희애는 4월12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소소한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 27년 차, 두 아들의 엄마인 김희애는 "우리 집 식구들은 엄마가 배우라고 인지를 안 하는 것 같다. 제가 출연한 작품도 안 본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혹시나 해서 '친구들이 엄마가 출연한 작품 때문에 놀리거나 곤란하니?'라고 물었더니 아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 엄마는 배우라는 직업으로서 연기하는 건데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하더라. 그 적당한 무관심이 너무 고맙다"며 아들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평가될까 겁도 나고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배우분들이 마치 연극 무대처럼 그 역할에 푹 빠져 연기했다. 재즈를 연주하듯이 각자 준비해온 연기를 어떻게 해도 받아주는 걸 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 기억이 있다.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모든 배우가 할리우드 배우들이 튀어나온 것처럼 메소드 연기를 했다. 그 앙상블을 보는 쾌감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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