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커피’ 혼탁한 정신을 경계한다 [박영순의 커피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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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심장 소리, 그것은 마약처럼 달콤한 사랑의 꿈이에요."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향한 코제트의 독백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마약 커피,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옥수수빵처럼 먹는 것을 은유한다면 상황이 다르다.
향미를 감상하고 의미를 공감하는 커피 문화에서 '마약 커피'라는 불편한 표현을 쓰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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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심장 소리, 그것은 마약처럼 달콤한 사랑의 꿈이에요.”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향한 코제트의 독백을 이렇게 묘사했다. ‘광야’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주인공 K의 몽상을 ‘마약 같은 생각’이라고 적었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 커피라는 용어가 웃음을 동반하며 회자되는 현상을 두고, ‘마약 청정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오히려 건강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하지만 마약에 안전한 나라는 없다. 마약이라는 용어를 재미 삼아 사용하는 수준의 경계심이라면 더한 위험에 처한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을 방치한다면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마약’이라고 하면 맛있는 먹거리를 떠올릴지 모른다. 마약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무딘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사전적 풀이도 유쾌할 수 없다. 마약을 총칭하는 드러그(Drug)는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드러그(drogue)에서 나왔다. 따라서 마약 커피라는 표현은 카페인 중독 현상만을 강조해 음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단현상으로 인해 커피를 찾는 고통스러운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인상을 남기는 ‘마약 커피’라는 표현이 재치 넘치는 은유일 리 없다.
미국의 한 기업이 카페인으로 인한 강렬한 인상을 보다 짜릿하게 전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커피’라는 의미를 담아 ‘데스 위시 커피’(Death Wish Coffee)라는 브랜드를 냈다. 일부 마니아 외에 많은 소비자가 불쾌감을 준다고 눈총을 주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커피’(The World’s Strongest Coffee)를 홍보하는 전략으로 이 정도는 마약 커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커피 문화에서는 오랜 시간 속에서 강렬한 속성을 담은 단어들이 이미 커피 메뉴명에 차분하게 들어가 있다. 이탈리아의 리스트레토는 적은 양의 물로 추출한 보다 진한 에스프레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트롱 커피’(Strong coffee)나 ‘더블 에스프레소’라는 명칭으로 강렬함을 담아냈다. 인도네시아의 코피 투브룩, 포르투갈의 비카, 콜롬비아의 틴토, 일본의 고이메 코히 등도 다른 커피들에 비해 강인한 커피 맛을 강조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명칭이 요란하고 자극적이면 결국 감흥은 덜한 법이다. 더욱이 ‘마약’이라니… 커피가 혼탁한 정신을 우리 사회에 스며들게 하는 도구로 활용되게 방치해선 안 된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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