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2012년이 소환되는 까닭은?

이세옥 oklee@mbc.co.kr 2023. 4. 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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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민주당이 2년 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현역 의원과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언론에서는 2012년 1월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을 소환합니다. 당시 고승덕 의원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쪽 인사로부터 3백만 원을 건네서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폭로했습니다. 현역 의원에게 지지 요청과 함께 건넨 봉투, 액수도 3백만 원으로 이번과 같습니다. 총선을 석 달여 앞둔 시점에 나온 폭로였기에 한나라당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박희태 의장은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데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박희태 의장과 돈을 건네는 데 관여한 인사 2명을 기소했을 뿐이었습니다. 고 의원 외에 추가로 제의를 받거나 돈을 실제 받은 의원들이 더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돈 봉투' 폭로 관련 기자회견 모습 [2012년 1월 9일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당시 돈 봉투 파문은 한나라당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던 민주당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발단은 인터넷 언론의 단독기사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2년 1월 9일 당시 민주통합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한 A 후보가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2011년 12월 임시 전국 대의원 대회 때 A 후보 측이 5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지만 거절했다, 지역책임자 경우 500만 원 이상 주는 것으로 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한나라당을 매섭게 비판했던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일 긴급최고위를 열고 자체진상조사단 꾸리기로 했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수사 의뢰'를 촉구하고 나섰고, 선거 막판 쟁점화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곧 '적전분열은 안 된다'는 당내여론이 대세가 됐습니다. 당 지도부는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나 실명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후 자체 진상조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그것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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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돈을 주고받은 당 관계자들의 음성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증인과 증거는 검찰의 수중에 있습니다. 사법처리의 규모와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수준입니다. 송갑석 최고위원의 말대로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상황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의 결자해지나 검찰 수사만 넋 잃고 바라볼 상황이 아닌 겁니다. 스스로 진상을 밝히며 구태와의 단절 의지를 내보이지 못한다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결과는 볼보 듯 뻔합니다.

민주당을 향해 '쩐당대회'라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국민의힘도 이렇게 반사이익만 챙길 때 인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2012년 돈 봉투 사건 때 고승덕 의원은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 돈 봉투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닌 게 뻔한 데도 당 내부의 고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관행이었다는 말이 이때도 나왔습니다. 또 폭로한 고 의원에 대해 '왜 돈을 받았을 때 폭로하지 않았느냐'며 당에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웠다고 비난이 나왔습니다. 정치 혐오만 키우고 '돈 봉투 정치'를 끊어내는 계기로 삼지 못한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검찰 [자료사진]

검찰의 책임은 더 무겁습니다. 2012년 검찰수사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수사에서는 자금의 출처는 물론 추가로 받은 이들이 더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굼뜬 압수수색으로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수사결과 돈을 돌린 이는 구속하고, 박희태 의장 등 윗선은 불구속 기소해 심부름꾼에게만 철퇴를 가했다, 깃털만 건드렸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또 민주당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에 나서 ,'여야 균형을 고려한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검찰이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해 소환조사까지 했던 야당 정치인이 실제로는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돌린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검찰은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나온 녹취도 검찰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신속,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검찰의 다짐이 지켜질 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세옥 기자(okl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politics/article/6476616_361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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