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앞둔 신현성, 외국 재판 받는 권도형
한국산 가상 화폐 ‘루나·테라’를 창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각각 몬테네그로와 한국 법정에 서게 될 예정이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 대표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신 전 대표를 사기·배임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기소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법원은 21일(현지시간)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권 대표와 측근인 한모씨에 대한 재판을 다음달 11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구금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은 이번 주 초 권 대표 등 2명을 기소하면서 최장 30일로 설정돼있던 구속 기간 연장도 청구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몬테네그로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이들에게서 여러 국가의 여권과 신분증이 압수됐다”며 “구금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법당국은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권 대표 등이 몬테네그로를 이탈하면 형사절차에 지장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국과 미국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 신병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구금된 채 재판을 받게 되면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관한 법적 책임을 가려내는 일은 지연될 전망이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법정 다툼을 길게 끌고 가거나 범죄인 인도 절차에 불복하면 송환이 미뤄질 수 있다.
루나·테라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대표에 대해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다음 주쯤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신 전 대표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루나와 테라의 폭락 가능성이 큰 것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발행, 홍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루나·테라 생태계의 핵심인 ‘1달러 페깅(고정)’과 결제 시스템이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을 알았지만, 마치 시장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허위로 조작해 수요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는 발행 초기부터 보유하던 루나 가격이 폭등하자 이를 팔아치워 14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전 대표 관계자는 “2020년 사업 추진 방향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권도형과 결별했고, 그 후 테라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루나·테라로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과도한 억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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